32비트 저물고 64비트 시대 개막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32비트 프로세서가 장착된 것으로 32비트 프로세서는 지난 1985년에 80386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20여년간 아직도 우리 컴퓨터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16비트가 도스, 32비트는 윈도우 시대를 개막했다면 이제 64비트가 멀티미디어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64비트 프로세서는 이미 재작년부터 출시되었지만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32비트 프로세서 시대는 저물고 진정한 64비트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것이다. 64비트 시장이 어떻게 컴퓨터 시장에 다가오고 있는지 알아보자.

너무 일찍 앞섰던 64비트 프로세서

20003년 9월말에 AMD에서는 업계 처음으로 PC용 64비트 CPU를 출시했다. 인텔과의 경쟁에서 만년 2등이라는 설움을 씻고 인텔보다 앞서서 처음으로 64비트 CPU를 출시한 것이다. AMD의 64비트 CPU 발표로 인해서 이제 32비트 프로세서 시장을 뒤로 하고 64비트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세서는 64비트를 지원했지만 정작 운영체제와 각종 어플리케이션 등은 32비트에 머물렀다. 이렇다보니 진정한 64비트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

게다가 AMD가 처음 소개했던 64비트 프로세서는 서버급 CPU로서 일반 개인 컴퓨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데스크탑에서 사용 가능한 애슬론64 프로세서는 18개월전에 출시했지만 당시 이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메인보드가 없어 이 CPU를 이용한 컴퓨터를 만나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CPU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에서는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은 먼나라 얘기만 같았다. 물론 인텔에서도 AMD의 뒤를 이어 2004년부터 다양한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해오고 있지만 이들 프로세서는 서버,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 가능한 것으로 일반 데스크탑에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 64비트 시장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2005년 하반기, 64비트 시대가 다가온다.

하지만 1년6개월이 된 지금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64비트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MS는 4월25일 WinHEC 컨퍼런스에서 64비트 윈도우를 발표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64비트 CPU를 거들고 있으며 64비트용 어플리케이션과 게임들이 점차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텔은 올해 초부터 데스크탑 전 기종에서 64비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이미 4월 중에는 64비트를 지원하는 보급형 셀러론 프로세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AMD 역시 일반 보급형 데스크탑에 사용 가능한 애슬론64의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AMD는 이미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에 1년 먼저 제품을 출시하며 인텔을 앞서고 있다. 32비트 시장에서 만년 2등이었던 AMD는 64비트 시장에 32비트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진출하였고 이것이 주효하였다. 출시된 초기만 해도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주변장치가 적어 주류로 편승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마케팅을 통해서 64비트 프로세서에 인텔보다는 AMD라는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AMD는 인텔을 앞서면서 오히려 64비트 프로레서에서는 인텔이 AMD를 뒤쫒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인텔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보급형 셀러론까지 64비트를 지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이미 선수를 뺏긴 64비트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의 이 같은 전략이 어떤 관심을 불러올지 궁금하다.

어쨌든 시장은 64비트 프로세서로 급격히 옮겨지고 있다. 64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 대중적인 CPU의 보급이 인텔과 AMD에 의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운영체제와 각종 소프트웨어 또한 이를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 64비트 컴퓨팅은 이전보다 빠른 속도와 성능으로 멀티미디어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멀티태스킹 등의 작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64비트 컴퓨팅 환경으로 우리는 윈도우 시대를 주도했던 32비트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컴퓨터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