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시민이 미군들로부터 맥주병으로 얼굴을 얻어맞고 얼굴 반을 봉합했답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66578

사실 아직 초반이고 하니까 피해자나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을 100% 믿을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는 계속 수사해보면 오히려 미군이 억울한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제가 정작 열받는 것은 힘있는 나라 군바리라고 우리나라에 와서 함부로 행동하는 미군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경찰들의 대처 자세입니다.
기껏 피해자 친구들이 확보해 넘겨준 증거물들을 조사 한번 안해보고 그냥 미군측에 넘겨주고, 가해 흉기인 맥주병
조각들은 수습조차 안하고, 얼마전에 SOFA 협정을 개정해서 그나마 확보한 수사권도 알지도 못한 채 잡아왔던 피의자도
미군측에 내줘버리고...

이게 뭡니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개정을 외쳐왔던 SOFA보다도, 우리나라 경찰들의 의식이 더 문제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미군이 관련된 사건이면 일단 움츠리고 보는 머슴 자세가 몸에 배어있는 것은 아닌지...
미국 대통령이나 장관도 아니고, 외교관도 아니고, 돈퍼주러 놀러온 미국 관광객도 아니고,
일개 미.군.병.사.에게 그렇게 저자세로 굽신대야 하는지...

이러니.. 길가다 덩치크고 머리 짧은 외국인만 보면 저도 모르게 길을 피해 가게 됩니다.
나도 저들 군바리들에게 잘못 찍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은 아닐까.. 뒤통수에 맥주병 날아오는 건 아닐까..
그렇게 죽고 난 후에도 제대로 진상조차 밝히지 못하고 날 죽인 놈은 휘파람 불며 지네나라로 돌아가 버리는 건 아닐까...

이렇게 벌벌 떠는 제가, 과연 다른 한국인이 미군에게 당하고 있을 때 말이라도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정말 서글픕니다. 지네 정치적인 목적으로 우리나라 땅에 와서 점령하다 시피 눌러 앉아서는,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서 특권을 누리는 그들...

전 대한민국 국민임에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온갖 교육 문제, 부동산 문제 등등으로 우리나라가 잘못되어 있다고 해도 그건 우리 국민들의 본질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더 잘할 수 있다,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1~2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드문 사건도 아니고, 불과 한두달만 지나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미순,효순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과의 뜻을 표하고 미군 당국이 그들 나름대로로는
스스로 단속을 하고 있어도, 정작 우리를 보호할 경찰이 먼저 저자세로 수그려서는...

이런 사건들을 보면...
혹시라도 우리 국민들 대부분의 맘속에 뿌리깊은 사대주의가 심장까지 깊숙히 배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
이게 뭐냐... 하는 자괴감밖에 들지 않습니다.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다, 하고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미군들을 볼 때마다 움츠러지는 제 자신이... 너무 비겁하고 초라합니다.

SOFA를 수백번 개정하고 우리 대통령이 직접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하고 수백만 시민이 일어나서 촛불집회를 하더라도,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정말 진정한 문제는, 미군도 SOFA도 부시 대통령도 아니고 우리 맘속의 비굴한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