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이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되었다고 경황도 없이 발표할 때 벌써 불안했습니다.
김치라는 식품 자체가 열로 익히는 과정이 전혀 없는 특성상 기생충알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따지기가 좀 웃기는
성질이 있잖습니까. 중국당국에서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국산 제품에서도 기생충알이 발견될 가능성은 충분했던 건데...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원래 퇴비나 인분 등으로 재배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기생충이 나올 수도 있는 여지가 있죠.
물론 식품에서 몸에 해가 되는 기생충알 같은 것은 안나오는 것이 좋겠지만, 재배 방식에 따라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삶아먹을 밤을 한 되 샀는데 먹다보니 벌레가 있더라, 그러면 식약청에서 수입금지합니까. 물론 밤벌레는 몸에 들어가서
기생하지는 않지만, 기생충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도 그리 마땅하지 않고, 화학 비료보다는 퇴비를 쓰는 것이 더 유기농
이라고 권장되기도 하는 거잖습니까.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요청했던 내용.. 자체 조사를 하겠으니 식약청에 발표를 조금만 연기해달라고 했던 것은
충분히 감안해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걸 냉정하게 뿌리치고 서둘러 발표를 해버린 것은, '중국산 식품은
역시 믿을 게 못돼'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악의가 있었다고 중국이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지요. 물론 중국산 식품에서
납덩어리 등 온갖 희한한 것들이 다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국산은 무조건 불량, 비양심이라고 해버리면
중국 입장에서는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김치는 더욱 그렇구요.
식약청이 국산 김치에 대해서도 10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하다가 더 조사해야 한다면서 며칠 미룰 때 벌써 짐작했습니다.
이제 와서 중국에서 주장했던 바로 그대로 한국산 김치 일부에서도 기생충알이 발견되어버렸으니, 이게 뭡니까..
식약청은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한 기관이니 조그만 이상이라도 밝혀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는 해도, 저번 만두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앞뒤 생각없이 일단 한방만 터뜨리자는 한방주의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보다도, 국제적으로 김치라는 식품의 위상마저 불안해질 수있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김치라는 식품 자체가 원래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 라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게
되었는데, 이런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까요. 이런 부작용을 감안하면 식약청은 일단 터뜨리고 볼 것이 아니라,
먼저 국내 생산 김치는 상황이 어떤지부터 조사를 해보고 조용히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습니다. 김치를 국제적인 식품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온 각계의 수많은 분들의 노력이, 생각없는 식약청의 한방 때문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게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