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델파이와 C++빌더쪽 인력 시장 상황이 꽤 좋아졌습니다. 전체 개발 인력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델파이와 C++빌더 개발자들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 탓이 가장 큰 거 같습니다. 뭐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측정은 안되지만, 이 정도 상황은 개발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지요. 또 닷넷에 대한 거품성 기대가 많이 꺼져버린 탓에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Win32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구인 글들을 보면 수준 이하의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끔하라고 일부러 실제 글들을 예시해보겠습니다.
섭섭하시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해당 회사의 입장에서도 마인드를 바꾸어야 목표한 바를 이룰 것입니다.
1. 무성의한 구인 글
"C++빌더, 다이렉트 X 개발 경험 있으신분 찾습니다."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recruit&no=1215
무성의 그 자체지요? 이런 글은 누가 봐도 짜증납니다. 실제로 사람을 구할 생각이 있긴 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한두줄짜리 무성의한 구인글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극비라서 아무런 내용도 사전에
알려줄 수 없다는 거지요. 그런데 실제로 대부분은, 성의가 없어서입니다. 이런 무성의한 내용으로는 몇달 이상 취업을
못해서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 외에 정말 쓸만한 개발자로부터는 연락을 못받을 겁니다.
이 구인글은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따위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이지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귀찮다"
아니라구요? 그럼 당장 삭제하든지, 아니면 상세하게 내용을 보충하세요.
2. 높은 기술을 요구하면서 최대한 돈은 적게 주겠다는 구인 글
"[구인] 콤포넌트(업로드) 웹하드 개발자 찾습니다."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recruit&no=1214
이 글을 올리신 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을 아끼고 싶다는 겁니다. 이미 솔루션 소스를 가지고 있다면 싸게 쇼부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너무나 뻔히 보입니다. 시중제품의 구입 단가는 적당하지만 커스터마이징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쓴 거랍니다. 업로드 컴포넌트의 단가가 보통 수십에서 백몇십만원 정도인데, 수십만원 주고 해결하고 싶다는 뜻이군요.
이 회사가 쓸만한 개발자와 연결되어서 목표한 대로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면 제 손에 장을 지집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제 손에 장을 지질 일이 생기면 일단 손은 지질 때는 지지더라도 쓸개빠진 그 개발자에게 찾아가서
어떻게 생겨먹은 화상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완성된 제품에서 발생하는 에러 문제..."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recruit&no=1201
원래 개발자가 개발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업무량이 많지 않다고 생각된답니다.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겠답니다.
뭔 프로그램인지 내용도 없습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개발자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아주 마인드가 꽈당이군요.
3. 원하는 기술적 스펙이 모호한 글
"[구인]프로그램 제작해주실분.~~~게임관련~~~(알바,프리랜서분 등등)"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recruit&no=1213
패킷에 대해 잘 아는 개발자를 구한답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패킷이란 것을 몰라서 이해가 안되는 건가요?
필요한 스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필요한 사람을 뽑겠습니까?
"아르바이트 하실 분 구합니다._빌더 능통자"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recruit&no=1165
글을 보니 경력이나 실력이나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C++빌더만 씀녀 아무나 상관없나 보군요.
아마도 아무나 들어가서 아무렇게나 개발해서 결과도 아무렇게나 되어버렸을 겁니다.
이력서가 개발자의 얼굴이듯이, 구인글은 기업의 얼굴이자 첫인상입니다. 제가 씹은 것과는 달리 위의 글들을 올린 회사들도 상당히 양식있고 제대로된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쓴 것은 스스로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것이며, 우리 회사 오지 마라는 얘깁니다. 사실 이런 식의 글을 올린 회사는 대부분 제대로 된 회사가 아닙니다.
(말했다시피, 그런 회사가 아니라면 바로 삭제하든지 아니면 내용을 수정하세요!)
개발자들도 사람이니까 유능하고 잘나가던 사람도 아다리가 안맞으면 상황이 안좋게 돌변할 수 있습니다. 몇달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쉬게 될 수도 있구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능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똥인지 된장인지 기본적으로라도 확인을 하고 삼켜야겠지요?
이런 양식없는 기업에 얼씨구나 하고 몸을 담는 개발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회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경력 관리, 몸값 관리, 자신의 가치 관리를 해야 합니다.
(쓰고 보니 꼭 아파트 부녀회 아줌마들이 아파트 단지 매물 가격 단속하는 거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