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터보C 2.0과 터보파스칼 4.5부터 지금까지 계속 볼랜드 툴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깐 비주얼 C++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구질구질한 개발툴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쓰지 않아도 아시겠죠? ^^
단순한 인지도의 문제도 있지만...
C++Builder가 오해를 받는 데는 'Builder'라는 이름이 뒤에 붙은 탓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많은 C/C++ 컴파일러들중에 C 혹은 C++이라는 이름이 뒤에 오지 않는 것은 C++빌더밖에 없으니까요. 원래의 정식 이름은 'Borland C++ Builder'로서, 볼랜드 C++의 후속이라는 느낌이 금방 오는데요. 이게 너무 길다보니 C++빌더라고 흔히 부르게 되었죠.
처음 VCL을 채용한 C++빌더의 첫 버전을, 그냥 볼랜드 C++ 6.0으로 지었더라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좋았겠다 싶습니다. 물론 97년 초에 C++빌더의 첫 버전을 내놓을 때 즈음에는 볼랜드 C++ 브랜드가 비주얼 C++에 시장에서 완패한 직후라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의미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터보C/C++, 볼랜드 C++의 오랜 팬들을 가지고 있는 볼랜드로서는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편이 나았을 거 같습니다.
사실 볼랜드 C++에서 C++빌더로 넘어오면서 IDE가 왕창 바뀌었고 VCL과 RAD를 도입하면서 개발툴의 느낌이 확 달라졌습니다만, 그렇다고 기존의 볼랜드 C++ 브랜드를 유지하지 못할 것도 없었거든요. 여전히 OWL을 사용할 수 있었고 OWL보다도 더 오래된, 터보C부터 내려온 풍부한 볼랜드 RTL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분명한 볼랜드 C++이니까요. 하긴, 지금도 C++빌더의 컴파일러는 그대로 bcc, 'Borland C++ Complier'이고요. 기존 볼랜드 C++의 버전 넘버를 그대로 이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문제는 다른 면에서도 좋지 않았습니다. 'Borland C++ Builder'라는 풀 네임이 너무 긴 바람에, 이걸 C++Builder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짧게 BCB라고 부르기도 했거든요. 가뜩이나 시장 점유율이 적은 판에, 개발자들이 흔히 부르는 약칭이 양분되는 바람에 더 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BCB라는 약칭은 절대로 쓰지 않아왔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C++빌더로서는, 개발툴이라는 느낌조차 잘 전달이 안되는 BCB라는 약칭은 더 마이너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해외의.. 그러니까 미국과 유럽의 C++빌더 개발자들은 BCB라고 더 많이 부르더군요.
이름을 정한 것 말고도 볼랜드의 책임에 해당되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상당히 최근까지, 볼랜드의 홈페이지에서 C++빌더의 홈 페이지 주소는
http://www.borland.com/bcppbuilder 였습니다. 풀 네임을 약간 줄인 건데, 너무 길고 느낌도 잘 안옵니다. C++Builder라는 이름을 고수할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URL 등에 사용되는 약칭으로는 cbuilder라는 이름을 쓰는 편이 나았습니다. 상당히 최근에야.. 제 기억으로는 1년 정도 전에야 볼랜드의 URL이 cbuilder로 바뀌었습니다.
또 한편으론, 사이베이스의 디비전용 개발툴인 파워빌더의 탓도 있습니다. 파워빌더는 사실 진지한 의미의 개발툴이라고 부르기는 힘든, 흔히 C++빌더가 오해받는 말 그대로의 디비 전용 개발툴입니다. 언어도 스크립트에 가깝고요. (실제로 네이티브 컴파일러가 아니라 P코드 컴파일러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실행파일 크기도 무쟈게 크고요) 특히 국내에서는 SDS의 영향으로 CS 개발에 파워빌더가 꽤 많이 사용되면서(파워빌더는 델파이, VB와 함께 CS 시대의 삼국지를 누렸죠) 파워빌더가 C++빌더보다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때문에 C++빌더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개발자는 파워빌더를 많이 연상했고, '문법만 C++과 유사한 파워빌더' 정도로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브랜드의 문제를 얘기하자면... 델파이의 이름도 잘못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델파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이름을 줌으로써 이미 델파이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충성도에는 상당부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델파이를 잘 모르는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델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안 올 수밖에 없습니다.
C++빌더가 볼랜드 C++ 5.02의 직접적인 후속 버전인 것처럼, 델파이는 볼랜드 파스칼 7.0의 직접적인 후속 버전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차라리 델파이 1.0 대신 볼랜드 파스칼 8.0으로 짓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파스칼을 모르는 개발자는 없고, 또 볼랜드가 터보 파스칼, 볼랜드 파스칼 시리즈를 통해 파스칼의 종가였다는 사실도 외부 개발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미 델파이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에게는 Delphi라는 이름의 강한 상징성 때문에 충성도를 높이기에는 좋았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AppBuilder라고 내정되어 있었던 이름이(전 이 이름은 더 싫습니다!) Delphi로 바뀌었던 것은, 개발 코드명이었던 Delphi가 출시 전의 베타 단계에서부터 볼랜드 내부의 개발자들과 외부의 일반 개발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드명이 높은 인기를 누린다고 코드명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연결한 것은, 제 생각에는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아마추어리즘입니다. 물론 볼랜드 내부의 개발자들에게 약간씩 존재하는 이런 아마추어리즘 혹은 실험 정신이 오히려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개발툴들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매출, 이윤과 점유율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에 설익은 코드명으로 제품을 출시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습니다.
머.. 이렇게 열심히 씹어봤자.. 다 지난 일일 뿐이죠. 마찬가지로 아직도 C++빌더와 델파이를 디비 전용 4GL로 생각하는 미련한 개발자들을 만나서 갑갑해해봤자 지금으로서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실력으로 보여줄 밖에요. 이 포럼에 들리는 개발자들을 포함해서, C++빌더와 델파이 개발자들은 필드에서 비주얼 C++과 비주얼베이직 개발자들을 여지없이 격파해왔습니다. 글러브끼고 링에서 왕창 깨지고 나면 군소리가 없죠.
결론은 실력 대결밖에 없다...라는 얘기죠. ㅎㅎㅎ
이창석 님이 쓰신 글 :
: ------------------------------------------------------
: "c++builder 도 c++ 인가요?"
: 어떤 it 프리랜서 사이트 직원이 제게 물었습니다.
:
: "예, c++builder 는 ansi c++ 표준을 준수하는 c++ 컴파일러입니다."
: 라고 제가 대답했습니다.
:
: 직원 : "c++이 아니고, 일종의 4GL 개발툴아닌가요?"
: 나 : "c++builder 는 c++ 언어에 VCL이라는 라이브러리를 포함한 개발툴입니다."
:
: 직원 : "그럼 c++builder 개발자가 unix 환경에서 c++ 언어로 개발을 할 수 있나요?"
: 나 : "개인별 능력 차이는 나겠지만, 대부분 큰 지장없을 겁니다."
: (c/c++ 언어는 기본적으로 소스차원 호환이 되니까, 물론 unix-api를 안다는 가정하에)
:
: 그러나 그 직원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아마도 누군가에게 c++builder 는 데이터베이스 관련 SW개발 툴이라는 말을 들은 것
: 같았습니다.
: ----------------------------------------------------------
: 도데체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는 이런 선입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
: 전 Turbo-C 2.0 시절부터 볼랜드 개발툴을 사용해오는 데요.
: Borland c++ 까지만 해도 최고의 c++컴파일러로 일컬어졌었는데,
: 이제는 단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SW 개발용 툴로 오해되고 있으니.....
:
: 음~ 꿀꿀한 하루였습니다...
: -------------------------------------------------------------
(아 나의 장문 알레르기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