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전 해외출장을 갔다가 일정에 좀 여유가 생겨서 스위스 알프스를 들른적이 있다.
시간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 오후에 쥬리히에서 기차를타고 알프스를 향해 출발하였다가 다음날 오전에 귀국 비행기를 타기위해 내려오는 짧은 여행이었지만 마흔이 훌쩍넘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너무나도 그 기억이 강렬하여 지금도 그곳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해외출장기(I)에서 썼듯이 업무차 덴마크에 5박6일 일정으로 출장을 갔는데 예정보다 일이 빨리 마무리되어 하루반나절의 시간이 남게되었다.
덴마크를 좀더 구경할까 하다가 동행인 가운데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한분이 「어렵게 멀리까지 왔으니 각자 사비(私費)를 들여서라도 세계적인 여행지인 알프스를 들러 하루를 묵고 귀국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어 따르기로 하였다.
쥬리히 공항에 내려 곧바로 알프스 중턱에 있는 관광도시(이름은 모르겠음)를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깔끔하게 정돈된 유럽의 도시풍경에 지나지 않았는데 두어시간쯤 가 도심을 벗어나니 서서히 스위스가 왜 관광대국인지를 여실히 알수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기차가 알프스에 가까이 가면서 그때부터 두세시간을 나는 엄청난 충격에 빠져 헤어나질 못했다. 그것은 내가 본중 가장 아름다운 꿈에서 또는 그림에서나 볼수 있음직한 광경들이 펼져지고 있었다.
마치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공룡을 처음보는 영화속의 사람들처럼 그저 입이 딱 벌어지고 말문이 막힐정도 였다.
저~멀리까지 탁트이고 기가막힐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진 파~란 잔디들...드문드문 지어진 빨간 지붕의 그림같은 통나무 집들,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만년설, 푸르다못해 검은빛이 나는 쭉쭉뻗은 산계곡마다의 나무들...
산등성이 마다 예외없이 지어진 두서너채의 집집마다 꼬불꼬불이어진 앙증맞은 도로들...
어느순간 나는 나중에 죽으면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풍경에 도취되어 있기를 몇시간, 어두컴컴한 밤이되서야 알프스 중턱에 자리잡은 관광소도시에 도착을 하였다.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 베란다에 나오니 알프스산맥으로부터 내려오는 차갑지만 너무나도 맑은 밤 공기는 나의 호흡기를 거쳐 온몸의 내장까지 하나하나 깨끗하게 소독해내는 듯한 상쾌하다 못해 온몸의 전율이 느껴졌다.
일정에 쫒기에 새벽에 일어나 서둘러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산에 올라 몇커트의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왔지만 지금까지 한 순간도 그곳의 강렬한 기억을 잊은적이 없다.
산을 내려오면서 나중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다시 와야겠다는 마음의 약속을 굳게하였지만 아직도 먹고사는 문제에 치이다보니 실천에 옮기질 못하고 있다.
꼭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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