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틀째, 꽤 뜨거운 하루였죠?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오늘낮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면서.. 낮부터 아이스 커피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두어시간 전에 미리 냉장고의 얼음칸을 깨끗하게 씻어서 냉수를 채워넣었고요.
조금전에 꽁꽁 언 것을 확인하고, 올해의 첫 아이스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아이스 커피는 그냥 '탄다'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한 듯... '만든다'라는 느낌이 좋아요~)
바로 아래 썼던 글 관련으로 열도 좀 받아있고 해서 더 그런지, 오랜만에 느끼는 아이스 커피의 느낌이 너무 좋네요.
예전에도 이 게시판에 한번 썼던 거 같은데.. 전 아이스 커피에 조금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전 군대 시절에 군사령부의 인사과에 있었는데.. 잡무가 아닌 '일보계'라는 담당 보직이 지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인사과라는 특성상 이래저래 인사 청탁하러 오는 간부들이 많았습니다. 딱히 인사청탁차 오는 게 아니라도 인사철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얼굴도장 찍으러 자주 놀러오는 간부들도 많았구요.
그러다보니 커피를 자주 타게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을 맨입으로 돌려보낼 순 없다는 선임하사의 신념 때문에... --;;
저는 입대 전만 해도 커피를 아예 안마셨는데... 빌어먹을 간부들이 여러명씩 들이닥칠 때면, 심하면 한번에 열몇잔씩
타야했을 때도 자주 있었습니다. 일병때쯤에는 이미 그런 일이 꽤 익숙해져서 컵을 주루룩 일렬로 놓고 크림, 설탕, 커피를
탁탁탁 넣고 물을 따락따락따락 부으면 1~2분이면 열몇잔씩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여름철이면 더 골치아파지는 게...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는 겁니다. 군대 인사과가 무슨 까페도 아니고,
인사과에 놀러와서 사병이 만만하다고 아이스커피를 불러제끼는데, 아시다시피 아이스 커피는 손이 훨 많이 가지 않습니까.
크림 설탕 커피를 차례로 넣은 후에 물을 최소한만 부어 녹이기만 하고 다음으로 재빨리 얼음을 두어개 넣어 차갑게
식힌 후, 찬물을 적당히 더 넣어서 양을 맞추고 다시 얼음을 두어개 띄웁니다. 이런 걸 열 몇개씩 한번에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안그래도 더운데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옵니다. 차라리 하루종일 커피만 타는 보직이면 좋았겠지만...
내가 먹지도 않는 커피를 그렇게 줄창 만들어서 바치다보니 열받아서 한잔씩 마시던 게... 지금은 아주 커피 중독이 됐습니다.
말년쯤엔 하루에 8~9잔씩 마셨는데, 지금도 줄어들질 않네요. 제 생각엔, 이건 업무상 재해와 비슷한 업무상 중독입니다.
보통 커피를 줄창, 연이어 마시다보면 5~6잔째에서 크림이 아닌 커피 자체의 비릿하고 느끼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그 비릿함까지 음미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뭐..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입대 전에는 콜라 중독이어서 하룻밤 코딩하면서 콜라 피티 하나씩을 먹었는데,
커피 중독으로 옮겨가면서 콜라에 대한 갈증은 거의 사라지더군요. --;;
엇.. 씨잘데기 없는 글 쓰다가 맛도 제대로 못느끼고 다 마셔버렸네요.
한잔 더 만들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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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커피를 드실 땐 최대한 크림이 없는 걸로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자판기 커피나 커피 믹스를 10년 정도 하루 평균 10잔 정도 먹었더니, 그 자신있던 속을 버렸네요 ㅠ.ㅜ 그래서 지금은 프림 들어간 커피를 하루에 한 두 잔으로 줄이고, 그냥 블랙으로 엶게 마십니다. 커피...몸이 지장없는 정도로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