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오만 혹은 허풍은 전혀 다르다.
자신감은 자신의 경험과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생기지만, 오만과 허풍은 자신의 실력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한테 지기 싫어서, 혹은 어떤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자 무조건 호언장담하는 것이다.
즉 자신감인가 오만 혹은 허풍인가의 차이점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판단과 확신이 있는가 여부이다. 물론 자신감이 있다고 해서 그 프라젝트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개발자들 중에는 이 자신감과 오만(허풍)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박지훈씨는 30층 돔 빌딩 짖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나도 달나라에 가보고 싶은 꿈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이나 꿈이 있다. 희망이나 꿈이 없다면 현실이 매두 고달파지므로, 희망이나 꿈같은 마약으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고 있다. 한번더 이야기하지만 희망이나 꿈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희망을 이야기할 때, "나는 이 것을 해보고 싶다"와 "나는 이것을 할 수 있고 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 혼잣말이 아니라면, 남한테 이야기할 때 전자는 희망이지만 후자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약속이 된다. 아주 거대하고 황당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노력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중간에 포기할지언정 그 거대하고 황당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많은 실력을 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할 수 있고 할 것이다."라고 공표한다면, 이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공언 혹은 공약이 된다. 이런 공약이 빈번하면서 제대로 그 결과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게 되는 것이다. 공약은 주로 사이비 정치가들이 하는 것인데 개발자들 중에는 이런 정치가적인 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을 농락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으며 나는 이를 매우 혐오한다.
박지훈씨의 이야기처럼 자신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겸손이 개발자의 미덕도 아니다. 겸손이란 것은 옛날 유교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나쁘다라고 생각한 웃기는 개념이다. 현대에서는 자신을 드러내야 하며, 따라서 지나친 겸손은 별로 좋지 않다. 나는 개발자들의 실력 자랑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며 당연히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의 실력 자랑 혹은 과거 개발 경험담을 논하는 글에서 후배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력 자랑은 결과물로, 예를 들어 직접 만든 소스를 두고 논해야만 의미가 있다. 집에 달나라 토끼와 대화할 수 있는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있는데 조만간 보여주께라는 식은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더 가관인 것은 이 사람이 달나라 토끼와 대화하는 알고리즘을 UML로 그려서 나한테 보여줄 때이다. 개발자들끼리 서로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스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소스를 공개한 여러 선배들과 진정한 실력자들에게 나는 항상 고마워 한다. 내 프로그램 소스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이들을 응용한 것 뿐이기 때문이다.
허풍은 호언장담 밖에 없으며 전혀 배울 게 없다. 그런데 개발자로 먹고 살려면 호언장담이 필수불가결한 덕목인 것처럼 배워가는 후배들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결코 호언장담은 오래동안 버티지 못한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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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제가 늑대소년은 아닐지 몰라도 '늑대'일 수도..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