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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1765] 모처럼 주말을 만끽하다...
박지훈.임프 [cbuilder] 1936 읽음    2006-05-14 04:11
어제는 정말 모처럼 가족과 함께 보냈습니다. 요즘 프로젝트 일정이 촉박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었죠. 최근 몇달 동안은 그래서 토,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고, 사무실이고 집이고 거의 자는 시간만 빼고는 계속 BDS를 붙잡고 코딩하고 버그 잡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제 회사에서 다른 팀 상급자 팀장과 정면으로 충돌해서 심하게 싸운 바람에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평소에도 사이가 그리 좋지가 않았는데, 사소한 문제로 트집을 잡길래 저도 그동안 그 팀장이 제 책임에 속하는 업무 영역을 침범한 사례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뭐 한시간 가까이 서로 고성을 질러대며 싸우다가 결국 '기권승'을 했죠.

말싸움이나 전후 상황의 논리 면에서나 제가 이겼습니다만 역시 싸우고 나면 좋을 게 없습니다. 그 팀장이야 상급자이긴 해도 저도 회사 내의 입지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니 화해할 필요도 없긴 합니다만, 그 동안 팽팽하게 유지되던 개발 일정에 대한 긴장감이 와르르 무너져버렸습니다. 결국 그 싸움 뒤로 몇시간 동안 잡히지도 않는 일거리를 붙잡고 낑낑대다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습니다.

압박감과 긴장감이 풀려버려서인지 어제 아침에 눈을 떠 일어나니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훨 가볍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루종일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동안 책상 밑에서 건들거리는 데에만 익숙해졌던 다리를 좀 혹사시켜서 힘들기는 했습니다만.

이런게 주말, 휴일이구나, 하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거 같습니다. 내일도 하루죙일 와이프, 아들넘 데리고 놀러다닐 생각을 하니 미리 들뜨면서 기대가 되네요. 바로 지난주 주말에만 해도 와이프에게 어떻게 변명하고 출근해서 작업 진도를 좀 빼볼까하는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오늘 아들넘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 오백원 동전 넣으면 흔들흔들 움직이는 애들이 타는 장난감 차 있죠? 아들넘이 그 차를 참 좋아하는데, 오늘 놀러다니다가 그걸 발견한 아들넘이 태워달라고 떼를 써서 태워줬지요.

그런데, 차에 타서 핸들을 막 돌리면서, 인상을 팍 쓰면서 뭐라고 궁시렁궁시렁 하는 겁니다. 마치 뭔가 큰 불만이 있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투였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넘이 인상을 쓰고 그러고 있으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와이프가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절 보면서 한마디 쏘아붙이더군요. 저 따라하는 거라고요. 첨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들넘 태우고 운전하고 다니면서 사소한 일에도 인상쓰고 화를 내어대는 모습을 아들넘이 배운 겁니다. 차선에서 줄을 서 있을 때 억지로 끼어드는 차나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가까이에서 불쑥 들어오는 차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런 싸가지 없는...'이라고 한마디씩 내뱉고는 했습니다. 저도 제 운전습관이 좀 나쁘다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아들넘의 뇌리에 박혀서 따라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순간 너무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더군요. 저 자신으로서는 당연히 이유가 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했고 그게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왔는데, 그게 네살밖에 안된 아들넘의 불량기로 전달된 겁니다. 제 안좋은 모습이, 그게 이유가 있었든 없었든 아들넘에게는 아무런 다른 판단의 여지도 없이 그대로 수용되었던 거죠.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지요. 아들넘이 이제 슬슬 지맘대로 뛰어다니고 감당 못하게 떼를 쓸 정도가 되어가면서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있고 당당하다고 믿고 살아왔던 제 신념들이 흔들린 적이 꽤 여러번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는, 자기 자신이 나이를 먹는 데서 느끼고 배우는 것보다는, 자식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서 깨닫는 것이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들넘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식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와이프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도 별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와이프를 만나고, 또 아들넘이 튀어나와서 지금은 힘차게 아빠! 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때,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제 인생의 반이 더 있고, 그것이 저 자신이 아니라 가족에게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사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제가 알고 싶었거나 원했던 인생의 반은 아니었습니다. 전 애초의 제 인생 계획대로 독신으로 혼자 살았어도 충분히 잘 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쁨이든 고통이든 가리지 않고 즐기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티일이거든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보다는 오히려 우연과 인연에 의해 끌려가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던 가족을 만나게 되고 제가 원하지 않았던 나머지 인생의 반을 살아가게 된 것도,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는 인생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그대로 즐기며 살아갑니다. 과거에 어떻게 생각했든, 지금은 이 가족이 없는 제 인생을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소중한 존재들이 되었으니까요.
kongbw, 광양 [kongbw]   2006-05-14 05:12 X
부럽습니다.
화이팅입니다요~~~~  (^o^)/
에보니.^0^m [mortalpain]   2006-05-14 11:52 X
임프 멋져 ^^
김태선 [jsdkts]   2006-05-15 11:30 X
마눌과 아들과 모처럼의 외출.... 부럽습니다. ^^;

아버지의 업은 아들에게 유전되는게 자연법칙입니다.
그러므로 아들의 표상이 되어야 합니다.
어릴때 애의 혼속에 삿된 의식이 자리잡으면 평생을 괴롭히게 됩니다.
반면, 인의예지신의 바른 도덕이 자리하게 되면 평생의 삶의 지표요,
세상을 보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제가 살면서 보니, 다른 사람과 싸워서 좋은 일은 참 드뭅니다.
불의한 일이 아니라면, 가급적 좋게 지내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내 생각 같을 수 없고, 누구나 다 현명하진 않은게 현실이죠.
서비 [suby]   2006-05-15 13:32 X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시면서 소중한 걸 얻으신거 같습니다 ^^
박지훈.임프 [cbuilder]   2006-05-15 15:30 X
어제도 가족과 함께 놀러다녔지요. 운전하면서 한번은 무심코 격한 소리가 튀어나왔는데, 말을 맺기도 전에 결심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정신이 버쩍 들더군요.

그런데 얌체같은 운전자들을 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봉하고 묵묵히 운전을 하려니, 속이 타고 갑갑해서 도저히 핸들을 잡고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불평을 하되 수위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물론 절대로 인상을 써서는 안되고 평온한 표정으로 타이르듯 말하고, '싸가지 없는...' 에서 말의 표현도 바꾸었습니다.

"아저씨.. 그러시면 안되십니다.."
"좀 사람됨됨이가 못돼먹으셨군요.."
"깜빡이는 켜고 들어오셔야지요.. 그러다 사고 나십니다.."
"어허..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막 껴들어오시면 어떡하십니까.."

운전하면서 이러구 다녔습니다.
입을 딱 봉하고 운전하는 것보단 참을만하더군요. ㅎㅎㅎ
서정국.새더 [mmouse]   2006-05-16 10:22 X
풉.. 하하.. 마지막 댓글에 아주 간만에.. 즐겁게 웃었어요 ^^
저도 역시 운전하다보면 이시끼 저시끼 하며 막말을 나도 모르게 하는데
이제 부터라도 의식적으로 자제를 해야겠군요....
그럼 즐거운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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