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퍼의 전성기에 전 C에 푹 빠져 있었고 파스칼을 간간히 쓰고 있었으니까 제가 직접 클리퍼를 써볼 일은 없었지만.. 친구 등 주위에 클리퍼 사용자가 적지 않았었죠. PC 기반 업무 개발에서는 클리퍼와 대결할 언어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대세였죠.
클리퍼가 문법적으로 그렇게 뛰어났었는지는 몰랐네요. 허접 개발자들이 만든 클리퍼 프로그램 소스에서 화면에 표시할 윈도우나 메뉴를 통째로 문자열로 코드에 박아넣고 출력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비웃곤 했거든요. 이것도 언어냐... 하고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잘못 생각했었나봅니다. ^^;; 하긴 어떤 분야든 허접 개발자와 고수가 있기 마련이니까...
제 기억으로는... 클리퍼는 애시튼 테이트의 dBASE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dBASE는 파라독스와 함께 로컬 디비 엔진으로만 남아있지만, 원래의 dBASE 툴에는 인터프리터 방식의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었죠? GW베이직 기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해 gwbasic 소스이름.bas 이렇게 했던 것처럼 dBASE 프로그램도 역시 그런 인터프리터 방식으로 실행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당연히 느리고 기능적으로도 좀 부족한 것이 많았죠. 또 인터프리터인만큼 프로그램을 배포하려면 소스를 복사해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등장했던 것이 클리퍼였죠? 처음에는 dBASE 언어의 단순 컴파일러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lipper Summer 87이라는 이름이 기억나는군요. 만든 회사가 아마 낸터킷이었던가 그랬는데... 그걸 CA(컴퓨터 어소시에이츠)에서 사들여서 나온 것이 CA Clipper... 5.x 버전이 붙어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클리퍼가 컴파일러이기는 하지만 완전한 네이티브 코드가 아니라 p코드 컴파일러였죠. MS C 컴파일러 기반이었는데.. 그래서 당시에는 터보C와 볼랜드C++이 대세였지만 클리퍼 기반 프로그램과 인터페이싱하기 위해서는 MS C를 쓰는 수밖에 없었었죠. 그래서 클아이같은 클리퍼 라이브러리들도 모두 MS C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MS C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클리퍼 연동 목적으로 MS C를 써야 할 일이 생긴 프로그래머들이 MS C를 약간이나마 써봤던 제게 물어보는 경우도 좀 있었죠.
클리퍼 자체는 도스와 함께 사라졌지만 CA에서는 도스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윈도우 시장에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죠. CA는 비주얼 오브젝츠(Visual Objects)라는 이름으로 클리퍼의 윈도우 버전을 출시했었는데... 제 군대 후배가 그걸 좋아했었죠. 그런데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로 비주얼베이직이나 델파이같은 언어들과의 경쟁에서 지고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한글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클리퍼는 볼랜드와 알게 모르게 직접 혹은 간접적인 연관이 많이 있죠. 도스 시절에 개발툴 시장은 볼랜드의 터보C, 터보 파스칼과 클리퍼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었고요. 또 클리퍼의 모태인 dBASE는 93년이던가에 볼랜드가 애시튼 테이트를 인수합병하면서 볼랜드 dBASE가 되었죠. 볼랜드 dBASE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볼랜드 dBASE 7 포 윈도우 버전이 마지막이었죠. 그리고 클리퍼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비주얼 오브젝츠를 시장에서 사멸시킨 것은 VB보다는 DB 개발 기능이 훨씬 강력했던 델파이였고요. (심지어는... 지금 두 회사의 한국지사인 볼랜드코리아와 CA코리아는 같은 빌딩의 같은 층, 바로 옆 사무실에 입주해있기까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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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심심하기도 하고 갑자기 궁금증이 들기도 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헉...
'클리퍼'와 '낸터킷'이라는 이름에 다음과 같은 이름의 유래가 있군요.
http://www.ghservices.com/gregh/clipper/story.htm
낸터킷의 창업자 네명은 애시튼 테이트의 dBASE 엔지니어 세명과 컨설턴트 한명으로, 시푸드(해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dBASE의 느린 속도에 투덜거리다가 의기투합해서 창업을 결의했다고 합니다.
그 식당의 벽에 걸린 쾌속유람선의 사진을 보다가 제품의 이름을 그걸로 정했다고 하는데, 쾌속선이 영어로 Clipper군요. 쾌속선으로 정한 것은 dBASE보다 빠르다는 뜻으로 정한 거죠. 그리고 그 레스토랑의 이름이 낸터킷 레스토랑이었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