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던 시절, 당시 나의 위대한 스승이자 친지였던 아무개씨가 툭하면 나에게 했던 말이 었었다.
"니는 왜 매뉴얼을 안보냐? 매뉴얼도 안 읽고 어떻게 코딩할 생각을 하냐? 니는 선풍기 사도 매뉴얼 볼 생각도 안하재?"
"니 머리는 액세사리가? 머리 좀 쓰라! 머리통 가지고 축구할 작정이냐? 머리를 왜 안 쓰노?"
스승에게 수 없이 들었던 이 말을, 이제 내가 후배나 직원을 가르킬 때도 매우 자주 써먹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역시 스승의 말은 명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별로 많지는 않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델파이를 가르켜본 경험에 따르면, 스승의 이말은 정말 구구절절히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시중 서점에 가면 수많은 델파이 관련책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 그 수 많은 델파이 관련 책들 대부분이 매우 허접했다고 말한다면 나의 시건방짐일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델파이 매뉴얼 만큼 잘된 델파이 책은 잘 없다는 것이다.
델파이 관련 게시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글 중의 하나가 델파이 매뉴얼과 헬프의 허접함이다. 아마도 대부분 MSDN과 비교해서 말하는 것 같다. 수많은 다른 툴들의 헬프와 상대 비교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델파이의 헬프는 그리 허접하지는 않다. MSDN은 오에스를 만든 거대한 MS라는 회사의 기술 문서이고 이 문서의 방대함과 일개 개발 언어의 하나에 불과한 델파이의 헬프를 비교하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사실은 ...
그 허접하다는 델파이 헬프와 매뉴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정독해 본 델파이 개발자들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개발자들을 만날 때 은근히 매뉴얼을 얼마나 봤는지 물어 본다. 이 경우 십중팔구 매뉴얼을 본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그딴걸 왜 보냐라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나라의 잘못된 교육 문화중 하나인 참고서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런것인가? 많은 델 개발자들이 델파이 자체 매뉴얼보다 월등히 더 허접한 다른 델파이 관련 책자들에 열중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아마도, 델파이 문서의 허접함을 주장한 대부분 사람들은 델파이 관련 한글 문서의 부족함을 말하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비베는 한글 헬프가 있지만 사실 델파이는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분명히 한글판 델파이 매뉴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이 한글판 델파이 매뉴얼의 인기는 여전히 형편없다. 아직도 많은 개발자들은 본서가 아닌 참고서겪인 델파이 관련 책자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글판 매뉴얼의 번역이 썩 잘된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원서 매뉴얼과 대조하면서 읽으면 영어 공부도 되고 일석이조이다. 도대체 왜 델파이 매뉴얼을 안보는가?
델파이 관련 질답란 상당수가 이 매뉴얼만 제대로 읽었다면 질문할 필요도 없는 내용들이다. 매뉴얼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정석적인 코딩 방법을 제대로 알수 없기에, 허접한 팁짜집기 식 코딩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다. 실제로 현업에서 오랫동안 개발한 델 개발자들의 소스 중에도 왜 이렇게 쓰잘데기 없이 복잡하게 코딩했을까하는 소스가 한둘이 아니다.
폼 하나당 DLL을 하나씩 만드는 방식을 모듈 방식이라고 우기는 델파이 개발자.
콤보박스에 아이템하나를 삭제하기 위해 SendMessage라는 WIN API를 사용한 소스를 보여주면서 자랑하는 델파이 개발자.
TStringList이면 족할 것을 TCollection와 TCollectionItem을 사용하는 델파이 개발자..
Handle같은 저수준 멤버를 굳이 참조할 필요가 없는데도 WIN API에 쓸데없이 Handle을 전달하는 개발자.
그런 허접한 팁짜집기 식 소스 유형의 예를 들면 끝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코딩을 편하게 그리고 자-알 하려면 매뉴얼을 정독하라. 다른 참고서들은 매뉴얼을 몇번씩 읽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때 참고하는 책이어야만 한다. 델파이 관련 참고서들 상당수에는 오류나 거짓이 많다. 델파이 매뉴얼에도 오류가 없지는 않으나 다른 책에 비하면 월등히 적은 편임은 확실하다.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야그를 하나 인용하면서 이글을 마칠까 한다.
"본서를 중요시하고 외전을 공부하라. 외전을 중요시하고 본서를 등한시한체 무공을 익히면 주화입마에 걸리기 쉽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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