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다가, 문득 티비에서 차두리가 해설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차두리가 아버지와 함께 해설한다는 얘기는 기사로 봐서 알고 있긴 했습니다만..
순간 머리가 띵하더군요. 광고에서 흔히 봤던 너무나 밝은 평소의 그 차두리표 웃음을 지은 채로, 역시 쾌활한 목소리로 뭔가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먹었습니다. 저게 축구 선수의 최고의 영예인 국가 대표에서 아깝게 탈락한 선수의 얼굴이고 목소린가...?
해설석에서 당장 경기장으로 뛰어내려가 같이 뛰고 싶은 충동이 울컥울컥 치밀텐데, 안타까운 순간이면 더 그럴텐데, 차두리는 뛰어노는 아이같은, 마치 제 아들놈같은 웃음을 얼굴에 가득 머금은 채로, 많은 다른 일반 축구팬과 똑같은 모습으로, 아니 오히려 더 밝은 모습으로 경기에 열중해 있었습니다. 난 저러지 못할텐데...
게다가, 저였다면 위대했던 아버지와 같은 자리에 앉아있으면 그 그림자에 눌려서라도 그렇게 밝은 웃음을 내뿜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였을 때 아버지는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유명한 선수였는데, 자신은 아직도 자기 이름이 거론될 때면 아버지가 항상 따라다니는, 아버지의 후광을 별로 벗어나지 못한 햇병아리 선수가 아닌가...
차두리가 몇살인지는 몰라도, 저보다는 한참 나이가 적겠지요. 그런데도 전, 그 그림자 없는 밝은 웃음을 보면서 저보다 인생에서 더 많은 걸 배웠구나, 싶어서 감동했습니다. 물론 나쁘게 보면 그게 인생을 장난스럽게 사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 밝은 웃음은, 제게 " 인생 별 거 있어? 그냥 열심히 살아보고 안되는 건 툭툭 털어버리고, 또 즐기면서 열심히 살면 돼" 라고 말하는 거 같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거든요. 너무너무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가슴속에 품고 다니기는 하지만, 돌아보면 저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들이 적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난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데.. 하면서도, 제가 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인지, 전 자꾸 결과를 보고 저 자신을 평가하게 됩니다.
단지 요즘 며칠 남지 않은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너무 무리해서, 그래서 너무 피곤해서일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 자신에게, 평소의 제 모습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더라도 말입니다. 차두리와는 달리 심각하게 생겨먹은 제 얼굴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치든, 제가 바라보는 제 자신은 차두리의 웃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밤샘하고 아침에 집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요즘은 너무 오랫동안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잠을 푹 자고 나도 몸은 개운한데 머리는 너무 느리게 돌아갑니다. 판단 속도가 느려진 게 너무 확 느껴지네요. 2GHz짜리 CPU를 1GHz 쯤으로 언더클럭을 해놓은 거 같은 느낌... 빨리 마무리하고 단 며칠이라도 부담감 없이 푹 쉬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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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sports/wc2006.nhn?ctg=news&mod=read&office_id=117&article_id=0000050686
아버지가 바라보는 아들 차두리...
http://news.naver.com/sports/wc2006.nhn?ctg=news&mod=read&office_id=025&article_id=0000613522
또 하나... 차부자의 해설 에피소드 동영상이 첨부된 블로그 글...
http://blog.naver.com/soulshows/90005199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