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ZDnet Korea에 한 일본의 오픈소스 지지자가 쓴 글이 기사라고 실렸습니다. 별 생각없이 읽다가 내용이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 서두에 볼랜드가 개발툴 사업을 '매각했다'라고 시작해서, 본론으로 들어가니 격세지감이 든다, 이제 오픈소스의 세상이 되었다라는 논리가 주제더군요. 오픈소스가 괄목 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거기에 오픈소스의 성장과는 별 관계도 없는 볼랜드의 분사 건을 '매각'이라는 과장된 표현까지 써가며 볼랜드가 상용 개발툴은 더이상 돈이 안되어서 매각하는 것처럼 연상되도록 기사를 써놨습니다.
Free At Last 마사유키 하타 ( CNET Japan ) 2006/07/11
http://www.zdnet.co.kr/news/enterprise/etc/0,39031164,39149231,00.htm
그래서, 반론을 썼습니다. 물론 제가 논쟁을 벌일 때는 좀 신랄한 어투가 되는 건 여러분도 자주 보셨죠. 좋은 버릇은 아닙니다만. 그랬더니 익명의 나그네라는 분이 계속 반박을 하시더군요. 저로서는 납득하기도 어렵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반복하셔서, 논쟁이 좀 길어졌습니다.
원래 해당 기사의 댓글로만 쓰고 말 거였는데, 며칠동안 논쟁을 벌이면서 반론들을 쓰고 나니 여기에도 소개할 필요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그네라는 그 분과 비슷하게 엉터리 소식을 전해듣고 있는 분이 더 있을 것도 같고 해서요. (제 글들이 제법 긴데다가 며칠간 계속된 논쟁이라 전체 길이가 좀 깁니다. 시간 남는 분들만 보세요.)
마침내 바른 길을 찾아가는 볼랜드 개발툴부문을 왜...?
박지훈.임프[ 2006/07/11 ]
글을 쓴 마사유키 하타씨는 오픈소스를 대단히 사랑하는 분인 거 같군요.
일단 사실 관계부터 정확히. 볼랜드는 개발툴 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분사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매각'이라고 부르는 절차와 확연히 다릅니다. 가장 눈독을 들일 MS나 구글, 썬, IBM과 같은 거대 IT기업들은 모두 후보에서 제외하고 벤처 캐피털을 선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개발툴을 제외하고 남는 브랜드만의 볼랜드의 입장에서야 매각인 셈이지만, 볼랜드의 주 고객들인 개발자들은 분명히 분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맥빠진 볼랜드 경영진에 실망한 고객 개발자들이 1년여 전부터 볼랜드에 요구해서 분사를 이루어낸 겁니다. 분사 작업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지금, 그동안 볼랜드의 넋나간 경영진들이 망쳐놓은 개발툴 정책을, 이제 독립해나가는 볼랜드의 개발팀 자신들이 스스로 바로잡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소비자 개발자들은 이제야 좀 뭔가 제대로 돌아가겠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소비자 개발자들이 이번 분사에 대해 환호하고 있는데, 매각이라는 말은 좀 안맞죠? 하타씨는, 자식이 커서 분가하면 자식을 매각했다고 표현할랑가요?
그런데, 오픈소스를 예찬하는 것과 볼랜드의 분사(매각이 아니라)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볼랜드를 끌어들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문을 몇번 다시 읽어봐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군요. 도대체 볼랜드는 왜 끌어들이셨나요? 그것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독립해나가는 희망에 찬 개발툴 부문을 '매각'이라고 '매도'해가면서 말입니다.
아하, 이렇게 연관성이 없는데 두리뭉실하게 끌어다붙이는 것을 억지 논리라고 하죠. 볼랜드가 분사되는 것이 오픈소스 탓이라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제목을 'Free At Last'라고 짓고, 그 서두에서부터 볼랜드를 끌어들여 패대기를 치시는 것은, 볼랜드의 분사를 가지고 그동안 철옹성에 가까워보였던 개발툴 부문에서조차 오픈소스가 마침내 이겨가고 있다는 연상을 독자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가보죠?
물론 외견상 일부 사실에 가까워보이는 점도 있습니다. 자바 개발툴 시장의 막강한 1위 선수였던 J빌더가 이클립스에 밀려났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볼랜드의 개발툴 부문에 있어 J빌더는 단지 일부일 뿐 그보다 적지도 많지도 않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J빌더의 매출이 델파이와 C++ 등 네이티브 개발툴을 넘어선 적이 없으니까요. 하타씨가 추억하는 터보C와 터보파스칼의 계보를 그대로 잇는 개발툴들은 하타씨가 아마도 희망하시는 것과는 달리 아직 건재하고 수없이 많은 매니아 개발자들이 응원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역시 구 볼랜드의 개발툴 부문에서 주류는 자바쪽이 아니라 네이티브 개발툴들입니다. gcc가 델파이나 볼랜드 C++, C++빌더를 밀어낸 적이 있나요? 전혀 아무런 위협조차 되지 않습니다. 오픈소스가 대단히 괄목할 성장을 했고 저 자신도 적극 응원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오픈소스가 모든 상용 솔루션을 다 능가 혹은 동등한 입장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면 꿈을 꿔도 너무 지나친 환상을 가진 겁니다.
아, 오픈소스 매니아분들이 이런 제 발언에 지나치게 흥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 스스로도 오픈소스 매니아이거나 최소한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억지까지 동원해가며, 새로운 길을 찾아 독립해나가는 볼랜드 개발툴 부문이 망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꾸며가며 자신의 꿈이 이루어져가고 있다는 식의 하타씨의 과대망상은 좀 심하게 거슬리는군요.
임프님 보세요
나그네[ 2006/07/12 ]
글쓴이는 볼랜드의 툴 매각을 보면서 단지 상념에 잠겨 오픈소스에 대한 얘기를 한 것 뿐입니다. 임프님께서는 시야를 좀 넓히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매각이나 분사가 그렇게 중요한 구분입니까? 세상에는 여러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비판아닌 비난을 하는 것은 본인이 그렇게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그대로 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과연 글쓴이가 그렇게 욕먹을 내용의 글을 쓴 것인지 다른 독자분들도 좀 지적해 주십시오.
나그네님도 보세요
박지훈.임프[ 2006/07/13 ]
매각과 분사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일부에서 개발툴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분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몇년마다 주기적으로 성장 침체론이 제기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비유하자면 말이죠.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을 매각한다와 반도체 부문을 분사한다가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별 차이가 없이 느껴질 거라고 보십니까?
기업에서 매각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문에 미래가 없어서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까? 볼랜드의 분사가 일반적 의미의 매각이라면, 볼랜드 개발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이번 분사 건으 환영하고 나서는 것은 미친 짓밖에 안되겠죠?
물론 나그네님의 말씀대로 특별한 의도 없이 그냥 말 그대로 '상념에 잠겨' 썼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옛 추억속의 볼랜드라는 이름을 들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돈없어서 소프트웨어를 못쓰던 경험이 생각나고 줄줄이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것도 봐줄만하지 못한 것이, 최근 몇년 사이에 볼랜드 관련 기사로 이번의 분사 건보다 훨씬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볼랜드가 투게더를 인수한 건이 있죠. SW 관련 잡지, 언론에서는 모조리 대서특필을 했었고, 볼랜드는 갑자기 개발 관련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었습니다. IBM과 경쟁관계에 있는 MS가 래셔널을 인수한 IBM을 견제하기 위해 볼랜드를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그럴 듯한 루머까지 돌았죠. 그런데 그런 크게 이슈가 되었던 건들이 최근 몇년간 볼랜드의 이름이 언론에 많이 거론되게 했었는데, 굳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볼랜드의 분사 건을 접하고 볼랜드라는 이름을 상기했다, 라는 건 좀 억지스럽죠?
원문을 쓴 하타씨 자신도, 딱히 정확한 관련성이 없어서 명시적으로 쓰지는 못했지만, 관련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두에서부터 볼랜드의 분사건을 '매각'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가면서 자신의 (나그네님께서 주장하시는) '상념'을 풀어가는 소재로 원문의 첫 문장부터 거론한 것은, 독자들에게도 막연한 연관성이 있다고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런 제 생각이 나그네님의 말씀대로 '시야가 좁아서'입니까?
처음 글을 쓰기 전에 원문도 확인해봤었습니다. 하타씨가 쓴 글은 일본 zdnet의 블로그에 쓴 글이더군요. 그리고 한국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일부 단어나 문맥이 좀 수상스럽게 변경되거나 생략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하타씨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번역한 한국 zdnet쪽도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zdnet의 번역 오류나 오기는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어쨌든 한국 zdnet 사이트에는 블로그 글이다, 개인적인 상념이다 등등의 언급 한마디도 없이, 당당히 '기사'로, 그것도 인기 기사로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저번 글을 쓸 때 한국 zdnet의 책임을 언급하려다가 너무 길어질까봐 말았는데, 얘기가 나온김에 써보죠. IT 분야라고 해서 언론이 언론답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독자의 개인적인 주장을 실은 글을 언론사 사이트에 퍼서 소개할 때는, 그것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해당 언론사의 입장과 무관하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은 깡그리 무시하고 기사인 것처럼 필자를 '마사유키 하타 ( CNET Japan )'라고만 소개한 것은, '하타씨는 일본 zdnet의 소속 기자이며 이 기사는 일본 zdnet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됩니다. 이것도 제 시야가 좁아서 '비난'하는 겁니까?
TO 임프님
나그네[ 2006/07/14 ]
어쨌든 볼랜드는 DTG(developer tools group)을 매각(sold)하는 것입니다. 볼랜드 입장에서는 마진이 적은 사업 분야를 매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과 분사의 구분이 명확하게 가능할런지요? 과연 볼랜드가 수익 높은 분야를 분사하는 것일까요?
볼랜드는 수익이 높은 ALM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DTG를 매각하는 것입니다. 그 형식적으로도 다른 회사가 인수하는 형태입니다. 수익이 높고 비전있는 사업 분야를 분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계적으로도 매각이지요.
볼랜드 팬이신 것은 알고 있지만, 감정이 섞인 주장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주장을 바랍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ZDNET의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
거참... 억지쓰시기는...
박지훈.임프[ 2006/07/15 ]
볼랜드의 개발툴 부문이 마진과 수익이 적은 사업 분야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그리고 ALM이 수익성이 높다는 얘기는 어디서 들은 뜬소문입니까? 볼랜드의 사정은 전혀 알지도 못하시는 거 같은데, 스스로 엉뚱한 소문을 만들어내시는군요. 반박을 안하면 그런 나그네님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겠죠?
볼랜드 개발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이번 분사 건에 대해 적극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볼랜드가 개발툴에 투자를 소홀히 해왔고 이번 분사를 계기로 하여 다시 투자를 늘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분사 발표 이전까지 최근 몇년간 개발툴 부문에 신규 채용은 거의 없고 스카웃이나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계속 인력이 줄어들었죠. 그리고 최근에 알려진 것처럼 개발툴 마케팅을 위한 볼랜드의 예산 책정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2005년 총 예산중 개발툴 마케팅에 단 1.6%를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수익이 없어서 투자를 줄였을까요? 투자를 턱도 없이 줄인 탓에 매출도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바에 따르면 개발툴 부문이 볼랜드 매출의 반이 넘습니다. 반면 개발툴 이외의 부문인 ALM쪽에는 매년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왔고, 작년 중반에 닥친 볼랜드의 재정 위기도 과도하게 ALM 업체들을 인수합병한 후유증이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투자대비로 따져서 고수익 사업은 개발툴 부문이고 ALM은 형편없는 부문이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압니다.
볼랜드의 경영진이 ALM에 전력해왔고 지금도 거기에 미쳐있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작년 초에 짤린 볼랜드의 전 CEO 데일 풀러가 원래 인수합병 전문가였습니다. 99년에 그가 영입된 것도 극도로 나빠진 재정 상황에서 볼랜드를 타 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거였죠. 볼랜드에 대해 아는 게 좀 있으신 거 같으니 2000년에 코렐이 볼랜드를 인수한다고 공시까지 앴었던 건 아시겠죠? 어쨌든, 매각하는 데 실패한 데일 풀러는 거꾸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줄줄이 인수합병한 업체들이 수십개입니다. 투게더소프트나 스타베이스 등이 유명하죠.
인수합병밖에 모르는 전문가가 CEO로 앉아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인수합병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것 뿐이죠.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것이 ALM이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개발 전반에 필요한 솔루션을 하나로 통합하여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건데요.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에 한 2,3년간 주식 시장이 반응을 해서 볼랜드의 주가가 폭등을 했습니다. 매출은 별로 증가하지도 않았고 인수합병으로 인한 손실액이 자꾸 쌓여가는 와중에도 말입니다. 2005년 들어 볼랜드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그 여파죠.
ALM이 좋은 아이디어이고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 아무도 모르고, 반면 개발툴은 투자를 거의 안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알토란같은 수익이 나오는 효자 부문입니다. 그런데도 데일 풀러가 사임한 후에도 그가 앉혀놓은 골빈 경영진이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는 아직도 ALM의 달콤한 환상에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볼랜드 개발툴을 사용하는 개발자들 사이에 개발툴 부문을 분사시키라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매각이라는 어휘에 대해. 엄밀히 따져서 매각이라는 단어가 맞기는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업의 사업 부문 매각에 있어 매각당하는 객체인 해당 부문 직원들이 매입할 주체를 이것저것 따져서 선정하는 경우를 보셨습니까? 지금 볼랜드의 개발툴 부문이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툴 부문 직원들이 협의회를 만들어 투자할 벤처 캐피털사를 선정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일반적인 매각이 아니므로 앞뒤 잘라버리고 그냥 '매각'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억지입니까?
이미 존재하는 회사의 부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기술자가 벤처 캐피털사를 선정하여 투자를 받는 이번 볼랜드의 경우는 매각이라는 형태보다는 창업 혹은 분사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매각이라는 단어를 괜히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아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