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델파이 관련 게시물 중에서 그 성향이 매우 위험한 개발자들을 발견하곤 한다.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회에는 나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 등신들만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가난하게 살고 있다. 내가 못사는 이유는 바로 이 바보 등신들이 만들어낸 이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이다."

살면서 한번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자기우월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사실 나도 한때 젊은 시절에 이런 생각을 가졌었다. 물론, 이 나라의 모든 체제가 가장 최선의 상태가 아니며, 무지 많은 불합리와 부조리, 퇴폐, 비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 이 사회의 모든 부조리함속에서도 능력을 잘 발휘하는 사람, 바보같다고 생각했는데 성실과 근면으로 자기 입지를 굳힌 사람은 의외로 무지 많다. 바보들만 수두룩한 세상은 분명 아니며, 부조리함 속에서도 질서는 나름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바보의 정의를 나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이 세상에는 정말 바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도박에 미친 바보들, 허황된 종교에 미친 바보들, 말도 안되는 신기술에 현혹되어 돈을 바치는 바보들, 명품에 미친 바보들 등등, 정말 "능력은 없는데 욕심만 많은" 바보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나보다 바보도 많지만,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도 무지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잘 살지 못하거나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 타인이나 내가 속한 사회에 책임전가를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쪼다같은 생각이다. 때로는 이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에 정말로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사회의 부당함에 불평만 한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가 못사는 이유는 부모가 무능해서 재산을 조금밖에 주지 않아서이고, 내가 공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다닌 학교의 선생들 수준이 너무 허접한 이유 때문이며, 내가 프로그램을 잘 못하는 이유는 팀장 실력 수준이 너무 허접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였다 등등 이런식의 책임전가는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임전가는 게으르고 무능한 자의 비겁하고도 유치한 변명일 뿐이다.

책임전가형 과대망상자는 차라리 봐줄수 있다. 이들은 비록 그 성향이 나쁘긴 하지만, 혼자서 불평불만할 뿐 남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정말 위험한 과대망상자는 나보다 모자란 등신같은 타인들을 모조리 없애버려야 이 사회가 평안해 진다고 믿는, "학살주의자" 과대망상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믿는 이외의 종교는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내가 쓰는 개발툴 이외는 모두 허접이다. 담배 피우는 인간들은 모조리 없애버려야 해. 소변 보고 물 안내리는 몰상식한 인간들은 모조리 거시기를 잘라 버려야해. 이런 식의 학살 혹은 말살식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은 정말 위험하다.

연쇄살인마의 생각이 바로 이러하다. 연쇄살인마들은 자신을 신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 이외의 인간들은 하찮은 존재들이기 때문에 마음껏 살육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가장 연쇄살인범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잘못된 개인주의 성향은 극도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를 만들었고, 타인의 생명을 아주 우습게 보는 연쇄살인범들을 양산한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인터넷 게시물들을 읽고 있다보면, 이 우리나라도 이런 극도의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과대망상을 피하려면 책을 많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책보다 더 좋은 방법은 나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서 대화하면서 나의 무지와 편견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잘 하지 않아서 입속에 거미줄이 쳐진 개발자들이여! 얼른 주위 사람들과 유치한 이야기일지라도 자주 대화해 보도록 노력하자. 너무 심한 외로움은 과대망상증을 특히 잘 유발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