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보름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의 개발 막바지 상태에서 원치 않게도 프로젝트를 완전히 손놓고 있습니다.
포럼에서도.. 제가 커뮤니티 운영을 시작했던 98년초 이후로 이렇게 장기간 소홀한 적이 없었던 정도로..
하루 이틀에 한번씩 올라온 글 정도만 보면서 그냥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건은 그저께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고.. 그래서 오늘은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호출을 받아서 서초동 청사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왔습니다. 물론 피해자 진술입니다. 검찰에서 조사가 끝나서 기소가 되면 또 법원에서 증인으로 부를 거 같네요.
회사에서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다른 팀 직원에 대한 징계를 진행중인데... 과실은 인정하지만 혼자 징계를 당하기는 억울하다고 반발하는 그 직원 때문에 난처해하는 경영진... 그래서 저로서는 어처구니없게도 저 자신까지 같이 징계해달라고 건의해놓은 상태입니다. 제가 사내 보안책임자로서 지휘상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같이 징계를 받는 한이 있어도, 이런 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 소재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갈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에요.
뭐 징계 한번 받는 게 대수겠습니까. 그다지 마음쓰지는 않습니다. 징계건과는 무관하지만, 반대로 전 이번 사태를 빠르게 잘 수습한 공로에 대해서 사내 전체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고요. 그래서 경영진의 신임도 두터워지고, 그만큼 권한도 전보다 훨씬 더 커졌고... 또 그만큼 책임도 더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뭔가 공중에 뜬 듯한 상태입니다. 1분 1분을 세며 코딩하던 프로젝트 막바지의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그동안 나름대로 생각해둔 특이한 보안 강화방법들도 실행을 못하고 있고...
행정적인 면에서는 회사 안팎으로 바쁘게 뛰면서 전에 없이 바쁘게 뛰고 있습니다만, 그 사이사이 틈나는 시간에 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몇시간씩 틈이 있어도 전 퍼질러져 있습니다. 줄끊어진 기타꼴이라고나 할까...
혹은... 아무래도 놀던 우물이 좋았는데... 강제로 끌려나와서는 다시 우물에 뛰어들지도 못하고 어물쩡거리는 개구리가 되어버린 것같은 어색한 느낌이랄까...
이런 제 상태가, 그동안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에만 욕심을 내어왔던 제게는 나름대로의 휴식인 거 같기도 하고...
혹은... 최근 몇주 사이에 원치 않았던 일들을 겪으면서 또 한번 큰 전환기를 겪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제 자신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혹은.. 보고 싶지 않았던 이 세상의 다른 모습들과... 알고 싶지 않았던 제 숨겨진 능력들에 이미 적응해버려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요.
|
음... 이 말 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