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로 혜택 받은 사람이다. 말과 글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매우 중요한 인간적 능력이며, 이 기본적인 인간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타인에 비해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같은 결과를 낸 직원이라 해도, 어떻게 자기의 성과를 상사에게 보고하는가 그 방법에 따라서, 상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능력은, 인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 두 능력이 필요없는 곳에 살려면, 산속에서 홀로 살거나 짐승들과 사는 수 밖에는 없다.
말 잘하는 재주는 나도 가지지 못했지만, 내 경험에서 터득한 글 잘 쓰는 몇가지 비결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첫번째,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무조건 자주 글을 써봐야만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한가지 사실은 명백하다. 천부적으로 어떤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능력들은 노력과 연습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쓰는 비결중 가장 첫번째는 자주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일기이든 온라인이든 뭐든 좋다 일단 많이 써 봐야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두번째, 주제를 명확하게 결정한 후에 글을 쓰라.
주제가 없는 글은 읽고 난 뒤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 화장실 낙서가 아닌 다음에야 읽을만한 글이 되려면 명확한 주제와 어느 정도의 분량이 필요하다. 작문법에서 논하는 기승전결이니 서론 본론 결론이니 두괄식이니 미괄식이니 같은 어려운 작문법들을 굳이 신경쓸 필요는 없다. 주제가 명확하면 할수록 이런 작문법들은 저절로 터득되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글이 생긴 후에 작문법이 생겼지, 작문법이 생긴 후에 글이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세번째, 글을 쓰면서 이글을 읽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라.
글을 쓰면서 이글을 읽을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원래 쓰고자 했던 주제나 내용들이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글의 방향은 전혀 엉뚱한데로 흘러가버린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글 쓸때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무지 안좋은 것이다. 글을 쓸때는 원래 말하고자 했던 의도대로만 써 나가면 된다. 처음에는 껄끄러운 문장, 틀린 문법, 오타 등등 매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매끄러워 진다.
지나치게 치장하려 할수록 남들은 좋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명품으로 나를 치장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더욱더 멍청하고 허영심 많은 인간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적당한 수식어는 글을 부드럽게 하지만, 과도한 수식어는 글을 매우 산만하게 만든다. 글의 주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약간의 비유나 은유를 하는 것은 좋지만, 글 실력 과시를 위해서 수식적 문법을 과도하게 동원하면 아주 유치한 글이 될 뿐이다.
네번째, 글을 쓴 후 한참 뒤에 삼자의 시점으로 과거에 썻던 자신의 글을 읽어보라.
글을 쓴 후에는 After Service가 필요하다. 한참 뒤에 자신이 썻던 글을 읽어 보면, 글을 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타가 보이기 시작하고 껄끄러운 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유치했던 문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과거 글을 수정해 본다. 이 수정한 글을 남들이 보든 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나 스스로 되새김질하면서 수정하면서 발전하는 기회를 삼을 뿐이다.
볼포의 자유 게시판의 글들을 읽다보면, 주제가 있고 읽을 만한 분량의 글을 올리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란 것을 항상 너무 뼈저리게 느낀다. 혹자는 십년전의 집필진들만 아직도 볼포에서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읽을 만한 분량의 글쓰는 사람들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게시판이 세종대왕 시대 집현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찌 특정 사람들만 장문의 글을 쓰는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게시판에 다양한 주제를 가진 개성적인 글들이 많이 실리기를 고대해 본다. 여러분들의 생각을 글로 남한테 알리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게시판을 개성있는 글들로 채워 보시라. 나도 이제 내 생각은 그만 좀 알리고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마음 무지 간절하다. 온라인 게시판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글쓰기 연습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끝으로...
글 잘 쓰는 비결이라고 소개한 이 방법들은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하면서도 당연한 일반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이글을 읽은 독자 중에 이미 깨달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 글 잘쓰는 비결들은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비결과도 거의 동일하다. 글이란 단어 대신에 프로그램으로 대체해 버리면, 이글에서 소개한 비결들은 프로그램 잘짜는 비결로 둔갑해 버린다.
엑수 파일의 멀더 선생이 말씀하시길 "Truth is out of there"라고 하셨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진실은 저멀리 은하계 너머가 아니라, 의외로 가까이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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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섭님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고..
다만,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요. 일단은 동의합니다만, 주장이 너무 강해서 충돌이 예상될 주제로 글을 썼다면 처음 쓸 때는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서 쓰고, 마지막에 올리기 전에 한번 정도만 훓어보면서 너무 강한 표현 같은 것만 조금 다듬어 주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