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이 쓰잘데 없이 장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분이 많았기에, 장문 읽기를 싫어하는 성질 급한 분들을 위하여, 앞으로는 글내용을 압축요약한 것을 먼저 보이고, 본문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성질이 무지 급하시거나,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압축요약본만 봐도 무방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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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2 원칙이란, 실력적으로 나를 능가하는 존재는 단 한명 뿐이며, 그 이외의 모든 사람은 나보다 하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무지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을 혐오하거나 배척하기 보다는 그들의 뛰어난 기술을 배우려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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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2"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우연히 제목을 듣는 순간에, 기막힌 원칙 하나를 머리에 떠올렸고, 나는 영화 제목을 본따서 넘버 2 원칙이라고 이름짓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 해주곤 한다.
넘버2 원칙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넘버2원칙, 즉 2인자 원칙이란, 실력적으로 나를 능가하는 존재는 단 한사람 뿐이며, 나는 그 사람만을 존경할 뿐, 다른 사람들은 그 우월한 존재의 실력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다. 나란 존재는 그 존재 다음으로 실력을 갖춘, 유일한 2인자이다. 따라서 나를 실력적으로 능가하는 존재는 세상에서 단 한 사람뿐이다."
이러한 생각을 넘버 2 원칙이라고 한다. 얼핏 들어봐도 말도 안되는 소리며 아주 옹졸한 생각같지만, 우리 개발자들 중에는 이런 넘버2 원칙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이 넘버2 원칙은 초보 개발자들한테는 잘 볼 수 없으며, 3년차 이상의 경력 개발자들에게서 자주 발견한다. 보통 이때 개발자들은 자기 실력을 과신하게 되고, 허접들을 몇번 상대해보면서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매우 자긍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3년차 정도의 중급개발자들은 자신이 실력적으로 매우 우월한 존재라는 오만불손함을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니다가, 어느날 절세 고수를 만나서 기를 팍 꺽이는 수모(?) 혹은 가르침을 받게 된다. 이때 절세 고수에게 끝끝내 바득바득 대어드는 무모한 중급 개발자도 있는 반면에, 가르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실력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은거 고수가 많음을 깨닫게 되는 사람도 있다. 무협지 식으로 표현하자면 절세기연 정도 되겠다.
그런데 또 한부류의 사람이 있다. 이제 1인자를 발견했으니 이제 자신의 실력은 2인자로 인정하되, 앞으로 다른 1인자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부류이다. 어찌보면 자기과시욕과 자만, 지기 싫음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인 습성이라서, 이런 생각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1인자가 아님은 깨알았으니, 이제 2인자 자리 굳히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업에서 이런 넘버2 원칙을 가진 개발자와 일을 하면 정말 짜증이 난다. 자신이 인정하는 고수가 가르켜 준 방법만이 최선이라도 믿으므로, 내가 가르키는 방법은 허접이라고 믿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보기에 그 고수가 가르켜준 방법이 상당히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 1인자 고수의 말을 맹신하는 경우다. 흡사 광신도같이 단 한사람 고수의 개발 방법만을 신뢰하는 이런 개발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 1 인자 고수가 유명한 책의 저자이든, 온라인 강좌에서 유명한 사람이던, 예전의 사수였던 간에, 자기 마음속의 1인자를 모시고 존경하는 것을 탓할 이유야 없지만, 다른 실력자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마음 밑바닥에는, 저급한 자기우월주의가 깔려있을 뿐이다. 더우기, 다른 방식의 개발방법을 배우기 싫어하는 변명으로 넘버2원칙을 들이댈 때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사실 세상에는 실력자들이 무지 많다. 단 한 사람만이 나를 능가하는 고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한 자기우월주의의 궤변일 뿐이다. 또한 예전에 1인자라고 믿었던 그 고수보다 더 뛰어난 고수도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현실에서 절대적 1 인자라는 말 자체가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다. 대부분 고수 개발자들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통털어서 절대적 우월적인 1인자는 실존하기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수 개발자들에게 등수를 매기는 자체가 사실 무의미하다.
문제는, 나보다 실력적으로 뛰어난 고수가 주위에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내가 열등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불행함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가르침을 줄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행복함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어느 쪽으로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런데, 나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고 나보다 허접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 사실 정답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뛰어나지도 않으며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허접 혹은 무능하지도 않다.
문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중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거의 없다이거나 혹은 나보다 무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 식으로 편파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자를 자기우월감이라고 하고 후자를 자기열등감이라고 한다. 어느 쪽도 좋은 것은 아니다.
넘버2 원칙은 단순히 숫자 2, 즉 2인자에 제한되지는 않는다. 이말인즉, 3인자 혹은 4인자로 자신을 인정한다해도, 즉 2명 이상의 고수 개발자를 자기보다 실력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인정한다고 해서, 넘버2 원칙 성향의 옹졸함을 벗어난 것이 아니란 것이다.
넘버2원칙이란, 자기보다 뛰어난 고수 개발자들에게 서열을 매기고, 자신의 실력적 등수를 확인하는 성향을 포함하며, 자기보다 우월한 고수를 인정하기 무척 꺼려하는 성향까지도 포함한다. 달리 말하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것도 일종의 넘버2 성향이다. 불행스럽게도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한번씩은 이 넘버2 원칙에 집착하는 암흑시대를 거친다. 사실 나도 한때 그러했다. 그러나 개발자라면 이 넘버2원칙을 빨리 버릴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아짐은 분명 자명하다.
잘못된 교육 탓인지는 몰라도, 왜 우리는 등수매기기와 점수 매기기에 집착하는 것일까? 현실의 행복은 결코 점수와 등수가 결정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점수와 등수를 버리는 것이 월등히 행복한 것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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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넘버3영화는 넘 유명한 영화고 넘버2로는 쇼킹넘버2라는 우리나라 영화가 있었군요.
성인물 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