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글을 쓰는군요.
다음주 부터는 저도 자전거 출퇴근의 대열에 끼게 될 것 같습니다. 회사 사무실이 이사를 하면서 집까지 거리가 가까워진 덕에 그동안 심각하게 고려만 하고 있던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원래 사무실은 집에서 17.6km였는데 새로운 사무실은 집에서 13.8km입니다.
예전에 도쿄역에서 큰 정전사고가 있어서 집근처에서 5000엔 주고 산 기어도 없는 평범한 자전거로 회사까지 간 적이 있는데 그땐 약 1시간 20분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지금의 새 사무실 앞까지는 약 50분정도 소요됐었구요. 물론 그 날 자전거로 출퇴근 한 뒤 제 자전거는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하더군요. 베어링에서 덜그럭덜그럭 ^^
사실 작년 겨울부터 회사 이사하고 나면 봄부터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적절한 자전거를 찾고 있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딸랑 1kg 가벼워지면 가격은 왕창왕창 올라가는게 자전거죠. 지금까지 산악자전거류만 타 왔기 때문에 산악자전거가 도로에서 쥐약이란건 잘 알고 있어서 나름 타협을 본 것은 크로스바이크, 한국에선 하이브리드 자전거라고 하는 기종이었습니다. 즉, 앞뒤 서스펜션 있고, 디스크브레이크 등등 산악자전거의 특성과 얇은 타이어, 높은 기어비의 로드바이크의 특성이 전부 갖춰진 기종.
제가 도로로 나가는걸 좀 부담스러워하고 출근길에 다리를 두개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인도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걸로 찾는데 12kg대의 맘에 꼭 드는 모델은 제일 싼게 20만엔이 넘어가고 10만엔 안쪽으로 사려 하니 14.5kg정도더군요. 결국 맘을 못 정하고 있었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구입한 모델은 아주 엉뚱하게도 폴딩 타입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회사는 규모가 꽤 있는 빌딩인데 의외로 자전거를 안전하게 파킹할 공간이 마땅치가 않더군요. 이곳 일본도 그냥 값싼 자전거는 열쇠 안채워도 안전하지만 비싼자전거들은 절도사고가 빈번합니다. 그렇다고 자물통 채워봐야 가벼운 자전거 들고 가면 그만이고, 전문 절도단들은 그 일대 자전거를 싹 다 실어가기도 하기 때문에(마치 불법주차 단속인냥) 소용이 없죠.
결국 가장 안전한 방법은 9층 사무실까지 들고 가는 것. 간편하게 폴딩이 되면 회사 도착해서 접어서 들구 올라가서 자리에 보관하면 되고, 비오면 걍 역까지만 가서 들고 전철 타면 되고, 다른 지역 구경할때도 전철로 이동해서 조립해서 타고 다니면 되고... 제겐 최선의 선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단지, 문제는 폴딩타입들은 대부분 바퀴가 작고 두툼해서 속도가 거의 안난다는 것과, 작은주제에 꽤 무겁다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자이언트 홈페이지를 갔더니 MR-4F라는 모델이 딱 눈에 띄더군요. 폴딩타입주제에 24인치 로드형 휠에 무게는 10.4kg, 서스팬션도 있고 정가도 89500엔!

사용기를 좀 찾아봤더니 한국어로 된 사이트는 없지만 일본어 사이트들은 제법 나오는군요. 리뷰를 종합한 결과, 바퀴가 커서 접혀진 사이즈가 그리 작진 않지만 접히는 메커니즘이 아주 독창적이고 속도는 로드바이크 못지 않게 나온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정가는 89500엔이지만 보통 8만엔에 판매되고 제일 싼 곳은 73500엔에 팔더군요. 결국 하루만에 바로 결정 뒤 주문했고 드뎌 어제 도착했습니다. 어제는 포장 풀고 이것저것 점검하느라 타 보지 못하고 걍 실내에서 안장 높이 정도 체크하는데... 영 적응이 안되는군요. 5000엔짜리 생활자전거만 타다 산악형도 아닌 플랫핸들이지만 나름 로드형을 타 보려니 이걸 몰고 바로 도로로 나가는건 미친짓이다 싶더군요. 드롭형 핸들 안사길 잘했다 싶습니다. -_-;;
후미등은 100엔샵에서 하나 사서 달았지만 전조등도 없고 백미러도 아직 안샀고, 일단 이번 주는 집 근처에서 시운전하면서 좀 익숙해지는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리 하여... 오늘 첫 시험 주행을 해 봤는데 역시... 서스펜션이 있어도 로드바이크는 로드바이크. 딱딱합니다. 브레이크도 어느정도 성능인지 측정해 보는데 조정이 좀 잘 안됐는지 앞브레이크는 상당히 잘 듣는데 뒷브레이크는 손을 봐야겠네요. 드뎌 속도테스트... 집 근처에 속도테스트로 안성마춤인 쭉뻗은 해안도로로가 있습니다. 차들 거의 안다니죠.
진입하고나서 기어 바꿔가며 최고속도를 내 보려고 열심히 밟았습니다만...
...
결국, 6~70%정도 힘 밖에 못 밟았습니다. 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나오는군요. 무서워서 그만뒀습니다. 산악자전거만 타다 로드형을 타니 이건... 속도가 적응이 안됩니다. 제대로 장비 다 갖춰야 할 듯 합니다.
담주에 실제로 출퇴근 시작하면 또 한번 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회사들은 출퇴근 비용(정액 승차권)을 따로 지급하기 때문에(전 한달에 12000엔정도 나옵니다) 자전거로 6~7개월 출퇴근 하면 자전거 비용은 뽑겠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