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예측되었던 일입니다만, 너무나 예측 그대로 가는군요.
한미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개방하기로 해놓고, 농림부에서는 민간업자들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말자는 '대국민 성명서'를 작성해서 민간업자들에게 발표하도록 했답니다.
MB ‘즉흥발언’ 한-미 외교마찰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288882.html
기존 협상안에 문제가 있어 국민들이 반발하면 어떻게든 재협상을 해서 고치도록 해야지, 미국이 무섭다고 협상 내용은 고치지 않고 민간 수입업자들을 종용해서 이런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하면, 사실상 정부가 민간업자들에게 각서를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건 국제 무역 관례상 말도 안되는 얘기겠고요.
몇년 전에 학교 급식에 관련된 지자체의 조례에 국내산을 명시했다가 WTO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효화되었던 건만 하더라도 유명한데도, 이 이명박씨는 뭘 아는지 모르는지 일을 이딴식으로 하니까 문제를 점점 더 키우고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이미 사고 쳐놓은 거 제대로 수정하자면 미국 성질 건드리게 되겠고 하니까 국민들 똥꼬 조금 긁어주는 수준에서 무마하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나본데, 그 아이디어라는 게 일반 국민들도 뻔히 예상할 수 있었던 꽁수에 불과했고 그런 꽁수를 부려서 안그래도 대형사고 쳐놓은 걸 더 초대형사고로 키울까봐 국민들이 더 걱정했던 것 아닙니까.
이 정도면, 코메디도 블랙 코메디죠.
정말 웃기는 일인데 웃음은 안나오고 한숨 소리와 가슴치는 텅텅 소리밖엔...
이번 협상문 그대로 두고 그냥 가서 일단은 고비를 넘어가자는 속셈 모를 바는 아닌데, 넘어가고 나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고 무역, 외교 마찰도 오히려 더 크면 크지 절대로 작지 않단 말이죠. 미국이 절대로 협정 수정을 해주지 않겠다고 배를 째면 고시를 무기한 연기해서 무효화하더라도, 물론 당장 마찰이 아주 크겠지만 고시까지 해놓고 나면 내년, 내후년, 내내후년, 그렇게 아주 오랜 후까지 발목을 잡히고 절뚝거리게 될 거란 말입니다. 잔금까지 지급해서 계약서 효력이 완전히 발효되기 시작하면 그걸 뒤엎기는 잔금 지급 전보다 몇배로 더 힘들어진단 말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아서 이토록 속보이고 미련한 짓들을 줄줄이 해대니, 물론 일부는 그 수준에 맞는 국민들도 있어서 아직도 뭔가 비틀어지고 무너져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이명박 잘한다 박수질만 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겠지만, 나머지 웬만큼은 머리가 돌아가는 국민들은 속타고 똥줄이 탈 밖에요.
차라리 보수라면 제대로 보수질을 하든지, 생각이 없으면 참모라도 좀 제대로 된 사람을 등용하든지, 참모라는 장관, 비서관들도 그나물에 그밥이라고 대통령 못지 않은 비상한 돌머리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언행들로 기자들만 연이은 기사거리들로 신바람나게 해주고 있는 데다가, 그나마의 돌머리조차도 자기 직분에서 해야 할 일보다 이명박씨의 의중 읽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어이없고 만만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니, 미국 대사 따위가, 아무리 초강대국인 미국이라지만 일개 국가의 대사 따위가 야당 당수인 손학규씨한테 전화질을 해서 시비를 걸어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288880.html
그래놓고는 "사적인 대화를 공개했다"고 또 시비, 아니 손학규씨하고 버시바우씨가 친구라도 되나? 한 국가의 제1야당 당수와 타국의 대사 사이가 사적인 관계인가? 같이 모여서 고도리라도 한판 쳐본 사이인가?
이제 12시가 넘어, 오늘이 100일이라던가요?
그 짧은 100일만에 사고라는 사고는 다 쳐놓은 주제에, 대국민 성명을 한다네요?
또 무슨 어처구니없는 무개념한 말들로 국민들 속을 다시 한번 뒤집어놓으려나.
어이쿠 어이쿠...
제목의 "30개월 이하"를 "이상"으로 고치셔야 할듯..
그나저나 참 답답하시겠습니다. 저는 한국 떠나면서 다시는 한국정치 신경 안 쓴다고 다짐해 놓고, 이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