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쉴새없이 울어대는 우리 난돌이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난돌이... 뱃속에 있을 때의 애칭인데요,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눕혀놓으면 그렇게 울어대다가도, 안아들면 금새 뚝 그치고 말똥말똥 쳐다보는 것이...
뭐도 지 새끼는 귀엽다고, 그렇게 앙증맞고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정말 애기는 먹고자고울고싸고 하는 것이 일과더군요. 하루중에 아주 잠깐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는데, 그러다 금방 자버리든지 아니면 젖달라고 웁니다.
애기 덕분(?)에 담배가 엄청 줄었습니다. 애기를 안을 때마다 손을 깨끗이 씻구 양치질을 하려니
담배가 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갑 반 정도 피우던 제가.. 요즘은 하루에 반갑도 안 피웁니다.
지난 주말에 손주를 보겠다고 부모님이 부산에서 올라오셨더랬습니다.
뻔한 거겠지만, 애기를 보고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르시더군요.
토요일 밤에 한참을 울던 애기까지 모두 잠들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던 어머니가 제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할아버지의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제가 태어났을 때, 제 할아버님께서 그토록 완고한 종가집 큰어른의 모습은 어데로 가고 제가
너무 귀여워서 들었다놨다 앉았다 일어났다, 어딜 나가셨다가도 뛰다시피 돌아오셔서는 또 저를
안고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 평소의 굳은 얼굴과는 너무나 달라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고요.
그리고 오늘 아버지의 모습이 그때의 할아버님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아서 혼자 많이 웃으셨답니다.
자식을 가져봐야 인생을 안다고 했던가요.
저는 자식을 처음 낳고 이제 인생을 알았다고 느꼈지만...
아버지는 손주를 처음 가지고 이제야 비로소 인생을 알았다고 느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고, 그래서 열살때도, 스물, 서른때도, 그리고 마흔, 쉰, 환갑을 지나 회갑까지
살았더라도 인생은 항상 새롭고 이제야 인생이 시작된 것처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언제나 우리 애기처럼 삶을 배워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모처럼 제 서른둘의 나이가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삶을 배우고 있고... 십년후에도... 저물어갈 한 50년쯤 후에도...
그때도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배울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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