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어는 과거 PC통신에서 시작된 문화이기도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속 모뎀으로 텍스트 위주의 통신이 바로 그때죠.

하이탈, 나우누리, 천리안. 이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한글과 영어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축약형 단어를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

축약형을 씀으로서, 발음과 속도에서 장점을 얻는다는 거죠.

우리의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한글자를 이루기 때문에, 이 축약이 어렵습니다.


통신에서는 아무래도 텍스트로 하다보니, 빠른 타자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이 타자를 빨리 치는 수준은 아니고

더욱이, 빨리 친다고 해도, 말하는 정도보다는 반응이 늦습니다.


통신어체가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는, 이런 문제점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통신어체가 한글 파괴다. 라고 하는 말에는 약간의 이념이 들어간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신어체는 '기존의' 한글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말해, 보수적인 개념이 없지 않다고 보겠습니다.


우리가 국어 시간에 늘 배우듯이, 언어 역시 역사성을 띄는 동시에, 발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까지 기존 한글체제만을 고집할수는 없으며,

대두되는 문제점과 새로운 문화에 맞춰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통신어체도 그런 현상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디씨언어도 새로운 문화에 힘입은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외계어라든지, 위에서 적은 귀염체-_-; 같은 경우는

뭔가 더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 비효율적이므로, 당연히 여기서 제외됩니다.

통신어체를 옹호하자는 입장이 아니라

통신어체가 점점 생겨난다는 것은, 시간과 문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풍조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결정해서, 발전을 꾀할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한글 파괴다 해서 막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도, 몇몇 통신어체는 아주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_-;


역사와 전통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언제까지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며

과거 그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한글 역시 처음 창제 때 부터 계속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발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통신어체라고 비판하며 제제를 가할 게 아니라

왜 그게 생겨났고, 어떻게 해결하고, 문화적으로 흡수할 건지를 고려해 봐야할 것입니다.



덧말. 통신어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니 그에 대한 답글은 무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