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6백만이 다 아는 왕초보가 음주운전을 하다...
지난 토요일 오프모임의 일입니다. 마나님이랑 술 안마신다고 철통같이 약속을 하고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약속시간인 다섯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만해님 한분만 앉아계시더군요. 잠시 조잘조잘 잡설을 떠들다가,
한참 썰을 푼 후유증으로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서리, 메뉴판 주세용~ 했지요.
습관적 혹은 반사적으로 맥주를 시킨 것이 화근...
500cc 한잔을 거의 다 마시고서야 차를 갖구 온 걸 떠올린 겁니다. 헉~
그 이후로는 콜라만 마셨는데...
네사람이서 오프 마치고 일어난 시간이 열시가 넘었으니 500cc 마신 게 어언(?) 다섯시간 전...
게다가 다섯시간 내내 제 특기인 주접으로 떠들어댔으니, 당연히 몸속의 알콜은 공기중으로 다 날아갔으리라
생각을 하고 핸들을 잡았슴다.
포럼에 다시는 못들어올 뻔 했슴다...
오프모임 장소가 삼성역 인근이었으니, 구리로 돌아오려면 88을 타는 게 가장 빠르지요.
그래서 종합운동장쪽 진입로로 들어가려구 했지용.
마침 다시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 엄청나게 시끄러운 빗소리하며, 와이퍼가 쉴새 없이 왔다갔다하는
전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강남경찰서에서 탄천 다리 건넌 직후에 사거리가 하나 있는데, 빨간불이 정말 가끔 들어옵니다.
습관적으로(운전 얼마나 했다구 벌써 습관?) 그냥 지나다니곤 했었는데, 하필 그때 빨간불이었나봅니다.
신나게 밟고 사거리 중간쯤을 지나는데 빠앙~ 하는 소리가 들려서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봤더니,
좌우 양쪽에서 차들이 신호를 받아서 들어오다가, 미친넘처럼 달려오는 저를 보고 급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겁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중이니 당근 브레이크가 안먹었겠죠? 주루룩~~~
머리카락 가닥가닥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 순간적으로 더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엑셀을 있는 힘껏 밟았습니다.
그래서 겨우 충돌하지 않고 지나왔지요.
그 퍼붓던 빗속에서 들렸을 리가 없었겠지만, 뒤통수로 자꾸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더군요.
이대로 88 타면 장의차 내지는 엠뷸란스 갈아탄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그래서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차를 세웠습니다. 한 1시간? 정도 쉬었죠.
그리곤 좀 정신을 차렸다 싶어서야 다시 출발했지요.
집에 오는 내내 평소 달리던 것보다 20~30km 이상 낮게 달리고, 기어도 한두 단 정도 내려잡고 왔습니다.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차들이 다 서행하기는 했지만... 저는 88에서 40 밟고 왔슴다... --;;;;
빗길이 미끄러진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더군요. 심한 호우로 도로 여기저기가 패여서 물이 고여있었는데,
차 타이어가 그 고인 물위를 떠서 미끄러지면서 간다는 느낌이 팍팍 오더군요.
그러니 핸들이 자꾸 비틀리고... 하도 꽉 붙잡고 와서, 도착하고 보니 양쪽 손바닥, 팔뚝과 허벅지가
뻐근하두만요.
정신이 없었던 것이 꼭 술때문은 아니었던 거 같고..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밤에 운전한 것이 처음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정말 십년감수한 날이었습니다.
음주운전을 하지 맙시다~~
기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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