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토론 프로를 '즐겨'보는데, 시빌리언님의 생각에 동감합니다.
아니.. 보기 전에는 기대하고 기다리지만 끝날 때쯤 되면 부아가 치미니, 즐겨본다는 말에 좀 어폐가 있군요.
정말 정연한 논리를 펼치는 제대로된 패널들을 보기가 힘듭니다.
특히, '말과 논리로 먹고사는' 정치가들과 교수들이 어떻게 그 외의 다른 사람들보다 한 수 더 뜨는지,
그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정치가나 교수로 밥을 먹고 사는지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 백인토론은 못봤지만.. 그저껜가 MBC의 100분토론은 봤습니다. (한끗 차이군요. '인'<->'분' --;;)
보수단체들의 시위에 대한 주제였는데요, 그래도 이번엔 패널 한 사람 건졌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이라는 김근식 교수였습니다. 토론 중 시종일관 냉철하게 임하면서, 인정할 것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멋진 토론자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반북시위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다들 맘에 들었던 건 아니었죠. 기대와는 달리 컬럼니스트
진중권씨의 토론 자세는 역시 꽝이었습니다. 토론이 진행되다 보니 감정에 치우쳐 열을 막 올리더군요.
물론 다른 토론자의 말을 끊기도 자주...
같은 교수라면서도 보수단체를 대변하기 위해 나온 국민대 사회학과 모 교수는 아주 0점이었습니다.
사회학과 교수라는 직함이 정말 안타깝더군요. 뭐 보수단체이자 이번 사태를 주도한 단체중 하나인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라는 분은 뭐 그야말로 들어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냉전사고의 화신이다보니
말이 전혀 안통하고... 그나마 같은 보수단체를 대변했어도 자유시민연대 대변인이라는 분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습니다.
몇주 전에는 위도 핵폐기장 관련 토론을 하는데, 마무리를 할 때쯤 방청객이 뛰어나와 난리를 치더군요.
조리있고 진지하게 발언을 하고 있는 부안군수의 발언 도중에 갑자기 뛰쳐나와 욕설을 퍼붓더라구요.
전 핵폐기장에 대해 부안군 시위자들이 좀 지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긴 하지만, 그 토론에 대해 최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시청중이었는데, 그 한사람으로 인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부안군민들에
대해 생각이 굳어져버렸습니다. 어떤 사리 판단이 아니라 단순히 감정만 격앙되어 있을 뿐이라구요.
아마 그 순간에는 다른 많은 시청자들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100분토론을 즐겨보는(?) 이유는, 손석희라는 뛰어난 진행자 때문입니다.
뭐 다른 분들의 평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손석희씨가 정말 토론을 잘 진행한다고 봅니다.
한번씩은 토론의 양쪽 패널들 모두 말도 안되는 논리로 삽질을 할 때도 있는데, 그런 최악의 사태에도
손석희씨의 사회는 큰 무리 없이 토론을 진행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KBS나 MBC의 사회자들은 토론회의
흐름을 장악하지 못하고 목소리 큰 사람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 손석희씨가 아주 미미하게나마 진보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좀 걸립니다만.)
그래도 역시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사회자의 자질이 아닌 패널들이 중요합니다.
아주 간혹이지만, 양측이 논리정연하고 서로에게 귀를 연 패널들을 보면 설혹 제가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측의 의견이었더라도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토론장이 엉망이 되고 패널들이 고성으로 열을 올리는 토론회를 자주 보다보니, 토론자의 자질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가, 혹시라도 우리 국민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아직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청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열을 내는 목소리 큰 토론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버릇이
있는 것이 아닌가(어쩌면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 말인 '식민지근성'의 잔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그리고 저 정도로 빈약한 논리와 일방적인 주장에도 앞뒤가리지 않고 동조할 만큼 지각없는 시청자(국민)가
충분히(?)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그럼...
civilian 님이 쓰신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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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호주제 폐지를 주제로한 백인 토론회를 밤 늦은 시간까지 보았습니다.
: 줄간중간 채널을 돌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쾌한 기분이었지만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 궁금해서 끝까지 시청했지요.
:
: 그러나, 역시...
:
: 엉터리 시스템, 능력없는 진행자, 수준미달의 패널들과 한심한 참관인...
: 토론회에 나온 패널들은 대학교수, 사회단체 지도자, 법조인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란
: 사람들인데 초등학교 학급 토론보다 더 낮은 수준의 토론을 보여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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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발언을 끊고 불쑥 끼어드는 무례함,
: 자신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에 대해 나타내는 노골적인 비웃음...
:
: KBS는 당장 이런 저질 토론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 아니면 정말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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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아이들의 인성교육이나 다양한 경험등은 등한시 한채 입시공부로만 내 몰고 있는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된 문화가 정착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