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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한달여 남은 총선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야의 날카로운 대치로 ‘물갈이’나 정책 이슈는 모두 사라지고,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격렬한 공방이 총선 선거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 과정에서 서로 생각을 달리하는 세력간의 대치도 한층 격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이 일정대로 치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대통령 탄핵을 밀어부친 기세를 몰아, 선거법 개정을 통한 총선 연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두 당이 모두 지지율 하락으로 다가오는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못할 것이라는 사정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이 혼란스럽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총선 연기 불가피론이 득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관위나 한나라당 쪽은 예정대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호열 선관위 선거관리실장은 “총선은 탄핵안 가결과 무관하게 선거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영향받을 게 없다”며 “총선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도 탄핵안 가결 뒤 기자들이 총선 연기 가능성을 물은 데 대해 “법으로 정해진 일정인데, 어떻게 연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연기론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탄핵안 발의 뒤 두 당에서 총선연기론과 함께 개헌론까지 제기된 사정을 감안할 때, 정치일정이 새롭게 짜여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이 나면 국민의 뜻을 모아 다음 대통령 선거를 할지, 개헌을 할지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결정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앞으로도 예측을 뛰어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셈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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