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었죠.
어젠 같이 계셨던 분들과 한잔 하고 돌아오는 바람에 늦어서 바로 잠을 잤습니다.
어제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한참 늦게 출발했었습니다.
천호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중간쯤 왔을 때, 안내방송이 나오더군요.
집회때문에 광화문 역에서는 무정차로 통과하니 광화문에 가실 분은 종로3가역이나 서대문역에서 내리라구요.
종로3가에서 내려서 좀 덜 걸으려고 1호선을 갈아타고 종각역으로 갔습니다. 종각역을 빠져나가자마자
엄청나게 운집한 우리의 동지들이 보였습니다. 종각역 지하철 출구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초를 나눠주고
있었구요. (이 초와 종이컵들은 모두 그 전날 시위에서 모금했던 돈으로 산 것입니다)
종각역 사거리에서부터 촛불을 든 사람들로 꽈악 들어차있었습니다.
사물놀이패들이 신나게 꽹가리를 두들기고 있었고, 넘실거리는 촛불들은 까마득하게 끝이 없었습니다.
먼저 도착했다는 류종택님을 만나려고 교보문고로 향했습니다만,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30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가는 도중에 명계남씨도 봤습니다. 어제는 잠깐 사회를 보시더니, 오늘은 사회를 보지 않고 지지자 몇명과
함께 교보빌딩 앞에서 기념촬영하자는 사람들을 위해서 포즈만 취하고 있더군요. 반가워하는 촛불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하는 그 모습에서, 사회를 보면서 독설을 퍼붓던 모습보다 더욱 더 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류종택님은 PHP스쿨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쪽에서 참석한 몇분과 함께 계시더군요.
박진수님께 연락해보니 종로방향에 계셔서, 교보문고 앞으로 오시라고해서 합류했습니다.
도무지 앉을 자리가 없어서, 통제된 광화문 일대를 크게 돌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겨우 무대 근처에 틈을
찾아 앉을 수가 있었답니다.
어제 시위의 절정은 안치환이 즉석무대에 나타났을 때였습니다.
한양대에 다니고 있을 때 학교축제에서 라이브로 안치환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때보다 훨씬,
너무나 우렁차게 노래를 불러주어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떨던 모두의 가슴을 녹이고 다시 불태워
주었습니다.
어제의 시위장은 흡사 축제장 같았습니다.
'탄핵무효!'를 외치는 얼굴 얼굴들은 온 힘을 다해 악을 쓰고 있었지만, 그 모든 촛불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가득했습니다. 193명의 썩은 쓰레기들이 망쳐놓은 이 나라에, 그래도 함께하는 수만개의 다른 촛불들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몸을 떨며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0시가 조금 넘어 어제 시위의 일정이 모두 끝난 후, 류종택님, 박진수님, 그리고 PHP 스쿨의 몇분, 저까지
모두 여덟 촛불들은 그냥 헤어지기가 너무나 아쉬워 술한잔을 했답니다. 오늘은 좀 일찍 만나서 식사를 하고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시위는 일곱시입니다. 하지만 일곱시에 맞춰오시면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드실 거구요.
30분정도는 일찍 오셔야 멀리 돌아서 걷지 않고 광화문역에서 내릴 수도 있습니다.
저와 어제 모였던 분들은 여섯시까지 모이기로 했습니다.
어제 메일로 온 컬럼들을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군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여러분은 생각하는 대로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사는 대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선택은 역시 각자의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