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딘가에도 쓴 거 같은데, 좋은 넘이건 나쁜 넘이건 일단 정치판에 들어서면 가장 필요한 것은 눈치입니다.
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빨랑빨랑 눈치를 채야 욕 덜 먹고 목 안잘리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지 잘난 넘이고 아무리 지고지순의 선을 쫓아 행하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민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조때로 우기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도 없고 살아남아서도 안됩니다. 정치인은 학자나 종교인, 판검사가
아니라 민의를 살펴서 그것을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나쁜 넘이라고해도 민의를 빨랑빨랑 파악하고 이용해먹거나 영합하는 넘들이 오래 살아남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물론 한나라당도 마찬가집니다만)
한때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는데, 그때 제가 좋아하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우리당 딴살림을 차렸고,
그나마 쬐금이라도 맘에 들어했던 추미애나 김영환 같은 정치인은 이번 탄핵 파동으로 폐기처분되었습니다.
(아래 좃선 보고 있는 사진, 정말 엽기군요)
조순형 대표, 전혀 정신차릴 줄 모르고 열병 걸린 것처럼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습니다.
쓸만한 놈들 다 빠져나가고 그 기회에 한자리 차지한 김경재, 아주 조순형이와 환상의 커플로 헛소리를
제대로 해대고 있습니다. 조순형과 김경재 이 환상의 복식조의 최근 며칠간의 언행록을 따로 모아 배포하면
아마 개그맨들 밥벌어먹기 힘들 거 같습니다.
그나마 한나라당은 반백년에 빛나는 전통의 꼴통 수구들을 아직 많이 거느리고 있어서 당장 당이 망할 정도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정당 지지도는 원내에 진출하지도 못하고
있는 민노당에게도 뒤져서 알려진 모든 정당 중에 꼴찌를 하는, 정말 '쪽팔리기' 짝이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텃밭중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조차 지지율이 우리당에 뒤쳐져 있으니 정말 할말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폭락한 주가보다 민주당을 더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은,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전혀 세상물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소속 지자체장들은 잽싸게 눈치를 채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정치판에서의 눈치가 정치인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썼던 것이 이것 때문인데, 그나마 지자체장들
같은 경우 중앙정치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는 입장이고 하다 보니 민의를 조금이나마 깨닫기 쉬운 위치여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사를 보니, 전남도지사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우리당에 입당했군요. 그 외에도 군수/구청장급 지자체장들이
줄줄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있네요. 중앙당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역시 민의와
대세가 기울었음을 중앙당의 꼴통들보다는 빨리 깨달은 탓이 가장 클 것입니다.
이런 끝도 없이 추락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이렇게 욕을 먹지?'라는 생각보다,
'도대체 언넘이 음모를 부리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민주당에는 더이상 희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원래 그런 넘들이라는 거 잘 알려진 상식입니다만
민주당은 한때 믿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한때 꽤 좋아했던 거물 정치인, 김대중 전대통령에게도 큰 책임이 있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대선시기에 자신의 수하 정치인들이 노무현의 선거 활동을 암암리에 방해하고 선거 비용등을
모두 틀어쥐고 한푼도 내주지 않았던 것을 인물 관리형의 정치인인 김전대통령이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김전대통령은 묵인했던 것입니다.
노무현쪽 대선자금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정상적인 당 자금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시기했던
민주당의 기득권층에서 자금을 틀어쥐고 한푼도 내주지 않았던 탓이 가장 큽니다. 당시에 노무현을 지지했던
신해철이 최근에 쓴 글에 따르면, 대선 직후 노무현 진영에서는 돈이 없어 노무현 자신은 물론 선거 참모들의
카드가 모조리 정지 상태였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대선의 초반에, 저는 노무현을 조금 지지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민주당 경선이 끝나던 즈음까지는
노무현이 아니면 안된다는 정도의 열성적인 팬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선거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한참
돌아다니던 노무현의 미담이나 플래시 등에 마음이 동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선 동안에, 경선의 경쟁자들이
정말 황당한 논리로 노무현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노무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같은 당에서 최소
수년 이상 동지로 살아온 정치인을 왜 저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로 공격할까, 하는 의구심이 시작이었습니다.
제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고소해할 분들도 많겠지만), 민주당이 지금 끊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입니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해보려는 사람을 어떻게든 해코지하려 애쓰는 넘들은 반드시
댓가를 치른다는 좋은 선례가 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합니다.
아, 제가 노무현의 열성팬이기는 하지만,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노사모 회원이 몇명이나 될까요) 노무현을
위해 발로 뛰어본 적 한번도 없습니다. 이번에 탄핵반대 집회에 열심히 다니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
노무현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집회에 참석하는 다른 대부분의 시민들처럼,
씨바, 감히 국민들이 반대하는데 썩어빠진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작은 허물을 트집잡아 끌어내리는 데 분노한
탓이고, 또 이대로 국회의원들을 그냥 놔두면 또 무슨일을 벌일 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 제1당, 민노당 제2당의 구도를 바라는데, 안정개혁쪽이 다수를, 급진개혁쪽이
차석을 차지하는 것이 정치발전에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런 구도가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괜찮군요.
그러나 저러나, 한나라당도 폭삭 무너지기 보다는 좀 정신을 차리고 쇄신해서 군소정당으로나마 깨끗한 보수
세력으로 남아주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그래야 도무지 설득이 안되는 수구적 국민들을 좀 교화라도 시킬
것 아닙니까. 또, 제가 50대가 넘어 제 정치성향이 좀 보수화된다면, 그때 지지할 정당이 전혀 없다면 황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저 제 개인적인 바람일 뿐, 가능성이 전혀 안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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