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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8781] 6일째 광화문 집회 후기...
박지훈.임프 [cbuilder] 1012 읽음    2004-03-18 00:50
오후 7시, 정시에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죠. 비가 올거 같아서 아무도 안나온 건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안나온
건가...? 이미 어딘가에서 '오늘 촛불집회는 쉽니다'라고 공지를 했는데 후다닥 나오느라 못본 건 아닌가...?

몇분 정도 멍하게, 어제까지만 해도 촛불들이 가득 메웠던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서있다가, 문득
어디선가 함성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딘지 정확하게 방향을 짚을 수는 없었지만 바로 근처는 아닌 듯 해서,
일단 맞은 편 우체국 쪽으로 건너가봤습니다. 함성소리는 미처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도 전에 또 그쳤고,
또 1~2분 정도 멍하게 서서 다시 함성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지요. 다음번 함성은 가까운 데서 들렸습니다.

다시 거기서 맞은편, 그러니까 교보빌딩에서 사거리 건너편인 동화빌딩쪽에서 들리더군요. 지하도로 건너가
보니.. 역시! 이글대는 촛불들이 동화빌딩 앞에 운집해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좀 있다 류종택님이 도착하셔서 같이 끼어 앉았답니다.

오늘의 집회 진행은 지난 일요일 집회에서 중반 이후 진행을 맡았던 여성운동가 오한숙희씨가 맡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이번 행사가 불법이라는 규정으로 인해, '촛불 문화행사'의 허울을 뒤집어써야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재밌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탄핵무효!' 구호를 외치는 횟수도 좀 줄었구요. 선동적인 탄핵 규탄의 외침 대신, '이철수'라는 실제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운 미술가의 판화에 씌어진 문구를 읽어준다는 형식으로 하더군요.
가장 재밌는 것은, 촛불 문화행사를 위한 최첨단 전자장비의 등장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노래방 기계였씀다. 컥~~~! 오늘 집회는 광화문 동네 노래자랑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임다.
시민들이 차례로 올라와서 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내려갔는데요.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혹은 대중가요를
개사해서 부르거나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운도아자씨의 '차차차'는,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를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국민소환~'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민소환은 탄핵이든 국회의원 해임이건 국민들이
직접 하는 제도로서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회를 맡은 오한숙희씨는 노래 중간중간마다 둘러싼 경찰과 선관위 직원들에게 들으라는 듯(혹은 비꼬는 듯),
"오늘의 '광화문 동네 노래자랑'은 역시 문화행사 맞죠?"하고 묻곤 했습니다.
나름대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만, 경찰들의 눈치를 보면서 행사를 한다는 것이 몹시 귀찮고 거슬렸습니다.
경찰청장이 한나라당으로부터 한자리쯤 약속받은 것은 아닌지...

기온도 많이 떨어진 데다, 바람까지 엄청나게 불어대더군요. 지금이 한겨울이라고 해도 아주 추운 날씨였습니다.
전 요즘 아예 시위복장, 즉 두꺼운 스웨터와 코트를 껴입고 다녀서 갑자기 닥친 이런 기습 한파에도 그럭저럭
견딜만 했습니다만, 다른 시민들은 가벼운 봄 복장으로 참석한 분들이 많아서 오들오들 떨면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게다가 동화빌딩 앞쪽이 특히 바람이 심하고 그 방향도 쉴새없이 바뀌어서, 촛불을 지키고 있기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결국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다시 켜는 것을 대부분 포기하고 '탄핵무효'라고 쓰인 카드만
흔들면서 행사를 이어갔습니다. 쩝... 그래도 명색이 촛불집회인데, 몇사람쯤은 촛불을 켜놓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계속 라이터를 긁어대며 촛불을 켰습니다. 아마 2시간여 집회동안 촛불을 다시 켠 것이 60~70회 정도는
될 듯...

그 얼어붙게 추운 와중에도,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아주 적었습니다.
아마 오늘 집회에 참석한 분들 중 상당수가 감기로 고생을 좀 하실 거 같습니다.

아참, 오늘 이번 촛불집회의 최대 히트곡인 '너흰 아니야'를 비롯 Fucking U.S.A,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낸 작곡가이신 송앤라이프닷컴의 윤민석씨가 직접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선물도 하나 챙겨오셨는데, 그것은 '대한민국 헌법제1조'라는 신곡이었습니다.

헌법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다',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
으로부터 나온다'인데, 이 두개의 항을 노랫말로 해서 노래를 만드셨더군요. 아주 단순하지만 한번만 불러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고 꽤 리듬이 흥이 나는 괜찮은 곡이었슴다. 윤민석씨왈, 방금 만들어서 샘플링해서 바로
갖고 온 거라 송앤라이프닷컴 사이트에도 아직 못올리셨다나요. '너흰 아니야'의 뒤를 이어 최대의 히트곡이
될 전망...

그래도.. 너무 추웠습니다. 전철을 한시간 반이나 타고 오는 동안에도 벌겋게 얼어버린 손이 다 녹지 않더군요.
집회에서는 당근 양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을 수가 없으니 암만 옷을 단단히 입었어도 손이 어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언 손이야 얼마 지나면 녹지만, 193명의 천인공노할 개들에게 틈을 주면
1달도 안남은 동안에도 뭔짓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

내일 또 후기는 계속됩니다. 그럼...
kongbw, 광양 [kongbw]   2004-03-18 02:02 X
감기 조심하세요~~~
내일은 엄청 추워진다고 하내요...
준비 단단히 하시구요~~~~

힘내세요~~~ 홧팅~~~~~~~~~~~!!!!
박지훈.임프 [cbuilder]   2004-03-18 02:03 X
감기.. 이미 걸렸슴다. 콧물 훌쩍~
걱정해주셔서 감사~~
kongbw, 광양 [kongbw]   2004-03-18 02:14 X
감기 걸리셨을 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하내요~~~
무우를 주세요... [onemind555]   2004-03-18 07:24 X
정말 대단 하십니다..
civilian [civilian]   2004-03-18 11:32 X
아~ 불행히도 전 감기 몸살로 앓아누워서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감기에 잘 안걸리는 편인데 며칠째 집밖 출입도 못하고 누워만 있네요.
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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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1 6일째 광화문 집회 후기... 박지훈.임프 1012 200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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