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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4] 박근혜의 실체-펀글
바람 [] 859 읽음    2004-03-27 13:14
한겨레 메일익스프레스에 올라와 있는 안수찬 기자의 글입니다. 한나라당 출입 기자인 만큼 그의 글에서 한나라당의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원제는 '한나라당의 최후7'입니다.

한나라당의 ‘토양’을 전제로 생각해 볼 때, 박근혜 대표 체제의 출범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멀리는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는 ‘수구정치세력’의 정통성을 더 강화해 총선을 치르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중이 정확히 반영된 것이다.

 이회창 체제의 서청원이나 최병렬 체제의 홍사덕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지만, 그 배경을 뗀 서청원과 홍사덕은 조직의 수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나라당 당원들의 정서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당 출입기자의 절대다수가 ‘누구도 과반지지를 얻지 못해 2차 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박근혜 대표가 1차 투표에서 간단히 게임을 끝낸 힘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박근혜 체제는 최병렬 체제의 에필로그다. 대선 패배 이후 ‘보수로 돌아가자’며 영남권 보수핵심 지지층의 공고화에 힘을 쏟았던 최병렬 대표의 정신이 그대로 박근혜로 이어졌다. 홍사덕도 이를 약속하긴 했는데, 민정당 때부터 이 당을 지켰던 ‘핵심당원’들이 그의 공언을 신뢰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에서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

 당내 정치지형으로 눈을 돌리면 박근혜 대표 체제 탄생의 또다른 ‘필연성’이 발견된다. 최병렬 대표의 사퇴가 공론화됐을 때, 차기 대표 1순위로 거론된 것이 박근혜였다. 이유는? 그가 누구도 헤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당내 모든 정파와 그룹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만만한’ 인물이었다는 이야기다. 뚜렷한 계보도 없고, 더구나 총선 직후면 곧바로 대표의 권위에 금이 갈수밖에 없는 ‘시한부 인생’이다.

 행여 총선 이후에 대한 ‘흑심’이 있고, 더군다나 이 흑심을 실현시킬 ‘물리력’까지 갖춘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누군가는 강력한 견제에 나섰을 테지만, 적어도 박 대표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문제제기는 없었다. 당내 중진이나 소장파나 이 점에서는 한결 같았다.

 (유독 한사람, 최병렬 전 대표만은 홍사덕 총무를 ‘후원’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자체가 그다지 ‘필사적’이진 않았다. 최병렬-홍사덕, 이 두사람의 관계는 자기들끼리 따로 셈을 치러야하는 사이였던 것으로 이해하면 족할 듯 하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박근혜 대표가 마치 최병렬 대표 체제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고 수습하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오해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럴 뜻이 없거나 그럴 힘이 없다.

 차떼기로 대표되는 당내 부패구조를 근원적으로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정당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고, 구체적으로는 그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에 대한 대대적 청산에 나서야 하겠지만, 이런 ‘내부 숙청’의 힘이 그에겐 없다.

 탄핵에 대해선 그 스스로가 “철회는 불가능하다”고 이미 공언했다. “이제와서 바꾸는 건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는 게 그 이유인데, 곰곰히 들여다보면 이 발언이 의식하고 있는 ‘대중’은 한가지 종류다. 처음부터 탄핵을 지지했던 한나라당 핵심지지층이다. 그들의 일부로부터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탄핵에 반대하는 ‘다수’의 일부를 끌어당길 뜻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 체제 출범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뭔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할 물리적 힘도, 시간적 여유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에 대한 집행 프로그램이나 ‘철학’도 갖고 있지 않다.

 차떼기 했던 그 구조 그대로, 직접 민주주의를 짓밟고 탄핵을 강행했던 그 정신 그대로, 그 속에서 재선, 삼선을 노리는 인물들 그대로 이번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최병렬 프로그램’에 의한 동력 그대로 총선까지 돌파한다는 이야기다.

 당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모셔온’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최병렬 대표 스스로 자신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상위순번 등을 약속하며 삼고초려했던 인물이다. 박 교수는 박근혜 대표가 영입한 게 아니라, 최 대표가 뿌린 씨앗을 박 대표가 그 열매를 따낸 것에 불과하다.

 비례대표를 전문가 그룹 등 참신한(?) 외부 인사로 채워넣겠다는 발상도 박근혜 대표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최 대표가 그런 방식의 공천을 구상했고 사실상 실행 단계에 들어간 상태였다. 

 당사 매각을 추진한 것도 최 대표였고, 천막 당사를 포함해 뒤이은 후속조처를 준비했던 것도 최병렬 대표다. 이번에 선대본부장을 맡게된 이상득 사무총장을 ‘관리형’ 중진으로 선대위 체제에 끌어들인 것도 최 대표다.

 최병렬 대표 시절, 일련의 이런 ‘쇄신 프로그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무엇이었나. 바로 근원적 해결없는 미봉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이제 박근혜 대표에게도 이어진다. 

 박근혜의 미봉책은 조계사 삼천배다. 실제로 삼천배를 한 게 아니라, 밤새 삼천배를 하려고 해질무렵 법당에 들어간 불자 옆에서 108배 정도를 하고 나온 거다. 

 그 108배로 ‘참회’를 한다는 데, 그 참회가 무엇에 대한 참회인지, 참회하면 ‘정치적 악업’이 용서되는 건지, 혼자 참회하면 그걸로 끝인지, 참회 이후에 어떻게 거듭나려 하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는 비어있다. 다만 ‘참회했다’는 기표만 둥둥 떠다닐 뿐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박 대표의 본질이 있다. 그는 ‘인격적인 수준에서는’ 생각한 대로 말하는 ‘기표-기의 합일체’를 이뤘지만,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그 생각을 채울 실제적 내용없이 이미지만 존재하는 ‘기표 덩어리’다.

 박근혜 대표의 ‘실체’를 알고 있는 당내 정치세력들이 그를 군말없이 후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로서의 기표’만 떠다니는 박 대표가 딱 그만큼의 역할만 해주면 좋겠다는 거다. 각자의 영역을 근원적으로 침범하지 않고, 당 이미지를 어느 정도 순화시키면서,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핵심 지지층을 다시 불러모으는 역할만 해달라는 거다.

  그거면 충분하지, 그 이상을 바랄 게 없다는 거다. 박 대표가 ‘근원적 위기’에 처한 보수정치세력의 환골탈태에 대한 어떤 프로그램과 집행력을 갖고 있는지는 처음부터 고려대상도 아니었고, 신경을 써야할 ‘내용’도 없다.

  그래서 박근혜 대표는 ‘리더’라기 보다, ‘간판’이다. 주방장도 종업원도 식당도 바뀌지 않았는데 단지 간판만 새로 내다 걸었다. 처음부터 그들은 그것을 원했다.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그 ‘기만’에 홀려 우리는 그들이 민주주의의 일반원칙만은 훼손하지 않을 것임을, 그들도 우리처럼 ‘민주공화정’의 일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번 더 못이기는 척, 몸을 맡겨 볼 뜻이 있는가?

  이제,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층은 다시 집결할 것이다. 최병렬 전 대표가 원했던 대로, 박근혜 대표가 바라는 대로, 영남권의 한나라당 지지층이 잠시 넋을 놓았다가 다시 모이고 있다. 그 세력, 어디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열에 넷’이 다시 모인다.

  나는 박근혜 대표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본다. 최병렬 전 대표의 웃음을 본다. 철학없이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박정희 대통령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역사’는 없다. 87년 6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기본틀에 대한 아무런 의심도 없었던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의 의도하지 않은 ‘무책임’ 때문에, 지금도 ‘열에 넷’은 박통을 꿈꾼다.

  군사정권과 위태롭게 타협했던 ‘대통령 직선제’의 그 참여 민주주의 정신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위태롭다. 하여 민주주의가 근본부터 무너지는 시대에, 그 민주주의를 깔아 뭉갰던 박통을 그리며, 다시 수구세력이 집결하려는 조짐에 대해 나는 그저 처연하다. 다 내 탓이다. 우리의 탓이다.
박지훈.임프 [cbuilder]   2004-03-28 05:32 X
제 시각과 비슷합니다만 훨씬 더 날카롭군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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