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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6] 한겨레: 포퓰리즘과 의회민주주의
박지훈.임프 [cbuilder] 2198 읽음    2004-04-02 11:49
지난 3월12일 국회에서 일어난 대통령 탄핵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 탄핵국면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아직도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 절차 민주주의의 준수 문제와 포퓰리즘의 위험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보인다. 우리 현실에서 절차민주주의 문제와 포퓰리즘 문제가 서로 기묘하게 결합됨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나 포퓰리즘은 모두 서유럽 근현대사의 발전과정에서 나온 역사적 산물이다. 먼저 우리 현실과 다르게 서유럽 역사에서 이 둘은 서로 명확하게 구별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절차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의회의 결정과정이 부당하더라도 적법한 절차과정을 거쳤으면 따라야 하며, 이를 부정하면 선동적인 포퓰리즘으로 나아갈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유럽의 역사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포퓰리즘 선동정치의 대표자인 히틀러가 바로 이 의회의 절차민주주의를 이용해서 독재 권력을 장악했다. 히틀러는 1933년 3월 의회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441표를 얻어 ‘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수권법’은 정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행동이라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이다.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법이 통과된 것이다. 그 결과 히틀러는 그해 7월 ‘창당금지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일당독재로 나아갔다. 이후 나치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채 60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 대학살과 6000만명이 넘는 전쟁 사상자를 낳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파국의 길로 치달아 갔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보면 의회의 절차민주주의를 지키면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의회의 형식적 절차민주주의만 강조하다 보면 나치즘 같은 역사적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많은 시민들이 국회의 탄핵결정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의회가 형식적인 ‘적법한 민주주의 절차’를 내세워 국민 다수의 뜻을 대변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무시하면서 ‘의회독재’로 나아갈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가 누리는 의회민주주의도 서양역사를 살펴보면 의회 내의 적법절차를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시점에서 다시 음미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서유럽 의회민주주의 역사의 발전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권 확보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보통선거권은 처음에 1789년 프랑스대혁명 같은 시민혁명을 통해 귀족에게서 중산층으로 확대되었고, 이후 1830년대 차티즘 운동 같은 노동자들의 의회 밖 선거권 획득 운동을 통해 성인 남성들에게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의 에멀린 팽크허스트나 에밀리 데이비슨 같은 선각적 여성들의 지난한 노력을 통해서 20세기 들어서야 마침내 여성들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탄핵국면을 주도한 일부 여성 국회의원이 누리는 의회민주주주의 권리도 이러한 선배 여성들이 의회 밖에서 싸워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들은 의회민주주의의 현재 결과물을 즐기지만 말고 그 역사적 성립과정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의회민주주주의 체제가 완비된 상황에서 의회 밖의 행동을 조장하고 선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의회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의회민주주의의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이를 견제하고 수정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은 서양 근현대 의회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쉽게 확인된다. 결국 서양의 의회민주주의 발전과정을 볼 때 의회 결정의 정당성은 절차의 ‘형식적 적법성’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당대 국민들의 진정한 뜻과 이익을 반영했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한 국민의 저항과정은 서양에서 도입된 의회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제대로 정착할 것인지를 검증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강성호 순천대 교수·서양사

http://www.hani.co.kr/section-001005000/2004/04/0010050002004040119072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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