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축배에 취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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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에 취하지 말자
턱걸이 과반, 당선무효에 경각심 가져야
이동원기자
'탄핵심판'을 선택한 표심이 4.15총선의 승부를 갈랐다. 박근혜 대표로 얼굴을 바꿔치기한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과 끝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노인폄하 발언' 등의 변수에도 민심은 16대 총선보다 3.4% 높은 60.6%의 투표율로 탄핵을 심판했다.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들은 '16년만의 여대야소', '열린우리당 압승'을 대서특필하고 진보진영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또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축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어느 선거보다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변수로 정국이 요동쳤고, 선거운동 과정 내내 표심은 또 다른 변수로 출렁이는 듯 했다. 극적인 승리, 과정이 그러했으니, 결과에 대한 반응 또한 폭발적이다.
4.15총선에 대한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전략적 구호는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으로 반통일 수구 반민족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한나라당 없는 선거'를 치르고 종국에는 결국 한나라당을 해체시켜 역사에서 사멸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적 구호였던 진보진영의 원내진출이라는 쾌거를 두 자릿 수 의석으로 이루어 냈지만, 한나라당이 확보한 121석은 재기의 디딤돌로 쓰기에는 충분한 의석수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에 17대 총선 당선자 중 본인이나 배우자, 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당한 사람이 전체 299명 가운데 적어도 25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당선자 본인, 배우자, 선거 관계자 등이 고발된 후보가 14명,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후보가 11명 등이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 9명, 민주당 1명, 자민련 1명 순이다. 검찰은 가급적 5월14일까지 이들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이들 중 상당 수가 당선무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달 금품 30만원 이상, 제공된 식대 총액 100만원 이상이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산악회를 구성해 1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관계자 2명이 이미 구속된 상태인 경기 부천 원미갑의 열린우리당 김기석 당선자를 비롯, 열린우리당 관련 혐의자 14명 가운데 13명이 본인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된 상태이다.
현재 당선의석수를 기준으로 탄핵반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의석수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을 합쳐 모두 137석이다. 탄핵반대 세력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의원 상당수가 당선무효된다면 투표율이 껏해야 20,3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보궐선거로 인해 정국이 다시 혼미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당선자 가운데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당한 혐의자는 모두 9명이지만 7명이 대구, 경북 또는 부산, 경남 지역이어서 뒤집어질 확률이 적은 것 또한 눈여겨 봐야 할 점이다.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총칼 없는 의회쿠데타인 3.12탄핵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 현대사의 구비구비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았던 미국의 촉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3.12탄핵에 모든 것을 올인했던 한-민-자 '탄핵세력' 또한 무너진 하늘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냉정하게 말해 4.15총선에서 반통일 수구 반민족 세력을 괴멸시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번 결과를 승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향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과반의석 확보와 민주노동당의 10석 획득으로 국민들의 한결같은 열망인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귀중한 성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6.15공동선언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배만 들고 있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이제 냉철하게 총선 결과를 평가하고 귀중한 성과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사소한 변수와 확률에도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탄핵가결 세력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총선 하루 전인 14일 명동성당에서 어린이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탄핵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중의 정치개혁과 민주수호를 향한 열망과 관심은 그 어느 선거보다 뜨거웠고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제 다시 촛불을 높이 들자. 환호와 축배는 하룻밤이면 족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