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원자바오 총리 발언의 숨은 의미...꼭 읽어보세요
번호: 5635 | 글쓴이: 이경재 | 작성일: 2004-05-05 22:00:35 | 가입일: 2001년 03월 09일 | 조회수: 210
오래 전에 이런 류의 글을 접했을 때 정신이 번쩍!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서프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놀랍습니다. 정말 서프는 대단하군요.
매우 중요한 얘기니 차분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원자바오 총리 발언의 숨은 의미"
중국과 미국의 고래등 싸움, 새우등 터지지 말아야
등록 : 박유리 조회 : 4,456 점수 : 125 날짜 : 2004년 05월 05일 (13시 13분)
지난주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경제 연착륙 관련 언급때문에 우리나라 증시는 즉각적이고 대폭적인 반응을 보여준 바 있다. 미국 연준금리 인상예상 쇼크보다 훨씬 더 큰 쇼크를 국내 증시에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의외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조금 우려된다.
물론 경제 그것도 거시경제 용어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도 이해되지만 이러한 문제는 한번쯤 심도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국경제보다 당장 먹고 살 궁리가 아무리 더 급하다고 하여도, 또 이러한 경제이슈를 완전히 압도해버린 최근의 국내 정치상황이 매우 급박하다고 하여도, 지금 이 시점에서 엄청난 무게로 우리에게 던져진 이 국가적, 민족적 숙제에 대해서 머리를 꼬면서 한번쯤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중국쇼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매우 크다. 단순히 미국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든 동안 무섭게 신흥공업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절대적 비중과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는, 단순 수치비교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월간 수출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이제 대미수출보다 대중국수출 비중이 높다. 국가수지 측면만 보더라도 대중국 흑자규모가 전체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인적교류도 조만간 대미교류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단순 입출국 규모는 미국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미 중국은 미국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파트너로 지금 막 등장하고 있는 단계이다. 국가관계에 있어서 경제적 상호의존은 정치외교적 관계를 규정하게 된다. "정치외교는 미국지향, 경제는 중국지향.." 이러한 것은 완전 불가능하다는 거다. 결국은 정치외교 관계의 축이 경제관계 축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있다. 이제 우리에게 친미/반미 이상으로 친중/반중 논쟁이 조만간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된다는 거다.
이 문제는, 세계 정치경제 질서 체제가 "팍스아메리나카" 시대에서 "팍스시니카(Pax Sinica)"시대로 넘어가는 급격한 주도세력교체(패러다임 변환이라도 해도 무방하다.)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안한 혼란(혼돈)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조금은 진부하겠지만, 대륙세력과 해양세력과의 길고 오래된 역사적 갈등관계 속에서 파악해야만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기로 한다.
이번 원총리의 발언은 그 타이밍과 내용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저 그동안 중국경제가 너무 급속히 성장해서 그 후유증이 예상되므로 조금씩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초보적 의도는 아니다. 단순히 중국 국내경제에 관한 언급이 아니라는 거다. 그 최종적인 타켓은 미국 특히 부시 공화당정권이다. 이 점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중국과 미국의 갈등관계 혹은 대립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세계질서의 주도권? 상호 무역수지? 중국 정부의 인위적 고정환율제도를 둘러싼 갈등?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관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중국과 미국간의 잠재적 군사대결 가능성이다. 서로가 서로를 최대 경쟁국(적국)으로 암암리에 간주하고 모든 정치 경제 외교 군사적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잠재적 적대자 시각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문제, 더 정확히 말하면 "에너지 확보" 문제이며, 그 핵심은 바로 "석유자원 배분을 둘러싼 전쟁"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근본적인 동기와 배경이 바로 "전세계의 석유독점 야욕"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의 글로벌한 갈등의 동기와 배경도 바로 이 "미국의 석유독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만 하는" 중국의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에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 실례는 바로 최근의 "철강파동"이다. 중국이 거대한 불가사리처럼 동아시아 철강을 빨아들이자 그 여파를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받았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던 것을 상상해보자. 중국이 그 거대한 몸집으로 전세계의 석유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해보라. 지금 중국은 석유소비수준은 세계2위, 수입은 세계3위이지만, 석유소비증가율은 전세계 평균보다 6배가 가파르다. 그러니 그 석유를 미국이 완고하게 붙들고 중국에 분배하기를 거부하거나 혹은 그 댓가로 또다른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중국이 피부로 느끼는 절박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막 이륙(Take-Off) 단계로 접어들었던 우리나라 경제가 제1차 오일쇼크로 인해서 받았던 엄청난 충격과 후유증을 생각해보면, 중국지도자들이 느끼고 있는 석유자원의 부족 즉 에너지부족 상황에 대한 공포감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모든 정치 경제 외교 군사적 국제관계는 모두 "에너지 확보"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만 이른바 20년 장기성장론(20년동안 매년 9%이상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 현실화된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에 실패하는 순간 중국경제는 제 몸집에 못이겨서 거대한 굉음을 내면서 주저앉게 되어 있다.
현재의 판세는 부시정권의 군사모험주의가 어느정도 성공한 듯이 보인다. 이라크문제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아서 조금 고민이겠지만, 프랑스나 독일 눈치를 보면서 미국으로부터 이탈될 기미가 보였던 중동 산유국가 전체를 미국 영향권 아래로 확실하게 다시 붙들어매는 것은 성공하였다. 세계2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도 확실하게 미국 수중에 넣었다. 후세인정권아래서 체결되었던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의 채유권계약은 모두 무효가 되고 전부 미국으로 계약(말이 좋아서 계약이지 사실은 강탈이나 다름없다.)이 갱신되었다. 세계1위의 사우디와 2위의 이라크를 손아귀에 쥐었으니 큰 탈만 없다면 최소한 향후 20~30년동안 전세계의 경제패권은 미국 수중에 확실하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부시정권으로서는 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손가락질 받고 욕을 먹을 지는 몰라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엄청 남는 장사가 바로 이라크 전쟁이다.
유럽연합도 이렇게 되면 미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독일과 프랑스가 조금 튀어보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미국의 현실적인 우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며 영국과 일본은 원래 태생이 그러니 말썽의 소지가 원천적으로 없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이 영국이나 일본처럼 미국의 영향권 아래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그나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중국을 2차산업의 공장국가 정도로 묶어놓고 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중국을 쥐락펴락하면 전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지위는 최소한 50년은 보장된다. 아니 잘하면 다음 세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미국이 바라는 최선의 희망이고 또 중국에게 궁극적으로 던지는 요구사항이다.
미국이 북핵 6자회담 문제를 짐짓 중국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하여 원칙적, 강경론적 입장을 고집한다. 이럴수록 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하여 제3자적 입장이 아닌 거의 당사자적 차원에서 매달려야만 한다. 중국 지도부의 관심을 주변국가인 북한과 대만에 전적으로 쏟도록 만들어서 미국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독점화 전략에 대하여 더이상 깊숙히 신경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수준까지 미국이 중국을 밀어넣고 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 원총리의 발언이 튀어나온 것이다. 사실 중국정부는 원총리의 공식적인 언급이 있기 전부터 금융기관 대출을 억제하고 회수를 독려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굳이 공식적인 멘트를 날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예전까지의 중국 정책이 겉으로 공식적인 발표를 남발하는 방식이 아닌, 속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조용하게 진행하는 방식인 점에 비추어보면 이번 원총리의 공식적인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카드는 대략 세가지라고 생각한다. 두가지는 경제카드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적 카드이다. 경제카드는 미국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최근 급속도로 증대된 것을 반영한다. 그 중 하나는 중국과 미국간의 교역규모이다. 이미 양측간에 어느 한 쪽이 없으면 당장 영향을 받을 정도로 깊숙히 얽혀져있다. 제약적 요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중국입장에서 미국측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대한 달러보유액이다. 미국의 재정 및 무역의 쌍둥이 적자가 일본과 중국이 보유한 달러때문에 그나마 그 위험성이 근근히 가려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다른 하나는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 카드인데 현실적인 가능성보다는 잠재적 가능성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원총리의 이번 발언은 경제카드를 슬쩍 미국 측에 보여준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부시정권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중국이 조금 심하게 비틀면 미국경제는 한동안 휘청거리게 되며, 이는 부시의 재선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 이상으로 에너지확보를 둘러싼 물밑 전쟁이 치열하다.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페이스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부터 중국이 미국 측에 역습(혹은 반발)을 가하는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그 첫번째 수순이 원총리의 일종의 경고성 멘트이다. 두번째는 아마도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전세계적인 부정적 국제여론을 형성하는 작업이 될 듯하다. 유엔을 등에 업고서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와 전횡을 제어하는 단계에 중국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앞장 설 수도 있다. 세번째는 부시정권의 재선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전략을 펼 수도 있다. (사실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적 경향이 강한 민주당보다는 보다 자유방임형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공화당이 집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할 지 모른다. 그러나 부시정권은 원래 의미의 "공화당"에서 많이 변질된 변종세력이다.)
향후 어느 수준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 깊이로 중국이 미국에 맞대면서 나올 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생각보다 고분고분 미국의 주먹 앞에 꼬리를 내릴 수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또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전세계 경제를 소용돌이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단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 지도부의 세계전략이 생각보다 훨씬 광대하고 또 깊숙히, 멀리까지 내다본다는 것이다. 그들의 머릿 속을 지배하는 것은 팍스아메리카나에 끌려가는 힘없는 중국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이 중국의 영향력아래 숙이고 들어오는, 이른바 현대판 중화사상인 "팍스 시니카"라는 것은 확실하다. 설령 중국이 미국에 잠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 지라도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이번 원총리의 발언은 그 연장선 위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고 또 이해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이다. 두 강대국의 고래등 싸움에 새우 터지듯이 미국과 중국의 입김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전형적인 약소국가의 행태를 보일 지, 아니면 나름대로 전세계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균형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지....그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팍스코리아나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부시 심기를 눈치보면서 먼저 깨갱거리며 꼬랑지를 쭈욱 내려버리는 짓거리는 하지 말자는 거다. 두말할 나위없이 중국 눈치를 보는 것도 미련한 짓거리다. 지금은 방향타를 잘 잡아야만 한다. 어느 한 쪽에 과도하게 기우는 순간, 대한민국의 장래는 바로 좌초하게 된다.
노무현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각료와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들 그리고 우리나라 각 기업이나 학계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알고 또 잘 대비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네티즌들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깊숙히 읽고 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