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노조,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는 10일 오후 한양대학교 언론대학원 도심캠퍼스에서 '룡천참사 관련 언론보도 문제있다'는 제하의 토론회를 열고 언론사들의 룡천참사 보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전미희 민언련 상임협동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이 룡천참사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기조발제를 진행했으며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과대 교수,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서민수 MBC 기자,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장은 23일부터 26일까지 집중된 룔천참사보도는 “한국언론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듯한 픽션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마저도 실종된, ‘편견’을 바탕에 깐 ‘악의적 추측’의 결정체였다”고 결론내리고 룡천참사 관련 한국언론의 보도행태의 문제점을 ‘사고원인으로서의 북한의 반김정일 세력 테러설’과 ‘사고원인으로서의 김정일의 책임론’으로 국한해 고찰했다.
먼저 ‘조선일보, 냉전적 보도 틀이 유사시에는 최고?’라고 지적한 그는 조선일보에게 “아주 즐겁고 재밌는 소설을 썼다”며 “광화문 네거리에 돗자리를 깔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분석에 따르면 조선일보 4월23일자 3면 톱기사였던 ‘단순사고인가 아닌가/김정일 귀환하던 날 발생....‘고의’가능성도’라는 제하의 기사는 초반에는 확인된 정보임을 강조한 반면 마지막 부분에서는 유조차량과 승용차의 충돌설을 흘리면서 “이런 점에서 북한 내 반김정일 세력이 의도적으로 유조차량에 승용차를 충돌, 대형 폭발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취재원도 밝히지 않은 채 ‘설’을 유포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 책임론’을 유포시킨 구체적인 보도행태로 조선일보 4월24일자 3면 기사였던 ‘김정일 통과 후 신호체계 뒤엉켜’ 제하의 기사를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 관계자는” “중국 단둥으로 건너온 화교들은”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등의 취재원들이 전한 사고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 중에 상식적으로 신뢰성이 가장 떨어지는 화교들이 전한 소식(“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탑승한 전용열차가 용천지역을 통과한 직후 작동을 정지시켜 놓았던 철도신호체계를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뒤엉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을 기사제목으로 편집하는 등 노골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아래 글은 이날 오후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는 단둥에 도착한 이 특파원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듣고 정리해 보내온 것이다. 이는 확인작업을 거친 사실이 아니라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주로 현재 단둥지역에 떠돌고 있는 미확인 풍문들임을 밝혀둔다”(4월24일자 2면, ‘사망자수 음모설 등 풍문 들끓어’)고 밝히는 등 기본적인 저널리즘을 지켰다고 지적한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장은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북한관련 보도 때 사용하는 냉전적 보도틀이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난’ 사례라고 밝혔다.
자신들의 의도에 부합하게 과장, 왜곡, 거짓 보도를 일삼은 언론보도행태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양문석 언론노조 위원장은 ▲ 경향신문, 초대형 오보 날리고 모른 체 ▲ 중앙일보, 상식을 뛰어넘는 증언도 기사화 ▲ 동아일보, 사고원인이 아니라 ‘북한 철도망 후진성 폭로’ ▲ 연합뉴스 베끼면서 그냥 ‘중국소식통’이라니 등의 영역으로 나눠 룡천참사 관련 언론보도를 구체적으로 분석 비판했다. 한편 ‘한겨레신문과 문화일보는 최소한의 보도원칙은 지켰다’고 지적한 그는 “한겨레신문과 문화일보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게재한 것뿐이다. 그대로 싣는 것이 상식이지만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을 높이 평가할 만큼 한국언론이 비상식적이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양문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룡천참사에 대처하는 남한사회의 변화된 모습은 ‘진보와 보수의 합의영역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 좋은 계기였다’면서 남은 과제는 앞으로 이 합의영역을 더욱 넓혀나가는 것이라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 얼마만큼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도하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해 수 십 년에 걸쳐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와 편견은 ‘사실과 달라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돼도’ 언론사와 기자의 상상력만으로 보도해 온 것이 몇몇 언론의 관행”이었다면서 ‘합의영역을 넓히는 것은 결국 남한의 문제’라고 지적한 그는 “남한사회를 위해서라도 언론은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정리했다.
토론에 나선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과대 교수는 먼저 언론들의 테러설 유포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테러설이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를 떠나서 ‘테러’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그 이면에 북한 정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며 국민의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그는 예전과는 달리 룡천참사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북적 보도를 일삼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그것은 6.15공동선언과 국민들의 변화된 시대정신때문”이라면서 더 이상 북을 적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대정신을 언론 또한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물론 언론의 근본적 체질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꼬집은 이장희 교수는 “모양만이라도 비슷한 척 흉내내는 저들을 시민사회계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서 예전처럼 딴지를 걸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언론보도행태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한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현재 룡천참사와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공유해야 할 인식틀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밝히는 것”이라면서 “룡천참사에 대한 국민적 움직임을 재해석함으로써 긍정적인 정책을 내올 수 있는 국민적 합의지점을 높여내는 것이 언론의 몫임에도 이에 대한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서민수 MBC 기자와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는 기자입장에서 언론행태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 그리고 언론활동에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서민수 기자는 한국언론의 ‘외신맹종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번 용천참사 보도에서도 여실히 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4월26일경 거의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한 암살기도설에 설득력을 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탑승한 열차가 9시간 전이 아니라 30분전에 용천을 지나갔다’는 내용의 보도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이 보도는 홍콩의 ‘성도일보’를 인용한 것인데, 사실확인을 위해 성도일보 국제부에 직접 전화를 한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취재원은 조선일보’라는 것이다. 중국어로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성도일보를 한국의 유수언론들이 사실확인도 없이 그대로 재인용한 것이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는 10여 년간 북한관련 기사를 써오면서 ‘직접 가볼 수도, 현지 취재원을 확보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기사를 쓰는 현실적 고충'에 대해 밝히고 그러기에 더욱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그는 룡천참사보도를 비롯한 북한관련 보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북한과 관련된 사건은 무조건 ‘북 체제와 연관’시키는 보도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을 취재한 동료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북쪽 사람들은 음모설보다는 룡천참사를 체제와 연관시키는 것을 더 거북해 했다고 한다”고 말하면서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언론보도는 기본적으로 그들(북녘)에 대한 이해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는 기본적인 사실보도도 지켜지지 않는 언론행태는 현 시기 한국언론이 최소한의 저널리즘을 가지는 것과 함께 한국언론이 세계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인 한반도에서 민족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깊이 각인하고 언론보도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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