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의 붕괴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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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범국민행동, 탄핵사태에 대한 평가 토론회 열어
박득진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최병모)과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범국민행동)은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지난 3월 12일 대통령탄핵안 의결이후 2개월여 논란이 지속되다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으로 끝난 헌정사 초유의 현직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사회·정치적 의미와 법률적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대통령탄핵사태에 대한 평가 및 입법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탄핵사태의 배경과 결말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사회적 평가’의 발제를 맡은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파탄사태에 이른 한국 민주주의를 최대의 위기로 치닫게 했던 이번 탄핵사태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 재건의 기틀과 그 방향을 제공해 주었다”고 평가하고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절망 가운데서 희망의 싹을 틔운 것은 실로 시민의 힘 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간의 대의민주주의를 평가하며 87년 6월항쟁의 주역이던 학생과 시민들은 정치 전선에서 완전히 퇴진한 가운데 정치사회를 독점하고 있던 정파들간의 단합에 의해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의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고 정치보스들의 지역할거와 유권자들의 식민화, 3김식 봉건정치가 계속되면서 대의민주주의는 총체적 파탄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16대 국회 안에서 안정적 절대다수 의석을 장악했던 한나라당은 국회를 활용해 건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갈등을 원내로 끌어 들여 해소하려 노력하고, 국회의 기능과 권한을 건전하게 강화시키기 위한 정치개혁을 단행하려는 어떠한 의지와 노력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정쟁과 대결의 장으로 국회를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토론에 참가한 참가자들 역시 한국의 정당과 정당정치는 전근대성을 띠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이 거의 없는 보수 일색의 정치집단들’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의 총체적 파탄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붕괴되지 않은 것은 한국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대안적 기제를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켜 온 덕분”이라 평가하고 시민사회는 사적 이익이 격돌하고 경쟁하는 사적 영역만으로 남겨두지 않고 공동채의 공익을 따지고 논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모시켜 간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2002년 대선은 봉건적, 지역주의적 사당정치 틀 내에서 성장한 후보가 아니라 새로운 참여적 기제의 도움을 받은 탈지역적 후보인 노무현을 국민들이 당선시키게 된다.
김 교수는 “노무현의 당선은 한국 대의민주주의를 파탄에 이르게 한 3김정치와 지역주의의 퇴조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었다는 중요한 정치사적 의의를 지녔다”고 평가하고 “이와 더불어 사당정치가 혁파되고 정당조직의 민주적 개혁이 정치사회의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과거 권부와 금권을 활용해 권력을 사유화하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전근대적 통치를 지양하고 민주적 리더십 확립을 위한 중요한 조치들을 실천에 옮겨 갔으며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득권에 젖은 구 정치인들에게는 재앙의 신호로 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 신뢰와 도덕성을 상실해 버린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던 지역주의 정치인들은 닥쳐오는 정치위기를 극복해보려는 최후의 극약 수단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선택했으며 도저히 합칠 것으로 예상치 못했던 영호남 지역주의 대표세력들이 연대해서 대의민주주의를 파국에 빠뜨리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라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 교수는 “위기와 그 극복과정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는 또 그 특성과 방향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며 “한국사회는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양대 축으로 견실하게 떠받쳐진 민주제도로 나아갈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최봉석 고려대 교수는 탄핵정국의 배경과 과정을 ▲우편향적 전근대성의 포괄적 만연화와 유기체적 지속·심화 ▲‘노무현정권의 출범’이라는 전근대성의 초월 출현 ▲근대적 외피(다수결)를 무기로 한 전근대적 가치의 총공세인 탄핵소추로 설명하고, 이번 탄핵정국은 현 시기에 대한 인식과 전근대 유산의 정리, 근대시민사회국가의 위상 정립과 발전적 안정화라는 의미와 과제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17대 의회의 상생의 정치,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하지만 탄핵이후의 한국사회가 순탄하지만 않을 것을 토론자인 안영근 열린우리당 의원은 역설했다.
안 의원은 현재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을 볼 때 “한나라당 소속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총선이 상당부분 정책과 이념에 상관없이 인선이 진행되고 선출되었음을 밝히고 “우리당의 당선자들이 개혁적, 진보적으로 비추어지는 까닭은 총선 이후 몇안되는 진보적 당선자들에 언론이 집중되며 대외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 말했다.
안 의원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존의 민주당 탈당 당시의 인적 구성원들의 영향을 받은 보수적 색채”라 평가하고 이번에 출범할 17대 국회를 민노당과 같은 개혁성, 진보성을 띤 원 구성이 아닌 정책과 이념정치를 할 수 있게 된 출발선에 선 상태임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또 17대 국회가 상생의 정치로 나가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며 “우리당은 건전한, 건설적 보수를 지향할 것이며 우리당과 민노당이 한국 정치를 정책정치로 이끌어갈 때 한국 정치는 합리화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