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실무회담 결과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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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와 동결'에서 '동결 대 보상'으로, 협상 주도권 북이 점유
장창준기자
얼마전 최초의 북핵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지난 2002년 10월 북핵 위기가 시작되었고, 2003년 한 차례의 북-중-미 3자회담, 작년과 올해 두번의 6자회담이 개최된 바 있으나, 실무진들이 모여서 회담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차 6자회담의 합의 결과였다.
2차 6자회담이 끝난 후 중국외교부 대변인의 발표에 의하면 실무자급 회담의 기본 성격이 '북한의 전면적 핵동결과 핵폐기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본 내용을 염두에 두고 북핵 6자 실무회담을 결산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국 방문과 실무회담의 개최
이번 실무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뒤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전에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중국 방문이 있었다. 중국을 방문했던 체니는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표현을 하며 이북을 자극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을 통해 핵보유 선언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이북의 강경한 행동을 유발하여 이북의 '호전성'을 들추어내어 국제적 고립을 시도하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인내성과 신축성을 계속 발휘하여 6자회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회담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북을 자극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고 '인내성과 신축성'을 내세우며 이북을 고립시키고자 했던 미국의 의도를 분쇄해 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번 6자 실무회담은 이북이 외교전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시작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진전이 없지만 진전이 있었던 6자실무회담
사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이번 6자실무회담은 아무런 성과없는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표현대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그러나 현상적으로는 그렇지만 성과와 진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시 6자회담 전에 기선을 제압한 이북의 협상력의 승리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지난 2차 6자회담에서 발표된 실무회담의 성격은 '북한의 전면적 핵동결과 핵폐기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이수혁 차관보 역시 "2차 6자회담에서 논의된 북핵의 전면폐기(CVID)와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 문제가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북은 조선중앙통신 5월10일 논평을 통해 "실무그룹회의의 성공여부는 '동결 대 보상'에 대한 미국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며 '동결 대 보상'을 기본 의제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회담의 의제를 '북핵 전면폐기와 동결'에서 '동결 대 보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6자 실무회담을 미국 중심의 구도에서 이북 중심의 구도로 바꾸려는 이북의 전술이었으며, 실제 6자 실무회담에서 '폐기와 동결' 그리고 '동결 대 보상'이라는 것이 동시에 논의됨으로써 '폐기와 동결'을 의제로 하려했던 미국의 구도는 파탄난 것이다.
이것이 현상적으로는 진전이 없었지만, 본질상 진전이 있었던 6자 실무회담의 결과이다.
북핵 해결 전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그 뒤이은 6자 실무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거머쥔 이북은 미국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연일 "미국이 시간을 끄는 것이 우리(조선)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핵 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시간은 미국편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조속한 입장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미국은 다시 '인내심을 회복'했는지 그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과거의 '북한의 선핵 포기'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은 그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이북이 쥐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정세는 이북의 주도권을 더욱 확고하게 해 준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재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조일 관계 진전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미국 중심의 한미일 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심각한 위기 상황, 그로 인한 부시의 현격한 지지율 하락, 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미국의 부시는 이북의 외교적 공세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핵문제의 해결은 쉽게 속단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2002년 핵문제가 불어진 이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계속 이북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그 본질적 원인으로 하고 있는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청산과 더불어 해결될 것이다. 이북의 주도적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장창준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