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녀 제작 한글 '법화경' 발견
▲ 경기도에 소재한 원효사에 보존돼 있는 조선 인조 4년(1626년) 상궁 최씨가 펴낸 한글 음역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발원문./연합
숭유배불을 국시로 삼은 조선 왕조의 궁녀가 ’성불’을 기원해 만든 한글 음역 불경이 발견됐다.
이 경전은 궁녀가 만든 ’공덕경’이라는 점에서 이채로운 희귀 자료로, 당시 불교의 영향력이 암암리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한 경전이 한글로 음역돼있어 당대의 한글 표음법을 연구하는 자료로서 가치도 클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영아 명지대 교수(문헌정보학)는 경기도에 소재한 원효사에 조선 인조 4년(1626년) 상궁 최씨가 펴낸 한글 음역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 보존돼 있는 것을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일명 ’법화경’인 ’묘법연화경’은 대표적인 대승경전으로, 부처님의 구원성도(久遠成道)와 제법실상(諸法實相)의 진리에 대해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의 삼승(三乘)에서 각기 다르게 깨달은 바를 일반 대중의 성불이라는 일승(一乘)으로 귀일시키고 있는 경전.
이번에 발견된 ’법화경’은 한문을 한글로 음역한 경전으로, 양질의 닥종이에 묵으로 글씨를 쓰고, 녹색 비단 표지를 씌운 상질의 경전이다. 전체 2권 분량으로 보존 상태는 양호하며, 크기는 가로 21.4㎝, 세로 28㎝.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1만2천명의 비구를 앞에 두고 법문을 설하려는 장면을 서술한 제1 서품(序品)과 삼승의 깨달음이 결국 모든 중생의 성불로회귀한다는 내용의 회삼귀일(會三歸一)을 다룬 제1 방편(方便)품, 양차.녹차.우차의비유를 들고 있는 제3 비유품(臂喩品)과 사대성문이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해명한제4신해품(信解品)등으로 구성됐다.
경전의 말미에는 상궁 최씨 혜원(慧遠)이 “내세에 남자로 태어나서 부처도량에들어 석가세존에 참례해 듣지 못한 법문을 듣고 깨닫지 못한 진리를 깨달아 번뇌로부터 영원히 벗어나 저승에서 부처님의 지위에 이르게 되길”기원하는 사성 발원기(寫成 發願記)가 남아있어, 그 편찬 시기와 목적을 정확히 증명하고 있다.
현교수는 “이 묵사경은 숭유배불책이 국시로 확고하게 굳혀진 17세기 초의 조선조, 그것도 유교적 규범이 엄격한 궁중생활을 하고 있는 상궁이 성불을 간절히 발원해 만든 공덕경인 점에서 보기드문 문화재”라며 이는 표면상으로 “유교입국을 표방한 조선왕조 궁중의 풍습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