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뉴스에서 봤죠.
왕따 수준의 게시판 논쟁 끝에 한 네티즌이 아파트에서 투신해서 자살한 사건 말입니다.
inews24에 관련 기사가 났더군요.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116286&g_menu=021300
기사를 보다가, 사건이 일어난 사이트가 저도 자주 들르는 아주 유명한 하드웨어 정보 사이트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 관련 벤치마크 정보를 알아볼 때마다 거의 1순위로 방문하던 사이트였죠.
그리고 그 사이트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문제의 글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왕따'를 주도했던 몇사람의 실명도 보았습니다.
우리 포럼의 회원분들 중에는 이 사이트에 대해 저보다 더 자주 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몇분은
저보다 먼저 아셨겠지요.
꽤 복잡한 이야기인데 짧게 줄거리만 쓰면...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자살하신 분은 20대 후반으로 정해진 직장은 없지만 PC 출장수리를 하시는 분입니다.
이하 A씨라고 하지요. 이분이 이달 12일에 다나와에서 그래픽카드를 검색하던 중 시중가가 50만원이 넘는
엘자 5800 카드가 20여만원에 올라와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이때 같이 주문하신
분이 30여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가격을 올려놓은 용산의 모 업체에서는 잘못 올려진 것을 확인하고 구매를 신청한 분들에게 연락하여 구매
취소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대부분 크게 반발하지 않고 취소하였으나 A씨만은 취소를
거부하고 올려진 가격에 팔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해당 업체가 당일 이사하던 중이어서 응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지(혹은 원래 양식이 모자란 사람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지만) 언성을 높이면서 반 욕을
섞어가며 응대하다가, 결국 대표이사분이 그 가격에 팔겠다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수일 후 입장을 다시 바꾸어 다시 구매 취소를 요구합니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A씨는 해당 하드웨어 정보 사이트(이하 Z 사이트라고 하지요)에 수년 이상 참여해온 열성 회원이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당연했겠지만, 처음 구매 신청에서부터의 투쟁(?) 과정을 Z 사이트에 계속 올렸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응원해주는 쪽이나 재밌게 보고 있다는 글보다는 도둑놈 심뽀다, 라는 식의 리플이 더 많이
달렸고, 그런 경향은 글이 계속될 수록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특히 그중 몇사람은 A씨를 인간적으로 매도해가며
나쁜놈을 만들었습니다. 하루에도 많으면 십수차례씩 글을 주고받으며 A씨와 몇사람간의 게시판 전쟁이 벌어
졌습니다. 물론, 싸움이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이, 이 과정에서 A씨를 비난한 사람들만 흥분하고 감정적으로
매도한 것은 아니었고, A씨도 같이 치고받고 싸우는 난투전이었습니다.
문제는 숫자였습니다. A를 변호해주는 사람은 소수였고 A씨를 비난하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다수였습니다.
서로 논리를 업고 공격하는 듯 보였지만 그 핵심은 이미 뒤틀린 감정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누가 옳은가는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시쳇말로 '쪽수' 싸움에, 욕설의 강도 싸움이 되어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두 패가 갈려서 싸운 것도 아닙니다. A씨를 변호해준 몇사람도 A씨가 정말 억울
하다거나 A씨와 특별히 친해서 도와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싸움이 격화되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A씨 혼자와 여러 사람들간의 감정 다툼이 되어버렸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흔히 왕따라고 불리는 존재가 된 겁니다. A씨는 어느 순간에 완전히 코너에 몰려서 극악무도한, 말을 들어줄
필요도 없는, 용서가 안되는 존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겁니다. 한사람에게 해명을 하면 다른 사람이
공격하고, 또 그사람에게 공격하면 또다른 사람이 공격하고...
아마도 직장이 없는 관계로 더욱 더 Z 사이트의 커뮤니티, 즉 '사회'는 그에게 더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최근에 있어서는 그에게 사회생활의 거의 전부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왕따라는 자신의 위치가
그로서는 절대로 납득할 수도, 납득해서도 안되는 거였을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A씨가 올리는 글은 자포자기의 내용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내용을
쓰거나, 아침 저녁의 기분이 극단적으로 오가는 글을 쓰거나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미쳤나보다, 하기도
하고, 자살하겠다라는 언급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를 공격했던 사람들은 계속 그를 냉소합니다.
지난 수요일에 그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누군가가 인터넷 게시판상의 논쟁 끝에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그가 A씨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 상황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A씨를 집중 공격했던 몇사람이 더 많은 사람들로
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살인자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사람들은 꿋꿋이(?)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다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여기까지가 사태의 전말입니다. 짧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역시 길어졌군요. --;;
혹 세세한 부분에서 제가 조금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 사건의 진행을 보아온 사람이
아니라 지금에야 남겨진 글들의 일부를 보고 꿰어맞춘 거니까요.
사실... 다른 여러 분들도 예상하셨겠지만, 어쩌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PC 통신이나 웹상의 커뮤니티가 말 그대로 커뮤니티가 되어가면서, 오프라인의 사회보다 온라인의 사회에
더 의존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왕따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온라인에서도 일어날 것이고, 익명성이나 직접 대면이 없는 때문에 더욱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양비론을 아주 싫어하는 저지만, A씨와 그를 비난했던 몇사람 중에 잘못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의 내용면으로보자면,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공격했던 쪽이 더 심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단지 비싼 물건을
싸게 사려고 했다는 욕심 외에도, A씨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순수하게 이해를 바란다는 것보다
역공격을 시도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아마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동료'들로부터 더 심한 공격을
받으니 그만큼 억울한 감정이 치밀은 탓이겠습니다만.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제 입장에서는, 이번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쪽은, A 사이트의 운영자입니다.
A사이트는 몇달 전쯤인가 기업화되면서, 사이트 자체의 소유주이자 기업주와 커뮤니티쪽의 운영자가 분리되어
운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상당히 커져서 게시판 전체가 A씨와 그를 공격하는 쪽의 싸움판이
되어가는 동안에도, 기업주나 커뮤니티 운영자 어느쪽도 직접적인 중재나 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만들고 관리하는 사이트에서 감정적으로 대판 싸움이 벌어지고 있고 어느 한사람이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데도 이 사이트의 소유자도, 운영자도 누구도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욕설만 골라서 관리자 명의로 삭제되었을 뿐입니다.
심지어, 사람이 죽었는데.. 설령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애도의
발언 한마디 없습니다. 게다가, 사장이라는 사람이 올린 글을 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중 대표적인 두개만 인용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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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이라는 이름의 회원분이 사망한 것이 맞다고 합니다.
회사직원이 확인했습니다.
아파트에서 26일 밤에 뛰어 내렸으며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자살로 추정되기는 하는데 원인은 밝혀진게 없습니다.
고xxx회원은 작년 12월경 올림픽호텔에서 열린 신기술세미나에
참석하셨고, 경품을 잘못배당했다는 이유로 당사의 이사되는 분에게
40분간 항의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저도 옆에서 봤었습니다).
(고인에게 실례되는 말씀이나, 저도 그날 상당히 짜증이 났었습니다..)
25일날 게시판에 마지막 글을 남겼으며 죽음을 시도하기 까지는
24시간이상의 갭이 있었습니다. 뛰어내리기전에 오래전의 여친에게
다시 만나자고 해서 좀 심하게 다투었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게시판에서 서로간의 자극적인 언행은 삼가해 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분의 사망원인이 게시판의 일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xxxx(사이트이름)나 일부 관련된 회원분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행위도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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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 목요일에 사장분이 올린 글입니다.
아래 글은 토요일 밤 11시 30분, 그러니까 1시간쯤 전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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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이 사망한 일이 있어도 60만회원이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원인이 직접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은
제가 말씀드렸듯이, 회사명의로 조의표시는 불가합니다.
정확한 뜻의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원인규명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용자 커뮤티니에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이에대한
조의표시를 하겠다는 다수의 의사가 확인된다면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의 발의로 인하여)
회사명의가 아닌 사용자 커뮤니티 회원들 명의라면 가능합니다.
이부분은 게시판을 통하여 상의한 후에 저희들에게 요청하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해 드리겠습니다.
단 회사는 회원사망원인이 규명되기 전에는 어떠한 입장표명도
할 수 없습니다. 회원명의로 조의표시에 대한 의견통일은 어떠한
방법으로 하면 좋을지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절차와 방법, 문구 등은 전적으로 회원의 통일된 의사에 맡깁니다.
단 회사나 xxxxxx.COM은 이 조의와는 무관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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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글에 코멘트로 단 글에서도, 이 사장님은 계속 증거가 없으니 공식적인 언급은 못한다는 주장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포럼에서의 저나 다른 운영진분들처럼, 해당 사이트의 사장이나 게시판 운영자에게도 나름의 운영 방침이
있겠지요. 적어도 이 포럼보다는 훨씬 더 큰 사이트이고 기업화에도 성공했으니 무원칙하게 운영했다고 생각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법적으로야 처벌받을 조항이 없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운영자쪽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큰 잘못이 있었건 없었건, 한 사람이 극단적으로 매도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었습니다.
어떤 방법이 가능했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습니다.
운영자로서 가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양쪽 모두에게 공개 경고를 하고 자중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기업화된 사이트에서 쉽지 않은 결정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운영자의 직접 개입 외에는
사태를 진정시킬 다른 방법이 없는데도 말 그대로 수수방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책임의 방기입니다.
거기다가 A씨의 자살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이 사이트의 사장이란 사람이 올린 글들은, 정말 계산기만 굴린다고
말하기보다는, 잔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애도의 글이라고 올린 글에서 짜증났던 분이라든지, 여친과 헤어진
사실을 들먹이면서 책임 소재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인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정말 제정신인 사람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니... 사장의 극악스러운 대응태도는 둘째치고, 자살까지 이른 대립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살의 직접적인 책임을 운영자쪽에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위치가 얼마나 큰 책임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볼랜드포럼이라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로서 정말...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인이 된 분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마지막으로, 이분이 쓰셨던 글을 검색하다가 재밌는 글 하나를 발견해서 올립니다.
고인도 아마, 자신이 그만큼 아꼈던 사이트에 올렸던 글이 많은 분들을 미소짓게 하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키스킨... (--) 미성년자 이해불가.
04/05/12 12:07:50 IP : 210.181.***.101
컴퓨터 출장수리를 나갔던 이야깁니다.
한 일년쯤 지났나...?
윈도 98 을 설치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묻더군요.
" 아저씨네 가게에 키보드 덮는 것 있어요? "
" 아뇨. 키스킨 쓰시려구요? 키스킨 덮으면 먼지는 안들어가서 좋은데 감도가 좋지 않아요. "
" 콘돔처럼요? (*--*) [말하자마자 실수한 것을 깨달은 아주머니] "
" [어색~] ('' ) < ..> "
PC 수리와 하드웨어에 빠삭한 사람이 .... 뻔히 잘못된 가격인줄 알고 있으면서
그런짓을 한것이.... 잘한거라고는 전혀 볼수 없을거 같습니다
물품 파는 사람도 실수를 할수도 있고 , 피차 넉넉한 처지가 아니라면
서로를 이해할수 있을텐데요
그 사람을 매도 한사람도 잘한것은 아니지만
그 매도당할 행위를 한 사람도 잘한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자살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한것은 아니죠
우리 사회가 자살하면 모든 다 용서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는듯 보이네요
오히려 자살한 사람을 아주 못난 사람으로 취급해야 ... 자살할 봐엔
보란듯이 잘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거라 생각이듭니다
어째튼
애석하지만.... 인터넷은 인터넷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피차 얼굴 한번 안보사이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해도 가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자신을 망가트릴수 있는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