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회사에서 워크샵을 가는데.. 차를 몰고 가기도 그렇고 안가지고 가기도 그렇다나...
버스타러 집결하는 곳이 부천이라 거리가 멀어서 차를 몰고 가고 싶은데, 오늘 술을 꽤 마실 거 같아서
돌아오는 내일 아침까지 술이 안깰 거 같아 걱정이라고 하길래...
선심쓰는 맘에, 초보 주제에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장담을 했지요.
남이섬이라나... 어딘진 모르지만 뭐 그리 멀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침 10시에 출발했는데... 꽤 많이 가더군요. 집사람이 길을 알려주는 대로 차를 몰았는데, 경기도 도계를
넘어서 강원도로 넘어가서리.. 거기서 또 꼬불꼬불 산간도로를 꽤 달리고.. 마지막엔 비포장 도로도 꽤
달려서 겨우 목적지인 무신 펜션인가에 도착했습니다. 남양주 부근에서 차가 꽤 막히기도 한 탓에 두시간 반이
걸리더군요.
집사람도 출발 전엔 그렇게 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나봅니다.
잠시 다리를 푸느라 좀 쉬고..(막히는 바람에 클러치 밟은 발이 꽤 아프더라구요)
미안한 표정의 집사람을 내려주고 혼자서 다시 차를 몰고 돌아 오는데.. 첨엔 드라이브가 꽤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가 그리 많지 않아서 줄곧 80km 이상 밟고 신나게 달렸거든요.
신나는 락음악을 틀어놓고 꽥꽥 노래를 불러가면서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작년에 면허를 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면허를 따고 보니 제가 상당한 길치더라구요.
그래서 돌아오면서도 길을 알려줄 집사람이 없어서 걱정을 꽤 했는데, 차가 별루 없다보니 속도를 내면서도
표지판을 힐끗힐끗 보면서 달리니 별로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서 달렸지요.
근데 구리 인근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타야 하는데.. 막히기 시작하더군요. 뭐 그래도 표지판대로 잘 서서
기다리고 있었기 땜시 별 걱정은 안했습니다. 근데.. 표지판이 잘못되었더군요. 조금 가다보니 순간적으로
외곽순환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오른쪽으로 지나쳐버리더라구요.. 헉... 차선 표시가 잘못되었던 겁니다.
어쩌리요... 그대로 차가 꽉 막힌 채로 밀려 내려가는데.. 지도를 봐도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차들에 밀려 줄줄줄 내리막길을 꽤 내려가서야 지도에서 현 위치를 찾았습니다. 화랑대사거리...
중랑구라는데.. 제가 근처에조차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위치를 알고 나서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집에 갈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
토요일 오후라 서울 시내로 들어가서 그대로 성남으로 들어오려면 장난 아닐텐데, 걱정이 태산이었죠.
도대체 어디로 얼마나 돌았는지 기억도 안날 만큼 한참 헤매고 돌다가.. 어떻게 구리 방향으로 다시 거꾸로
돌아 나와서 외곽순환도로를 타는는 데 성공했습니다.
외곽순환도로는 꽤 많이 타봤기 때문에, 거기서부터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중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네시가 넘었더군요. 이래저래 남이섬 펜션에 도착하고 10분쯤 쉰 거 외에는
꼬박 여섯시간 이상 운전을 한 셈이죠.
올 설에 폭설이 내릴 때 부산까지 차를 몰고 다녀온 적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땐 집사람이랑 교대로 차를
몰았었으니 태어나서 오늘처럼 내리 여섯시간을 혼자 차를 몰아본 것은 이번이 첨이었습니다.
초보가 길이 얼마나 먼지도 모르고 기냥 내달렸다가 꽤 무리한 거지요.
차를 내리니 아찔아찔 하더군요. 다리도 무쟈게 아프고, 꽤 피곤했습니다.
역시 운전은 내 체질이 아니여.. 집에 와서는 그대로 골아떨어져서 방금 일어났슴다.. 헐~
운전을 자주 하시는 분께는 별거 아니겠지만... 생초보인 저로서는 상당한 어드벤처였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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