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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1]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운동을 보며
박지훈.임프 [cbuilder] 1507 읽음    2004-07-19 19:47
매번 영화시장 개방 문제만 거론되면 항상 귀가 따갑게 듣는 단어가 스크린 쿼터이지요. 대학생때쯤 처음 스크린 쿼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궁금했었습니다. 국내 개봉관의 연간 상영일수 중 일정 일수를 무조건 국산 영화로 의무 상영해야 한다는 규정이라는 말을 듣고도, 그냥 좋은 제도인가보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스크린쿼터 제도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67년부터라고 합니다. 무려 37년 동안이나 해외 영화들로부터 한국의 영화 업계가 보호를 받아온 거죠. 90년대 말 쉬리를 기점으로 해서 국산영화도 드디어 헐리우드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들과 국내 영화 시장에서 맞짱을 뜰 정도로 성장을 했으니, 정말 괄목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배경에는 국내 영화 업계를 든든하게 받쳐온 스크린쿼터 제도가 있었음은 누구도 쉽게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문화계 보호라는 큰 명분이나, 최근 큰 히트작들이 몇 나왔어도 아직 완전한 자생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나, 충분히 설득력 있고 뭐 듣기도 좋습니다. 유독 영화계에만 우호적인 방송 뉴스들 덕분인지 아니면 친숙한 안성기같은 명배우들의 얼굴을 봐서인지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축소 반대 운동에 호의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크린쿼터 축소 또는 폐지가 거론될 때마다 영화계의 거물 스타들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영화계 인물들이 시위를 하는 것은 그다지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영 입맛이 씁니다. 아, 우리나라 영화계를 살리자는데... 그게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왜 영화계만 보호되어야 하는가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혹시 SW쿼터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당연히 없을 겁니다. 그런 제도가 단 한번도 거론조차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도 뿐 아니라, 국내의 SW 업체들을 우대해주기 위한 그 어떤 제도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몇번쯤 정통부 관료들이 입에서 국산 SW 우대를 언급한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방송용'이었을 뿐 단 한번도 제도화된 적이 없습니다.

욕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몇년전 쌀시장 개방 파동때도 입맛이 썼습니다. 아 식량의 무기화라든지 하는 지극히 당연한 명분의 타당성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그러면 SW 업계는 외국산으로 완전히 초토화되어도 괜찮을까요? 식량 산업에서 거대 다국적 곡물 회사들의 독점 및 일방적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데, SW 업계에서는 이미 벌써부터 우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중인 일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MS의 오피스 제품군인데, 같은 오피스 제품군 내에서도 국내 시장을 평정한 제품은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국내 업체와 한참 경쟁중인 제품은 미국 현지에서보다 가격을 떨어뜨려 국내 업체를 고사시켜 왔습니다.

무슨 통계치같은 것을 제시하면서 SW 업계가 영화 시장이나 쌀 시장에 비해 '덜' 중요하다고 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보호책도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조차 없다는 것은, SW 산업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되는 겁니까? '덜' 중요해서 영화에서의 스크린쿼터나 농업 부문에 차후 10년간 10조를 투입한다는 식의 강력하고 거대한 지원책이 없다면 조그만 지원책이라도 마련되어 있어야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국내 업체들을 위한 아무런 지원책도 주어지지 않은 SW 업계의 일원으로 스크린쿼터나 농산물 개방 반대 등의 시위를 보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비단 영화나 농산물 뿐 아니라, 자동차 등 공업계를 비롯한 국내 각종 업계들이 수입규제로 니나노하고 있을 때조차도 SW업계는 정부로부터 단 한번도 보호 조치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SW 업계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개발독재 시대 이후라서 그렇다고 하면 뭐 말은 됩니다만, 보호속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도 가지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의 면에서, 개봉작을 상영하는 극장에 비해 SW는 그런 국내산업 보호 제도가 시행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도가 현실적으로 손쉽게 가능한 시장도 있습니다. 바로 발표되는 행망용SW입니다. 행망용SW란 행정자치부에서 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의뢰하여 해마다 행정 업무용으로 적합한 SW들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관공서에 SW를 납품하려면 반드시 이 행망용SW 심사에서 통과해야 납품계약이 가능하고, 그 때문에 미리 해마다 발표되는 행망용SW 목록에 올라있어야 합니다.

이 행망용SW 심사 과정에서 국산 SW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면 됩니다. 또한 행자부에서 실제 구매 계약을 할 때 국산을 일정 비율 이상 구입하도록 제도화하는 법이나 시행령 등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국내 SW 산업에서 관공서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단히 커서, 이런 정도의 강제 구매 법령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선정 과정에서 가산점 정도라도 적용하면 그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과기부 장관의 결정으로 과기부에서 MS 오피스를 몰아내고 한컴 오피스를 도입하도록 결정한 바 있습니다. 물론 장관의 이번 결정을 높이 평가하지만, 역시 어떤 법적인 장치가 배경이 된 것이 아니므로 몇년 후 장관이 교체되고 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때문에 스크린쿼터같은 법적인 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한컴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물론 한컴이 MS에 인수된다 어쩐다 하고 크게 이슈가 되었을 때, 그리고 한글815인가 뭔가를 내놓으면서 구걸에 가까운 호소로 살려달라고 외칠 때, 우리 국민들은 국산 SW의 자존심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만원씩 꺼내서 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컴의 방만한 경영과 기술개발에 태만했던 점들을 한탄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컴이 내실있는 경영을 해나가고 뛰어난 기술을 꾸준히 개발했다면 그런 위기가 오지 않았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래아 한글의 경우 기술적으로 전적으로 MS에 뒤지는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아 한글의 표 작성 기능과 같은 경우 대단히 뛰어난 기술로 경쟁 초반의 MS 워드는 거의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국내의 문서들은 가지 각색의 표(그리드)가 대단히 많은 것이 특징이라 이 표 기능에서의 우위만으로도 아래아 한글의 가치는 대단히 컸습니다. 그런데 MS에서는 단기간(기억하기로는 약 1년여) 내에 워드 개발팀의 개발력을 집중 투입해서 이 표기능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상당부분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방만했던 한컴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한컴이 MS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기술력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궁극적으로는 압도적인 자본력의 차이입니다. 어떤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조치도 없이 그냥 시장이 흘러가게 둔 이상, 한컴은 언젠가는 MS의 공세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MS가 워드의 무료사용판 CD를 각 대학에 박스째로 살포(배포라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하고 다닐 때, 우리 정부는 국내 SW 산업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는 커녕 MS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경고 한번 없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MS는 97년에 개발툴에 대해서도 비슷한 짓을 한 바 있습니다. 델파이를 죽이기 위해 비주얼베이직을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무료로 번들해서 살포했었지요)

그런 압도적인 자본력의 차이 앞에서는, 그리고 적절한 보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진출하지 않은 틈새 시장만 찾아다니는 것만이 현명할 뿐, 초거대 자본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입니다.

다시 영화계를 돌아보면, 90년대 말 쉬리 이전에 우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영화는 멀었어, 라고 한숨을 쉬었을 때, 그것은 경험의 차이이기도 하고 또 뛰어난 감독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본의 문제였다는 것을 상기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가 헐리웃과 정면 맞짱을 뜰 정도로 성장한 것은 역시 스크린쿼터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자본력에 있어 너무나 큰 차이로 애초부터 불공정한 경쟁을, 적절한 보호 조치로 어느정도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준 것이 스크린쿼터제였던 것입니다.

그럼 정부내 담당 부처인 정통부등 정부 관련 기관들에서는 SW업계에 대해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았을까요? 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까지는 하기 힘듭니다. SW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여러 조치들을 취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치라는 것들이, 장기적인 관점은 조금도 없이 졸속적이고 단기적인 땜빵식의 조치들에 불과했던 것이 문제입니다. 업계의 위기 때마다 정부에서 자금을 풀어놓는 방법은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아 물론 공공 프로젝트도 중요합니다. 그 덕분에 대형 SI 업체들을 비롯해서 2, 3차 수주를 받는 중소형 업체들도 많이 연명을 합니다. SI 업계에서 먹고사는 개발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SW 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부작용만 키우는 결과만 낳습니다.

SW 업계에서 SI쪽은 비용 산정에서 인건비가 위주가 되기 때문에 큰 부가가치를 만들기 힘듭니다. 게다가 국내 SI 업계는 4천6백만 인구라는 좁은 시장에 비해 너무나 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마진의 폭은 더욱더 적습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현상유지나 하면 다행인 것이 SI 업계의 현실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우월한 기술력이나 영업력으로 성장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성장의 여부는 얼마나 많은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되느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SW 업계의 부가가치는 어디서 나옵니까. 당연히 솔루션밖에 없습니다. SI 업계의 기본 속성이 개별 프로젝트에서 개별 기업으로부터 요구된 사항의 구현인데 반해, 솔루션은 한번의 개발로 수백, 수천 카피를 판매합니다. 그래서 막대해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들도 실제로 따져보면 돈을 '버는' 것은 솔루션을 납품하는 업체들입니다.
(국내 소형 솔루션 업체들이 대형 SI업체들의 일방적인 저가 납품 요구로 피해를 보고 있는 반대되는 케이스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정부가 관련된 정책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계약 관행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SI 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구축했던 프로젝트를 솔루션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기업마다 요구사항들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전에 구축했던 프로젝트 소스를 50% 정도라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케이스일 것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설사 50%를 재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전부 재개발한 경우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SW 업계를 살린답시고 정부에서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들은, 인력 비용으로 국내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부분을 제외하면 막대한 액수가 대형 다국적 SW 업체들에게 돌아갑니다. OS, 데이터베이스, WAS나 TP모니터같은 미들웨어, 이런 솔루션들이죠. 결국 엄청난 자금을 부어서 남는 결과는 국내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다국적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셈입니다. 국내 SW업체중 경쟁 제품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발주사가 테스트베드로서나 벤치마크 사이트로서의 중요성이 큰 주요 고객인 경우, 저가 판매나 활발한 마케팅 지원 등으로 자사 솔루션 납품을 성사시킬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것은 국내 업체가 아니라 대형 다국적 업체입니다.
(이런 면에서 공개 소프트웨어 도입의 중요성이 빛나지만, 일단 이 글의 주제와는 좀 벗어나기 때문에 더 다루지 않습니다)

이것을 영화계와 비교를 한다면, 다소 억지스러운 비유입니다만, 영화의 직접 제작은 SW 업계에서의 솔루션쪽, 그리고 배급 및 상영 사업 등은 SI쪽에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영화산업을 살린답시고 영화 제작이 아닌 배급사나 극장주들에게 자금지원을 했다면 그것이 스크린쿼터와 같은 영화제작사들에 대한 지원책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오히려 흥행 가능성만으로 배급, 상영 여부를 결정할 것이므로 국산 영화들이 더 홀대를 받는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의 SW업계가 이렇게 기형적으로 되었을까요. 일단 정통부가 SW업계의 핵심부문과 파생부문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정통부 관료의 입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솔루션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또 하나의 고리는 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있습니다. 이 협회는 국내의 크고 작은 SW 업체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의사 결정 등 주요한 활동에 있어서는 대형 SI 업체들의 이해만 철저히 대변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정통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건의 등의 활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협회의 허울을 뒤집어쓴 대형 SI 업체들이 그렇지 않아도 안이한 정통부 관료들의 눈을 흐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개발자들 스스로도 시야를 좀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가는 각종 언론 보도들 속에 우리 업계의 문제점에 대한 부분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최소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시각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일말의 개선 가능성이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SW 업계의 주요 노동자층이자 핵심인 개발자들이 모두 하루 먹고 사는데만 급급한다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막연히 뭔가 문제가 있어, 라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현실에 대한 뚜렷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언젠가 크게 이슈가 될 때 활발한 대안 제시 등 현실 개선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필교 [epilkyo]   2004-07-23 11:01 X
말꼬리 다는 성격은 아닙니다만 님의 글을 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군요 !
쿼터제 유지에 관한 내용을 볼때만다 속에서 할말이 많았는데 님의 글이 더위를 잊혀지게 할만큼 속시원히 제생각을 대변하는듯 하네요
매스컴이 눈을 흐리고 생각을 흐리게 하는 부분들을 잘 구분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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