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잡일을 하던 순박한 형(아는 형)이 있었습니다. 그 날 조금 늦은 시간이었죠.
사장은 일이 좀 많았다며, 늦은 시간이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오천원정도를 주었습니다.
그는 공중전화를 찾아 아빠가 조금 늦을 것이라면서 잠들지 말고 두시간 정도 기달려 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갈데도 없는 양반이, 버스를 타더라도 한 30분이면 도착할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버스 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저는 그가 집까지 걸어서 갈 작정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언젠가 형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손에 쥐고 온 풀빵이며, 바나나 같은 것을 애들이 맛있고 즐겁게 먹어줄 때,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아로 자랐고,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편하고 행복한 얼굴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월급이 많지 않았지만, 그 박봉으로 자신의 가정이 꾸려질 수 있음에, 사장에게 고마워했습니다.
그는 부인에게 고마워했고, 아이들에게 고마워했고, 사장에게 고마워했고,
생각해보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그 형을 생각해 봅니다.
그는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아빠로 살았고, 부인의 남편으로 살았고, 사장의 고용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배움이 많지 않아 불쌍하고 바보같이 살았던 것이라 하더군요.
순간 두 얼굴이 교차되어 지나갔습니다.
추위에 떨고 있던 노인을 동전 몇개 건네어 버스를 태워보낼 수 밖에 없어 미안해 하던 형의 얼굴과
도와달라고 상자를 내밀던 손을 뿌리치며 인상을 쓰던 친구 얼굴이 대비가 되더군요.

여성운동가들을 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만,
"신사임당"은 향상된 지위의 현대 여성들 보다도 어쩌면 행복하게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고,
"허난설현"은 그 보다는 불행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부터 부모와 자식간의 청부살인 문제가 심심치 않게 기사화 되는군요. 무섭습니다.
그래서 지친몸을 이끌고 두시간을 걸어야 함에도 즐거워하던 그 형의 얼굴이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연락이 끊기고 10년이 훨씬 지났는데, 그 형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여전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면서도 행복하던 그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아담 님이 쓰신 글 :
: 현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들 풀리지 않는 대립.
: 사람들은 못살겠다고 자살하고 삶의 질은 떨어지고
: 먼 미래의 사람들이 현재 사회의 구조를 보면서 저때는 어떻게
: 살았을까 나같으면 단 하루도 살기 힘들었을 텐데 하고 말할까요?
: 아님 그때는 참 좋았는데 할까요.
: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고 있는지에 의구심이 드는군요.
:
: 의식주는 분명 이전보다 더 좋아진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자살하며
: 힘들어 할까요.
:
: 잠시 우리 함께 생각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