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과 거의 100% 일치하는군요.
매번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본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신문사의 설문조사 부분을 좀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직 관련으로 기사화되는 거의 모든 내용들은, 신문사가 직접 설문조사를 해서 나오는 결과가 아닙니다. 주로 취업,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결과를 신문사에 제공하죠.
저희 회사는 취업 관련은 아니지만 역시 비슷하게 여러 설문이나 통계를 만들어서 언론사에 자주 제공하는데,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고 홍보용으로 만드는 자료입니다.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죠. 왜냐하면, 개별적인 사이트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보통 공지로 설문을 띄워놓고 스스로 답하고 싶은 회원들만 설문에 응답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또 취업 사이트라면 사이트 가입 목적상 회원중에 무직자이거나 혹은 직장인이라도 이미 전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인력시장에 나가서 "일하실분 손드세요!"하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또 취업 사이트의 경우 회원들의 직업 구성이 아무래도 IT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기업에서 나오는 홍보성 통계들은, 홍보를 목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결과를 유도하는 설문 항목들을 사전에 조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엉터리 통계죠.
다만, IT쪽에서 이직을 생각하는 비율이 다른 분야보다 더 높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IT 업계라고 해도, 70%라는 수치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너무 과장된 것 같습니다. 70%라는 수치가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IT 업계는 붕괴 직전의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70%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면 거의 모든 IT 기업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취업 사이트가 왜 이직 희망 비율을 높게 조작하겠느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취업 사이트의 입장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습니다. 일단은 기사로 회사 이름이 한번 더 올라갑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이런 통계는 홍보팀에서 담당합니다. 또, 우리 사회에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일 수록 취업 사이트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당장 투자를 받기에도 좋을 것이고 상장을 하거나 할 때도 좋고, 이미 상장한 경우라면 주가가 올라갈 것입니다.
저는 이런 무책임한 통계들에 대해 화가 많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IT 업계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현실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보다 더 부풀려서 반사 이익을 노리는 언론사나 취업 사이트들은, 그런 무책임한 통계들이 IT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많은 순진한 개발자들이 이런 엉터리 통계들을 보면서 스스로 자조하고 불만을 더 부풀립니다.
노땅님께서 말씀하신 본론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문제지만,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내용이라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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