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터미널 대합실 한쪽 벽면이라면...
그... 현상금수배사진 말씀이신가요... ㅎㅎㅎ
역시 저도 그렇습니다. 사람을 뽑자고 이력서를 받다보면, 인상으로 사람을 뽑는 게 아닌데 붙어있는 사진에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신경을 안써야지 하면서도 신경이 자꾸 써지거든요. 사진을 붙이지 않는 것도 뭔가 좀 불안합니다.
이번에도 노땅님이 글을 쓰신 김에, 평소에 생각했던 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직장을 구하실 때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어떻게 선택할까...라는 문제로요.
노땅님께서는 사진의 질이 너무 좋지 않을 경우를 말씀해주셨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지나치면 안좋습니다.
사무직이나 영업직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연구,기술직을 지원하는 거라면 뽀샵 처리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직 지원자가 이력서 사진에 뽀샵질 티가 나면 신뢰감이 안생깁니다. 정도가 심하면 반감까지 생기죠. '이 사람 뭐야?'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저희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구요. 기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 경영진분들께 결재를 올릴 때도 먼저 인상부터 찌푸립니다. 개발자라는 사람 맞냐고 되묻기가 일쑤구요. 엔지니어의 얼굴은, 물론 말쑥하면 좋지만 꾸민 티는 나지 않아야 호감이 간답니다.
너무 활짝 웃고 있거나 너무 심각한 얼굴의 사진도 마이너스입니다. 때때로 디카로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나 일상 생활의 한 컷을 찍은 사진에서 잘라내서 이력서에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그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기분좋게 웃고 있거나 폼 잡는다고 인상을 쓰고 있으면 이력서의 내용을 깎아먹습니다.
또, 배경에 눈에 띄는 뭔가가 있는 사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얼굴 뒷편에 지나가는 사람 발이 보인다든지 멋진 절경의 모습이 아주 제대로 보인다든지 하면 얼굴보다 배경에 눈이 가기 때문에 얼굴 인상이 기억에 안남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미소가 보일 듯 말듯한 얼굴이구요. 사람 인상이 좋다는 게 얼굴 잘생겼다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미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은 자기 가치에 플러스 10%입니다. 이런 얼굴을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이력의 이력서라도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얼굴 인상이 좋아서 내용을 다시 한번 더 보게 되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개발자의 직종 특성상, 특이하게 평소에도 양복을 입고 일해야 일이 잘된다는 분이 아니면 양복 차림의 사진도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주 즐겨입는 면티 차림도 그렇게 권할만 하지는 않죠. 캐주얼이라도 컬러는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력서 쓰는 것만 해도 힘든데, 사진 하나 선택하는 데도 그렇게 복잡해?"
그렇게 복잡할 것은 없습니다. 피해야 할 경우만 쓴 거구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이력서의 내용을 채우는 데는 수십년 평생이 걸렸는데, 적당한 사진 하나 찾는데는 몇시간만 공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잘 선택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력서 내용에 50점 정도 가산점이 붙을 수도 있고 반대로 50점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몇시간 정도는 들일 가치가 있겠죠? ^^
노땅엔지니어 님이 쓰신 글 :
: 쾌청하고 기분좋은 봄날입니다.
: 기분좋은 하루를 보내시라는 의미에서 몇년전 신입직원 채용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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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관리자 1명을 채용하려고 채용공고를 내니 수십명이 지원을 하였습니다.(요즘은 공고를 내도 거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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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서류전형을 하느라 온오프라인으로 받은 이력서를 정리하여 몇번을 훓어보았지만 도무지 맘에드는 대상자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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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꼭 한사람 나의 관심을 끄는 이력을 소유한 지원자가 있었는데 이력서의 사진을 보면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 인상을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시대도 아니고, 참,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그때는 정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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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메일로 보내온 이력서에 붙어있는 사진은 언뜻보기에도 꽤 오래전에 촬영 한 듯한 흑백사진이었으며 프린트를 해서 보니 꼭 시골 버스터미널 대합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던 사진들중 한장을 오려다 붙여 놓은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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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은 매우 맘에 드는데 사진이 너무 성의가 없었으며 사진만 보면 이력서 내용으로 생겼던 호감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몇번을 검토해 보아도 그 지원자와 필적 할 만한 이력을 가진 지원자가 없어 결국 그 지원자를 한번 만나보기로 하고 연락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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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사진에서 보았던 사람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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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똑똑할뿐 아니라 외모또한 멀끔하고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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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채용을 하였고 몇년간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근무를 잘 하다가 지금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옮겨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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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서 사진....참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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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ww.ittrend.co.kr/board/board/noddang_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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