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 개인 취향과 결심의 문제입니다만...

다중 포인터를 쓸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몇몇 Win32 API에서 문자열의 배열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2중 포인터를 사용하는데, 창의성을 발휘할 정도로 복잡한 코드를 쓸 일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개념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셔도 상관없습니다. 함수 포인터는 중요합니다만, C++빌더나 델파이를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만약 C++이 아니라 C밖에 공부하지 않았다면, 다중 포인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클래스의 기초 정도는 공부하는 것입니다. 클래스를 잘 몰라도 클래스가 C++빌더를 입문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클래스의 기초라도 감을 잡고 C++빌더를 보기 시작하면 훨씬 공부하기 쉽고, 감도 팍팍 옵니다.

그렇다고 클래스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클래스의 선언 자체와 데이터 은닉, 상속 정도는 필수적이고, 그 외의 다른 더 복잡한 개념들은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 클래스 선언에서는 선언 자체와 생성자, 파괴자 정도를 알아야 하고, 데이터 은닉은 클래스에서 쓰이는 private/protected/public 키워드를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만약 이런 가장 기초적인 개념들을 처음에 익혀놓지 않고 나중에 중구난방식 개발에 익숙해진 다음에 공부하려면 잘 안됩니다.

저는 학구파라기보다는 실용주의자라서, 개발 관련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서적을 정해서 줄줄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책을 정해놓고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스스로 최소한의 위치 파악이 되니까 안정감은 있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지루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특히 책을 많이 봐야 왕초보를 벗어난다, 라는 식의 고정관념에 빠지기 시작하면 초보 탈출은 날샙니다. 사실 많은 초급 개발자들이 빠지는 함정입니다. 개발을 공부하는 데 있어 책은 완전히 부수적인 존재이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책이 한권도 없어도 될 수 있습니다. 개발에 조금 익숙해지면 책의 중압감에 시달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는 레퍼런스 정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좋습니다.

입문하는 입장에서는 책의 페이지수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지만, 저로서는 가급적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세부적인 진도를 가이드해줄 분이나 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 책을 보면서 코드는 직접 입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책에 나온 코드에 약간씩 변화를 주면서 창의력을 발휘해보세요.

개발은 그 자체로서도 고독하고 지루한 작업입니다. 미칠 정도로 짜증날 때도 많고요. 그런 개발을 공부하려고 하는데, 공부하는 방법조차 지루하다면 사람이 할 짓이 못됩니다. 적어도 공부할 때만이라도 즐겁게, 신나게 해야 나중에 실무에 들어가서 힘든 상황에 닥쳐서도 씰데없는 비관론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공부를 함에 있어서, 중장기 목표를 정하는 기준과, 단기 기준을 정하는 기준을 다르게 말이죠. 중장기 기준은 물론 최종 목표와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간 단계들이 되겠지만, 일주일, 한달 단위의 목표는 재미 위주로 잡아보면 어떨까 싶네요.

공부하면서 딱딱하고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을 억지로 붙잡고 오랫동안 끙끙대서는 안됩니다. 만약 책을 따라하는데, 두번 정도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된다면 과감하게 넘겨버리고 다음 장으로 가세요. 컨디션 때문이든지, 만원 지하철 때문이든지, 부모님이나 여자친구가 땍땍거려서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이상하게 쉬운 개념이 머리에 잘 안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즐겁게 공부하던 페이스를 놓치기보다는 차라리 그냥 넘어가세요.

그냥 넘긴 부분을 위해서는, 다음에 그 책을 다시 한번 보면 됩니다. 책을 기준으로 할 때, 쏙쏙 잘 이해되는 부분만 골라서 재미있게 진행하고 나서 다시 한번 더 보는게, 막히는 부분에서 끙끙대면서 정면 돌파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도 잘 나고 더 빨리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 거 같은데, 개발은 처음 접할 때 최대한 즐겁게 접해야 합니다. 뒤쳐지지 않고 중고급 레벨로 올라간 수많은 개발자들의 절대적인 공통점이 바로 이것, 즐겁게 공부하는 것입니다. 또, 즐겁게 공부를 해야 새로운 것을 배울 때나 개발 일을 대할 때 적극성과 창의성이 생깁니다. 이 두가지가 없이는 개발자로서의 삶은 비참해집니다.

그럼...


고음불가 님이 쓰신 글 :
: 답변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 초보적인 질문을 한가지 더드리고 싶은데.. 제가 C계열은 학부때 맛보기삼아 했던것뿐이라 공부가 힘드네요..
: 다른건 대체로 이해가 되는데 포인터부분이 좀 어렵네요.. 개념은 알겠는데 1차원정수형이나 문자형 포인터같은건 쉽게 이해되고 활용도 하겠는데 2차 3차원 포인터나오고 함수포인터등등..  포인터 뒷부분이 이해 안가는부분이 좀 많은데..
: c++빌더 공부를 위해서 볼랜드c++빌더 정복4 라는 가남사에서 나온 ebOOK을 구입했거든요. .   이책따라해보면서 슬슬 C를 익히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C문법을 완전히 아작내고 시작하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