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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잔차 구입의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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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타기를 마음 먹었으니 이제 잔차를 사야겠다고 맘 먹는 것은 인지상정! 마누라 손을 이끌고 동네 잔차 가게로 향한 나는 주인이 보여주는 몇개의 잔차 중에서 십만원 중반의 것은 선택했다. 이 모델은 국산 삼천리 제품으로, 스트라이크 DX 라는 모델명을 가진 놈이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더이상 국산 자전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천리, 알톤, 디엠 등 모든 국산 메이커들의 제조공장은 중국에 있으며, OEM 방식으로 제조해서 국내에 팔기만 할 뿐이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알미늄 프레임이기에 가볍고 산악용이기에 튼튼하고, 기아도 시마노라서 좋은거라고 했다. 잔차에 대해 초보였던 나는 시마노가 뭔지는 잘 몰랐지만, 일제니까 좋은 것이려니 생각만 했다. 어릴때 내가 탔던 5단기어 잔차에 비해서, 무려 21단이라는 경이적인 기어비에 무지 감동받은 나머지, 선뜻 15만냥의 돈을 지급하고 잔차를 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자전거이기에 다리뼈가 부러지도록 타보자는 각오아래, 내가 사는 동네 곳곳을 삼천리 스트라이크로 돌아당기기 시작했다. 서서히 잔차 타기에 매력을 느낄 즈음에, 첫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똥꼬와 거시기의 압박과 저려움이었다. 삼천리 스트라이커 모델은 앞 바퀴 쪽에만 쇼바(쇽, 충격 완화 장치)가 달린 모델이었다. 이놈을 타고 오랫동안 울퉁불퉁한 보도 블럭들을 오르내리고 하면 똥꼬와 거시기의 고통은 무지하게 심했다.
똥꼬의 고통과 더불어서 경미한 핸들의 소음은 이 잔차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자는 열망을 엄청 부추겼고, 이로 인해서 나는 두번째 잔차를 새로 구입하기에 이른다.
똥꼬 저림에 진절머리를 친 나는, 앞뒤 바퀴 양쪽에 충격 완화장치가 달린 듀열 쇽 형태의 잔차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목적에 부합하는 두번째 자전거로, 역시 삼천리 제품으로서 아팔란치아 다스 2.0이라는 모델을 무려 22만냥을 주고 구입하였다. 이때 나는 마누라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당하게 된다. 먼놈의 자전거를 1달도 안되서 갈아 치우냐는 둥, 자신은 6만냥 짜리 잔차를 6년동안 타고 댕기고 있는데, 한달만에 자전거를 또 사느냐고 엄청난 구박을 당하게 된다.
마누라의 핍박과 구박을 무릅쓰고 새로 구입한 자전거는 똥꼬 저림의 상당한 경감이라는 혜택을 주었다. 그리고 듀얼 쇽 형태라서 상당히 뽀대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두번째 구입한 자전거 역시 커다란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속도 문제였다.
어느날 도로를 샤방샤방 달리던 중에 아주 저렴(?)해 보이는 잔차가 나를 추월하는 것을 보고, 약간의 오기가 생긴 나는 그 자전거를 따라 잡을려고 시도했는데,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잔차의 주인은 아주머니였고 페달을 밟는 속도로 봐서는 엄청난 다리 근력의 소유자도 아니었는데도,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서 나는 도로용 잔차와 산악용 잔차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내가 구입했던 첫번째와 두번째 잔차 모두 유사 산악용 모델로써, 형태는 산악용을 취하지만, 진짜로 산에서 내리막길을 질주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문구가 달린 잔차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리지널 산악용은 1백만양 이상의 금액에서 시작하여 2천만양까지 육박하기 때문에, 자신이 참말로 부르조아이거나, 부르조아 이기를 열망하는 간큰 서민이지 않는 한, 선뜻 구입이 무지 고민스런 잔차이다.
유사이든 아니든 간에 산악용 자전거는 일반 도로에서는 별로 힘을 못쓴다는 것이다. 물론 짐승이나 괴물 수준의 엄청난 다리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산악용 잔차로도 도로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할 수 있겠지만, 같은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산악용 잔차를 탄 사람이 도로용 잔차를 탄 사람을 추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산악용은 타이어 폭이 크며 따라서 마찰계수도 크고, 산악용은 도로용 잔차보다 타이어 지름도 작기에 직진성도 떨어진다. 결론인즉 산악용은 평지에서 속도 질주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사 산악용 잔차로 산에 가서 탈일도 없거니와, 설령 1백만냥짜리 오리지널 산악용 잔차를 산다한들 기스날까 겁나서 내가 산에서 잔차를 탈수나 있을까? 사실 산악용 잔차는 업힐(언덕길 오르기)를 위함이 아니라 다운힐을 즐기기 위함이다. 업힐은 다운힐이란 희열을 맛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고행일 뿐이다. 산악용 잔차로 그 위험한 다운힐(내리막길 쾌속 질주)을, 코딱지만한 간뎅이를 가진 내가 할수나 있을까? 결론인즉 산악용은 내가 필요로 하는 잔차 형태가 아니란 것이었다.
도로용 잔차는 흔히 사이클이라고 하는 일명 "허리 수구려" 혹은 "머리 쳐박고 달려" 형의 잔차를 말한다. 이 사이클 형태의 잔차는 속도는 짱이지만, 울퉁불퉁한 인도 블럭을 다니기에는 별로이다. 출퇴근을 잔차로 하려면 도로와 인도를 번갈아 달려야 하는데, 사이클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별로임을 여러 사이트를 뒤져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달려도 별로 무리가 없는 튼튼한 차체에다, 속도도 잘 나올 수 있도록 도로용 타이어를 가진 잔차를 알아보다 하이브리드 형태의 잔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이브리드란 잡종이란 뜻의 의미로, 도로와 산악용의 중간 형태를 가진 잔차를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잔차 산업은 거의 대부분 고가 산악용 잔차가 지배하다시피하고, 도로용 사이클 역시 엄청난 고가대들이 간간히 팔릴 뿐, 하이브리드 형태의 잔차는 무지 찾기가 어려웠다. 더우기 내가 원하는 형태의 하이브리드는 국산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잔차 사이트를 열나게 탐독한 끝에 내가 원하는 모델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고 이 제품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나의 주 잔차는 라레이라는 회사의 파사주 3.0 이라는 모델인데, 산악용에 비해서 타이어 폭이 좁고 지름이 좀더 큰 도로형 타이어에 앞 바이퀴쪽에만 샥이 달린 잔차이다. 뒷바퀴 쪽에 샥이 없는 대신에, 안장 쪽에 샥이 달려 있어 똥꼬 저림도 덜한 편이다. 물론 이 잔차를 구입하기 위해 마누라의 엄청난 핍박을 또 한번 감수해야만 했었다. 현재 이 잔차에 대해서 비교적 만족을 하고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나의 똥꼬를 항상 간지르는 것이 있다. 바로 더 나은 잔차에 대한 구입 열망이다.
마누라의 핍박 때문에 당분간은 이 잔차로 만족을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자전거 세대를 사는 동안에 무려 70만양에 육박하는 거금을 날린 후에, 왜 진지하게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잔차 형태가 뭔지를 미리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후회가 든다. 사실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허접하게 땜방질로 프록그램을 마감한 후에, 처음에 좀더 생각을 깊이 해보고 설계한 다음에 시작하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기 마련이다.
일전에 나의 유사 산악용 잔차를 가볍게 추월해서 나를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트렸던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던 적이 있었다. 하이브리드형 새 잔차로 나는 그 아주머니를 가볍게 추월해 버렸다. 그리고 무척이나 가슴 뿌듯해 했다. 어떤 광고 문구처럼...
"잔차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아주머니 잔차 추월했다고 무지 기뻐하는 내가 참으로 한심스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일전에 누군가 음주 잔차 운행의 위법성에 대해서 물었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음주 후 잔차 운행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그러나....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면, 음주잔차는 자살행위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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