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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3036] 관록에 대한 이야기 1
주정섭 [jjsverylong] 2517 읽음    2007-05-29 11:11
나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나이 든 노인들을 공경하라고 배웠었다. 노인들을 공경하는 이유는, 노인들은 오랜 인생 연륜을 가지고 있으므로, 젊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며, 노인의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른 생활책에 나오는 대부분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노인 무조건 공경 이론은 전혀 얼토당토 않다. 현실에서는 현명한 노인보다는 무식하고, 편견만 가득차고, 나이값 못하고, 나이들었으니 무조건 젊은이들은 자신을 존경해야 한다고 믿는 노친네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나의 친척 어르신 중에는, 점쟁이가 궁합이 맞지 않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데리고 온 배우자에 대해서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두 젊은이들의 신혼 생활을 무지 힘들게 만들었다. 아마도 실제 이유는 궁합이 아니라, 자녀가 데리고 온 배우자가 다른 이유로 마음에 안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이 노친네는 끝까지 궁합 맞지 않음을 들먹이며, 자녀의 결혼 생활을 훼방 놓다가, 결국 자녀 부부와 결별하는 사태까지 이르고 말았다.

어떤 친척 어른신은 며느리 될 여자가 가지고 온 혼수감이 부실하다고 온갖 생트집을 잡다가, 결국 자식의 결혼은 파탄에 이르게 되고, 그 아들은 결혼 파탄 후 한참 동안 술로 방황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어르신은 자녀들이 돌아가신 아버님를 묘지에 묻는 대신 화장하겠다고 하자, 호로자슥들이라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그 집안과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친척을 포함하여 주위의 노인들 중에서, 매우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지고, 편견없이 젊은 사람들과 이해하고 대화하며, 또 새로운 사실들을 받아들이기에 포용성이 무지 뛰어난 그런 현명한 노인들이 많으신가?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현명한 노인들의 수는 무지 적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적다는 수준이 아니라, 극소수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아마 여러분들 주위의 노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 현명해 지는 것이 아니라, 더 완고해 지기 때문이다. 완고해 진다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을 수용한다거나 남과 대화하는 기술 등이 현저히 퇴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먹을수록 더욱 현명해진다는 것과는 전혀 반대인 이 완고함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나이든 계층들은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며, 앞에서 열거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남들과 싸우는 경우가 잦아진다.

나이들수록 보수적 성향이 되어가는 이유는 나이들 수록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사상이든 재산이든 처자식이든 간에 가진 것이 별로 가진 것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 들수록 이런 가진 것이 많기에 이것들을 지키려고 보수적 성향이 된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그러한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하는 방편이 더욱 졸렬하게 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자식에 대한 지나친 통제력을 유지하려다 자식과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급 직원들은 자기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능력있는 후배를 헐뜯고 뒤에서 비난하게 된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현대 생활에서 별로 의미도 없는, 제례 의식의 절차, 결혼에서의 혼수감이나 궁합 등을 가지고 젊은층과 대립하는 이유는 노인들은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고리타분한 노친네들의 이런 웃기는 가치관에 대해서 매우 냉소적일 것이다.

그런데...

살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노친네들의 특징이어야할  이 완고함과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을 의외로 매우 자주 발견하게 된다. 궁합이나 사주 등을 믿는 젊은이들도 무지 많으며,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간혹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역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젊은이들도 자주 보게 된다. 

따라서, 최근에 나는 완고함과 보수성향은 신체적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 나이에 기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신적 나이가 젊을 수록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을 잘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대로 정신적 나이가 늙을수록 외부 자극에 대해서 무덤덤해지고,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새로운 사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조만간 노친네라는 말을 듣게 될 나이다. 그러나, 나는 완고함과 보수성향으로 똘똘 뭉쳐진 노인이 되기는 싫다. 그러나, 나도 정신적 나이를 점점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러분들은 제발 신체적 나이는 먹더라도, 정신적 나이는 먹지 않도록 지금부터 노력을 해야 한다.

신체적 나이는 치명적인 병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항상 일정 진행 속도로 진행되지만, 정신적 나이가 드는 속도는 어느 순간에 중력 가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젊은 생각을 갖지 못하고 노친네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것이다.

정신적 나이를 먹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소유를 선택하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다면 판단을 흐리게할 욕심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신은 자유로와 진다. 그러나 산속으로 들어가 도사가 되지 않는 한, 현실에서 무소유를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을 선택해보자.

현재와 미래를 기준으로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이 과연 무엇일까를 판단해 보라. 가족, 건강, 직업, 우정, 애정, 돈, 취미생활 등등을 열거해 놓고 우선 순위를 매겨 보라. 그 순위를 매겨보다 보면 전혀 의외로 지금까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 중에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도 발견하게 되고, 그 반대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발견은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확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봉장 [epc21]   2007-05-29 11:26 X
노친네라서 그렇다는 편견은 버리시길~  사람마다의 인격차이겠지요.
태즈 [taz1000]   2007-05-29 18:57 X
- '나이 많은 노인'이 오히려 그릇된 시각으로 여러가지 판단을 많이 한다는 것에는 저도 심히 동의합니다. '어떻게든 입에 풀칠을 하고,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등' 수많은 '어쩔 수 없는' 요소들을 겪은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판단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비난'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를 이렇게 자라게 해주신 부모님을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ㅎ.
  - 글의 앞부분에서 노인에 대하여 약간 격한 표현인 '노친네'라는 표현만 약하게 필터링해서 읽으면, 세상사에 아주 정확한 글이네요...
  - 이 글의 이야기하고픈 바는 마지막 10줄 정도에 있는 듯 하네요.

  - 결국, 끊임없이 스스로의 틀을 깨는 노력이 필요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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