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특허법안은 올해 2월에 추진되기 시작해서 지난 7월초에 상정되었다가 오픈소스 진영의 반대로 좌절되어
이번 9월로 연기되었던 것입니다. 어제 기사에 의하면 EU의 법안처리가 다시 22일로 연기되었다는군요.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itnews&no=3003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itnews&no=3018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itnews&no=3049
저도 소프트웨어 특허 여부에 대한 EU의 법안 처리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결정이 될 테니까요.
기본적으로, 특허란 것은 산출물(표현)이 아닌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
저작권의 범주를 넘어서서 모든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은 특허의 대상이 되죠. 뿐만 아니라, 만약 포괄적으로
인정할 경우 메뉴의 배열이나 단축키 등 사소한 구현들도 독자적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특허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GIF에 대한 특허는 아주 유명한 예죠. 흔히 GIF 포맷에 대한 특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GIF에 필수적인
알고리즘인 LZW 압축방법에 대한 특허입니다. 유니시스는 85년에 이 특허를 획득하였으나 94년부터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특허는 최근 기한이 만료되어 GIF 포맷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http://www.zdnet.co.kr/biztech/hwsw/biztrend/article.jsp?id=62085&page=1&forum=1
94년에 유니시스가 특허를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로 최근 만료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논쟁과 법적 분쟁이
있었는지 생각하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가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컴퓨서브에서
GIF 포맷을 개발할 때는 LZW 알고리즘이 특허 때문에 문제를 겪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며,
그런 가능성을 미리 예측했더라면 압축률이 떨어지더라도 GIF에서 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유니시스는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얻은 셈입니다.
거기다가, 작년에는 미국의 모 기업이 JPEG 포맷에 대해 특허권을 주장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JPEG는 파일 포맷이기도 하지만 파일에서 사용되는 압축 알고리즘이기도 하니까요.
이 경우에도 벌써 86년에 특허가 등록되었다고 합니다.
http://news.empas.com/show.tsp/20020730n00157
위의 예에서 보다시피, 유니시스와 포전트에서는 LZW나 JPEG에 특허를 등록했고, MPEG3 및 MPEG4 등도
모두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MPEG3/MPEG4 특허에 대해서는 라이선스료도
꼬박꼬박 걷고 있죠) 그러니까 지금 법안을 추진중인 EU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미 꽤 오래 전부터 SW 특허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2000년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를 전면 허용하고 있습니다.
http://www.lawtimes.co.kr/Lawtimes_Web/News/News.aspx?Serial=2477&Page=7
게다가, 국내에서도 이미 98년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 등록이 거의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IMF를 통해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극에 달하던 98년 여름쯤에 SW에 대한 특허를 허용하도록 특허청 심사기준이
변경되었다는 점을 볼 때, 미국식 지적재산권에 대한 통상압력에 정부가 굴복한 예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았죠.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199807180072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199807270002
특히, 다음의 기사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전문 변호사인 이재욱씨가 기고한 글인데,
98년 당시에 SW 특허의 위험성에 대해 법적인 관점에서 위험성을 예리하게 지적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허 출원과 소송으로 먹고 사는 분인데도 국내 산업 보호를 생각해서 이런 글을 쓰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199808060022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거의 잠잠해진 것 같습니다. 98년 당시에 SW 특허에 대한 반대의 중심에 있던 소프트웨어
산업협회는 수년이 지난 최근에는 SW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더군요.
또 전부는 아니지만 국내의 SW 업체들 중 상당수는 아주 적극적으로 자사의 SW를 특허로 등록하고 있습니다.
http://new.sw.or.kr/informDe.asp?id=352
실제로 바로 며칠전에는 항공대 교수가 한영 자동전환 기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특허권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했던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습니다.
http://www.yonhapnews.net/news/20030825/080300000020030825152413K5.html
사실... SW에 대한 특허에 있어서 법적인 관건은, 무형물인 SW에 대해 특허가 가능한가 하는 여부입니다.
왜냐하면 SW 특허 이전에는, 특허의 핵심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특허 출원이 되지
않고 유체물로서의 산출물을 함께 보여야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U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하드웨어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SW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데, SW 특허를 허용하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미국 일본 우리나라 3개국 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EU는 그동안 아예 SW에 대한 특허는 출원할 수 없다고 명문화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법률이 아닌 판례로 SW 특허를 인정하게 되었는데 반해 EU가 관련 법률을 추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렇게 SW 특허를 금지하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설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에 대해 저 자신도 분명히 반대는 하고 있습니다만.
이미 국내에서 SW에 대해 특허가 미국식으로 전면적으로 허용되어있는 마당에, EU에서 미국식 특허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한다는 것은 좀 의아스럽습니다. 비유하자면, SW 특허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못해 다리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어이~ 너 발등에 불 떨어지려구 해~ 빨랑 피해~'
하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앞서 말한 대로 98년에 국내에서 처음 SW에 대한 특허가 도입될 때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는 해도, 이번처럼
비영리 커뮤니티 등에서 온라인 시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위나 궐기대회 같은 것은 당시 분위기에 넘
지나쳤다고 하더라도, 국내 업계와 커뮤니티들에서 SW 특허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반대를 위한 공청회
요청이나 학계를 동원한 포럼이나 세미나 등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금전적 영향을 받는
SW 업체들 일부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을 뿐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반대를 위한 집단 행동같은 것은
전혀 없었죠.
온라인 시위가 정말 국내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려면, 지금의 EU 법안 상정에 대한 반대는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차라리 국내에서 시행중인 SW에 대한 특허 허용 정책을 재고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국내에서 각종 황당한 특허들 때문에 분쟁이 생기고 있고, 그 와중에 피해를 보는 개발사와
우리의 동료 개발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거 악용하면 개발자에게 평생 지울수 없는 주홍문자를 다는 거죠..
특히 한국은 아직도 동양적,, 또는 봉건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나라여서리..
미국이랑은 또 다르죠.. 한국현실이라는 것이..
미국은 그러니까.. 개발자가 맞고 회사가 틀렸다 하면 개발자는 No Problem, OK가 되는데..
이 나라는 그래도 저런 되먹지 못한 배은망덕한 역적놈이 되는 거죠^^,. 그래서 개발자는 취업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결국 그 분야에서는 손떼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도 박지훈님 말씀에 동감입니다만...
그러나 특허라는 것이 개발의 가치를 보호하여 주는 유일한 장치이다 보니..
또 폐지하라고만 할 수도 없군요.
특허가 없어진다면 개발에 대한 동기도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런 동기 없이도 개발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