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꽤 추운 날이었습니다.
어제도 춥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스팔트 바닥에 댄 엉덩이의 시린 감촉이 어제와는 또 달랐습니다.
바람도 좀 더 셌었구요. 어제보다는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오셨던 류종택님은 그러고도 어제보다 더 춥다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광화문에만 6만명 이상이나 되는 국민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이도 할아버지도
그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서 다같이 '탄핵무효!'를 외쳤습니다.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데도 아랑곳없이
말입니다.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움직이게 만들었습니까. 단순히 격분해서라면 하루 이틀 지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어야
합니다. 감정 이상의,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있었고, 정말 이런 역사를 역행하는
행태는 여기서 끝내고 싶다는 열망이 수십만의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운전하시는 분들에게 특별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탄핵안이 철회될 때까지, 매일 오전 11시 56분에는 차량 전조등을 켜기로 했습니다. 혹 동참하시지 않더라도
갑자기 대낮에 번쩍번쩍 켜지는 전조등들에 놀라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놀라게 되었다면, 내가 이 국가적인
위기에 너무 무심경했구나, 하고 반성하시면 됩니다. 이 시각은, 이완용이와 이름도 비슷한 박관용이가 국회
법상의 절차를 싸그리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탄핵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한 시각입니다.
그러면서 박관용이가 그 이후에 한 대사가 참 명대사입니다. '대한민국은 나아가야 합니다!'
그 한마디에 박관용이 때려죽이고 싶었습니다. 이완용이를 비롯한 친일 매국노들도 거의 똑같은 말로 국민들을
우롱했었습니다.
아래에도 몇몇 글들을 봤습니다만. 아무리 시위해도 소용없다, 4월 15일에 투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는데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입니다. 도무지 시위에는 참석할 여건이 안되시는 분들도 투표만은
꼭 하셔야 합니다. 그러시지 않는다면 개판된 우리나라 정치를 욕할 자격도 없으며 자신도 공범이라는 것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투표 이전에 시위가 별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 혹 그런 생각이 안이함이거나
편함을 추구하기 위함은 아닌지 스스로 한번만 생각해봐주십시오. 역사상 최악의 실정을 보였던 16대 국회,
아직 한달이나 임기가 남았습니다. 선거일 연기나 개헌과 같은 일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이 꼴통 야3당이 합심해서 도대체 왜 한달밖에 안남은 임기에 또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우기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 국민들의 상식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초엽기적인 행태였던 것처럼, 또다시 국민들의
상식을 우롱하는 어떤 일을 남은 한달 사이에 해치울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시위는 계속되어야 하고, 또 점점 더 커져야 합니다.
탄핵의결 이전이나 이후에 여론조사 결과는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양쪽 모두 탄핵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탄핵 전날 100분토론에 나왔던 한나라, 민주당 넘들은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유시민의원의 지적에 대해 '국민들은 원래 이중적이다'라고 갖다붙였습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여론조사 결과 정도야 별로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말 아닙니까. 그런데 탄핵 이후에 시위가 불같이 일어나니까
얘기가 완전히 바뀌었지요. 언론이 여론을 조종하고 있다느니 하면서요. 머리에 똥이 가득찬 발상이 아닐 수
없지만, 어쨌든 국민들이 실제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한 것 아닙니까. 단지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가 5~6% 높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이 꼴통들이 민의를 인식하기 시작한 걸까요.
아닙니다. 수십만이 모여서 자신들을 원색적으로 욕하고 있는 탄핵반대 시위 때문입니다.
시위 참여를 망설이는 여러분, 투표가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이고 가장 중요하지만, 스스로 딱 한번만 의심해
주십시오. 내가 단 한번 시위에 참석해서 서너시간 동안 갸냘픈 촛불 하나 들고 있을 시간이 없는가.
국민 한사람이 할애해주는 이 서너시간이, 대한민국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이래서 한국은 안돼'라는
조까튼 소리가 다시는, 영영 안나오게 말입니다.
탄핵무효화 범국민행동에서는 이번 주말, 3월 20일에는 1백만명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중이라 더욱 나오시기 힘드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울분을 고스란히 간직하셨다가 이번주말에
그대로 품고 광화문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주말에 나오실 여러분들을 위해, 주중 동안에도 수만명이 광화문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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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개인 사정 때문에 어제 오늘 나가지 못했지만
요번 주말에는 꼭 나갈 작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