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 맞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하구요.
사실 제게도 이번 탄핵 사태 이후로 몇가지 별개의 입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과거 민주당의 지지자였던 입장에서 써보지요.
저 역시 꽤 오랜 민주당 지지자였습니다. 결혼 전부터 그랬습니다만, 처가가 전남 장성 집안이라 지금도
처가에서는 민주당에 미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 큰 분노를 느끼고 있지요.
처가에서는 제가 거의 매일같이 탄핵규탄 집회에 나가는 것도 알고 있고, 나가서 민주당을 성토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를 말리지는 않으시더군요.
민주당의 정기는 모두 사라졌거나 혹은 우리당으로 옮겨갔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오랜 야당 생활로 김대중 전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김대중 전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후에 극심한 정신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 오랜 야당 생활동안 김대중 전대통령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속은 조금씩 썩어들어갔습니다.
모든 것은 적당히 합리화되었고, 민주당도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점점 닮아갔습니다.
그래도 민주당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었기에, 국민들은 애써 허물들을 덮어주면서 민주당을 지지해주었습니다.
밀어줄 가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덜 나쁜 놈을 밀어주어야 하는 것이 국민의 바른 선택입니다.
제가 부산 출신이긴 하지만, 호남사람들이 바보라서 민주당의 잘못을 못보고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그래도 한나라당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지지해준 것입니다.
제가 민주당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처음 느낀 것은 경선으로 노무현이 당선된 후 민주당의 태도 때문이었
습니다. 경선 당시에는 제가 그다지 노무현의 지지자도 아니었는데, 경선 이후 민주당은 노무현에게 해도
너무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노무현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죠.
당시의 삐딱한 민주당의 태도는, 제가 보기엔, 호남의 텃밭인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김대중 전대통령을 보좌해온
자신들 대신 어디서 굴러온 노무현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후계자'가 된 데 대한 반발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당한 경선을 통해 결정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똘똘 뭉치기는 커녕, 당 내에서도 노골적으로 노무현을
보이콧했죠.
민주당이 쪼개진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귀결이었습니다. 그것은 노무현 당선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당선 이전에 민주당의 핵심부가 노무현을 지지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흔들어댔기
때문입니다. 대선 당시부터 노무현을 지지하는 민주당내 비주류와 노무현을 계속 흔들거나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주류가 나뉘어진 상태였습니다.
대선을 위해서는 사감을 접고 대선 후보를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시에 우리는 이인제를 욕하기 바빴지만, 정동영을 제외한 나머지도 사실상 불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노무현의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불법 대선자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적게 잡으면 60~70억 정도, 검찰의 발표대로 많게 잡아도 1백억대입니다. 이정도의 자금은 민주당의 합법적인
자금 조달로도 충분히 가능했던 규모입니다. 대선 당시에 민주당은 이미 있던 자금도 꽉 틀어쥐고 내주지도
않았고 새로 대선 모금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민주당 구주류가 지금 노무현의 대선자금을 비난할 자격이 있습니까.
차라리 한나라당은 노무현을 공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당은 절대 그런 자격 없습니다.
대선이 끝난 후, 노무현과 그 핵심 참모들은 모두 카드가 정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신용불량자 위기에 몰린 대통령 당선자와 핵심 참모들, 이게 말이나 됩니까.
과거의 정치행태였다면,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민주당을 장악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핵심부를
하나씩 밀어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설득하고 함께 가고자 했습니다.
끝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는 사람들을 여당으로 같이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에요. 따라서 민주당이 쪼개진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고, 그 책임은
민의에 따라 대선후보가 되고 또 민의에 따라 대통령이 된 노무현을 인정하지 않은 민주당에 있습니다.
과거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의 민의로 당선된
대선후보를 끊임없이 흔들고 당선 후에도 뒤에서 계속 흔들어대는 구세대 정치인들은 민의를 무시한 것입니다.
민의를 무시하는 정치인들은 당연히 퇴출 대상입니다.
이번 탄핵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한나라당도 뒤늦게 적극 동참했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먼저 끄집어냈고 적극적으로 주도했습니다. 탄핵이후에도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은, 이번 탄핵사태가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끌어온 것인데 마치 한나라당에 야합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해서 아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주류가 누구입니까. 대선후보가 누가 되었건 대통령이 누가 되었건 수십년동안 김대중 전대통령을
보좌한 사람이 마땅히 주류가 되어야 합니까. 대선후보로 결정된 시점부터, 민주당의 주류는 노무현이 되었어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정치 도의이고 또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닙니까.
우리당에서 민주당을 가리켜 부르는 잔류민주당이라는 말처럼 이런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다고 봅니다.
도의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분리되기 전의 민주당에서 주류는 노무현 지지세력 이었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의 법통은 우리당에서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이 우리당으로 마음을 굳힌 후,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십시오.
노무현을 당선시킨 당이 그토록 노무현을 흔들어놓고서는, 배신이라고 난리입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배신한 것입니까.
지금도 김대중 전대통령을 좋아하고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최대의 실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이 자신만을 위해 똘똘 뭉쳐온 것을 뻔히 아는 그가, 민의에 의해 자신의 차세대 지도자로
선출된 노무현을 위해 당내 기반을 닦아주는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추종자들이 노무현을
노골적으로 흔들어대는데도 못본척하고만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가타부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수십년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대표적 정치가가 말년에 할 제대로 된 처신입니까.
이런 면에서 민주당-우리당 분당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경선 이후에 노무현의 위기때마다 딱 한마디씩만 했으면, 자연스럽고 무리하지 않게 민주당의 구주류로부터
신주류로 세력 이양이 될 수 있었습니다. 김 전대통령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으니까
노무현을 지지해주거나 슬슬 물러나야 할 구주류가 무언의 지지로 받아들이고 노무현을 마구 흔들어댄 것
아닙니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국민은 정당에 대해 의리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의리를 느끼고 미련을 느끼고 질책하지 않으면, 정당은 지금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용인한다고 알아듣습니다. 거기서 썩은 정치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변호해주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이미 지지해주는 국민들을 배신한 정당입니다.
비단 이번 탄핵사태부터가 아닙니다. 국민 경선으로 압도적으로 당선된 대선후보에 대해, 민의에 승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어 댄 그 자체부터가 배신입니다.
제 처가에서도 노무현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아직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합니다.
하지만 옛정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지해주었던 이유를 떠올려보시면 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는지도 자연히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조금씩 엉뚱한 길로 비껴나가기 시작하는 우리당의 행보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당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대안세력이 나서면 저는 칼같이 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더 나은
정당을 지지할 것입니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계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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