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했던 제 입장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또 오마이나 한겨레가 우리당의 정치적 의도와는 또 다르기는 하지만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촛불집회를 띄워올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촛불집회가 실제로 있었고, 그것이 완전히 순수한 시민들의 행사였든 아니면 어느 정도의
선동성이 있었든간에 실제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참여를 했고, 그 모임 자체에 정략적 의도는 없었다는 겁니다.
탄핵찬성 집회에 참석한 수천명이 극단적 우파 진영이었던 것과는 달리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모였던 수십만명은
좌, 우파에 속하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소박한 상식을 가진 소시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조중동이건 한겨레/오마이건 촛불집회를 해석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촛불집회가 친노집단들의 집단 시위 혹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외침으로 해석되었겠지만, 참여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또 달랐던 겁니다.
이것은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아웃사이더로서 관찰하기만 한 진중권씨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문제죠.
그리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조중동보다야 한겨레/오마이의 해석이 훨씬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입장을
사실에 가깝게 해석한 것이고요. 조중동도 어느 정도의 형평성을 가진 보수언론이라면 이런 시민들의 진의를
모르지는 않았겠지만, 조중동의 관점 자체에 문제가 잇다기보다는 촛불집회를 해석하는 데 있어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기에 마치 탄핵반대 촛불집회가 친노집회인 것처럼 왜곡하는 택도 없는 기사들이 나온 겁니다.
진중권씨의 극단적인 인식은 민주주의에 있어 변화는 일정한 이론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식의 선입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 진중권씨의 글을 이따금씩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중권의 주장은 너무나 뿌리 깊은 순결주의에 바탕하고 있어서 중도라는 것을 인정을 하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우리당도 그 시작은 좌파적 혹은 진보적 기치를 내걸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중도라고 밝히고 있죠.
그런데 진중권씨에게는 진보/좌파가 아니니까 기존 정치권은 무조건 우파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겨레나 오마이의 관점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중동보다는 진실에 훨씬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조중동과 해석의 방법에 있어 반대편에 있어 보도에 어느 정도의 의도성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사의 관점에 상반되는 사회 흐름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왜곡하지는 않으니까요.
김준엽님은 진중권씨가 '가혹하게 비판했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제 느낌에는 비판이라는 느낌보단 냉소라는
느낌이 강하군요. 그 길은 정도가 아니야, 개혁이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민주주의라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라는 아집 말입니다. 오직 민노당만을 지지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촛불집회보다는 과거의 노동운동과
같은 강성 집회가 더 적절하고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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