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프로를 볼 때마다 혈압만 올라가지만.. 어젯밤에도 결국 100분 토론을 봤슴다.
납세자연맹(이 사이트는 오래전부터 국민연금 개혁운동을 해왔슴다) 회장님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그리고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 한분,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분이 나와서 토론을 했는데요.
납세자연맹 회장님이 방송토론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핵심을 짚기보다는 열을 너무 내는 바람에 토론이
종종 표류했습니다. 그래도 손석희씨가 잘 만류(?)를 해서 산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여러 문제점은 케이스별로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이사장은 계속 특정 케이스만 가지고
얘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전반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요.
아니, 실제 피해 케이스를 말하지 말라면, 국민들더러 국민연금에 문제가 없다고 시인하라는 겁니까.
국민연금 체납자에게 법에 따라 압류한다고 하지만, 압류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 등이 법과 시행규칙에 명시
되어 있지 않아 국민연금 공단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압류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
국민연금 이사장이 한 발언 중에도, 분명히 세금 관련법을 준용하고 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준용'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연금공단 직원들이 스스로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세금관련법이 국민연금에 맞을 수가 없습니다. 갖다 댈 수가 없는 자를 갖다대고 돈을 내라는 꼴입니다.
방청객 발언중에는 이런 것도 있더군요. 납부 대상자가 아닌 사람에게 95년부터 국민연금이 잘못 부과되었는데도
절대로 반환이 안된댑니다. 무조건 계속 납부해서 60세 넘어서 연금을 타먹는 수밖에 없답니다.
세금도 잘못 부과되면 돌려주는데 왜 국민연금은 돌려주지 않느냐며 열을 내더군요. 열 낼만 합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그럴 리가 없다네요. 케이스바이 케이스로 상담을 해보잡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젭니다.
국민연금 관련법과 시행규칙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헛점이 많기 때문에 공단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쉽게 말해서
지맘대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징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기 때문에 '개별 상담'을 하면 보험료가 낮아질 수 있는 겁니다.
말이 좋아 상담이지, 찾아가서 목청 높이고 따지면 낮아진다는 그동안의 속설이 사실이었던 거죠.
사적 연금보험도 '상담'을 하면 보험료가 낮아집니까? 세금은 '상담'을 하면 낮아집니까?
어제 토론을 듣다보니, 정말 국민연금은 문제거리 덩어리더군요.
교수 두분에 의하면, 자영업자중에서 국민연금 부과를 위한 소득 관련 서류가 확보된 사람은 30% 선이라고
하더군요. 다시 말해 나머지 70%는 근거서류 한장 없이 공단 직원들이 지맘대로 부과하고 있는 거죠.
업계와 지역의 평균 소득으로 부과한다고 하던데, 직장인이면 몰라도 자영업자가 평균 소득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같은 지역에 과일가게 두군데가 있다고 할 때 두 가게의 소득이 비슷하기라도 할 거 같습니까.
택도 없죠. 얼마나 친절하냐, 얼마나 할인이나 끼워주기를 하느냐에 따라 바로 옆에 붙은 가게라도 매출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같은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같은 업종이면 비슷할 거라는 추측은 말도 안되죠.
그런데 이 30%라는 소득 파악률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이사장은 언급을 계속 피하더군요.
대신, 납부보험료가 매년 상향되는 자영업자 수를 올해 20%를 목표로 한다고 하더군요.
결국 30%라는 소득파악률조차도 사실상 국민연금 징수에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게다가, 소득이 파악된 숫자도 아니고 보험료가 매년 상향되는 자영업자 숫자를 가지고 자체 실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웃기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20%라는 숫자도 황당하지만(나머지 80%는 근거없이 징수하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한해가 지나가면 당연히 보험료는 올라가야 한다는 논리에도 기가 질렸습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최근 수년간 계속된 경기 침체로 소득이 급감했을텐데 무조건 더 많이 내야 한다니요.
방청객 발언중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더군요. 월급생활자였다가 가게를 차린 후, 사실상 소득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발을 때 내던 연금보험료보다 더 많은 2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라고 독촉받고 있다더군요.
그걸 몇달 못내어서 100만원 정도가 되니 공단에서는 압류한다고 협박전화가 날아오고, 주거래은행에서조차
거래중지를 종용하는 전화를 받는답니다.
문제는 줄줄이 사탕이었습니다.
국민연금과 대우가 다를 이유가 없는 공무원연금의 경우 펑크나면 국민 세금으로 때워넣는다고 하더군요.
올해도 8천억원을 붓는답니다. 공무원연금이 무슨 국민들이 내는 공무원 돕기 기금입니까? 그러면서 걷는
불입액이 오르지도, 받는 연금액이 낮춰지지도 않는답니다. 반면 국민연금은 세금으로 때우지조차 않고
(하긴 그래봐야 그게 그거지만) 펑크나니까 한다는 짓이 바로 불입액을 높이고 수령액을 낮추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근데 어제 토론에서는, 정작 국민연금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봉급생활자에 대한 문제는 거의
논의조차 안되었습니다. 자영업자쪽에서 펑크난 만큼 봉급생활자쪽에서 메꿔지는 구조지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20%이든 30%이든 이 숫자는 정말 솔직하게 자기 소득만큼 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치더라도, 70~80%의 자영업자는 소득이 전혀 파악이 안되고 있는데, 이중 억울하게 더 많이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득을 낮춰서 신고하는 사람이 절대다수일 거라는 겁니다.
어제 토론의 결과, 철밥통 대장인 국민연금 이사장 한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사람은 국민연금이 아닌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주요 대안이라는 데 거의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기초연금이 뭐냐하면, 세금으로 걷어서 최저생계비만큼을 연금으로 주는 겁니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보험료라고
걷어서 낸 액수에 비례해서 받는다는 게 골자지요.
이미 국민연금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 와있습니다. 사회는 계속 노령화되고 출산률이 저하되고 있으므로
조금 내고 많이 받는다는 국민연금의 구조 자체가 통째로 무너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기초연금으로 전환한다면 오랫동안 납부한 국민들로부터 반발이 엄청나겠지만, 시간을 끌다보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분으로도, 이런 방안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돈 많이 벌면 그만큼 많이 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요. 보험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국민을 우롱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연금이
해마다 납부액이 올라가고 못냈다고 재산을 압류합니까. 최초 약관에도 없이 법을 지맘대로 고쳐서 납부액을
올리고 수령액을 낮춥니까. 이게 보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차라리 그냥 세금이라고 걷어가면 좋겠습니다.
너 지금 얼마 받잖아. 그럼 세금 얼마 내. 이건 참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얼마로 돌려줄거야, 그래놓고 더 내, 돌려줄 돈은 낮출께, 이러는 건 너무 열받습니다.
그리고 제발, 연금 재정 펑크가 엄청난 상황에서 그 연금으로 다시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국민을 속이는 광고는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상식에서는 이런 걸 금융사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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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국민이 연금에 대해 불합리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는 느낌이네요..
왜 이런 일들이 불거지는지 관심을 갖고, 개입을 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