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납치가 한번 일어난 이상, 이제 문제는 더욱더 복잡해지기만 할 뿐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 듯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납치사건에 있어 강경파들의 논리는 요구를 들어주면 또 납치할 것이다, 그러니 요구를
들어주면 안된다는 것이지만, 납치된 김선일씨가 어떻게 되든 파병을 그대로 강행할 경우 납치는 더욱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병 강행 자체가 요구 조건의 정반대 상황이기 때문에요.

파병 판성쪽에서는 우리가 파병할 지역이 이라크인의 지역이 아니라 쿠르드 지역이고 또 재건 지원 목적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정세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군이 이번 이라크 침략을
강행하면서 쿠르드족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분리 독립을 약속해줬기 때문에 쿠르드족에 대한 분리독립
지원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간접적으로 분리독립 지원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지요. 명분이 재건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쿠르드족
지역에는 전쟁의 영향이 거의 없었습니다. 총한발 날아오지 않은 곳에 재건 지원이라니 말이 안되지요.
오히려 재건을 해야 할 곳은 이라크인 지역인데 쿠르드족에게 지원을 해준다니 쫄딱 망해먹은 이라크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쿠르드족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지요.

결과적으로 미국이 한 약속을 한국이 대신 지켜주는 꼴이고, 엄한 한국군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지원해주는
모양새가 됩니다. 쿠르드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정말 난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거기다 끌어들이고
지들은 빠지려고 하는 거죠. 직접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겨누지 않을지라도, 이라크인의 국민 감정상으로는
더욱 더 미묘한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김선일씨를 납치한 이라크 과격분자들도 괜히 엄포를 놓으려고 납치한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강행한 것이 뻔하므로, 우리 정부가 파병을 강행하고 김선일씨가 죽은 후에도 납치는 계속 연이어
일어날 것이고요. 전투력에 있어서는 열악한 서희/제마부대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나 본격적인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봐야 할 겁니다.

김선일씨를 그냥 풀어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외교부 발표에서는 '무고한 시민'이므로
석방하라고 하지만, 김선일씨의 소속회사인 가나무역은 한국인이 차린 회사일 뿐 본사 자체가 이라크 현지에
있는 미군 군납업체라고 합니다. 적대적으로 바라보면 미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크게 보면 미군의 일부
라고 보일 겁니다. 결국 납치한 측의 입장에서는 김선일씨를 죽일 충분한 명분이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점점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빠져나올 방법은, 오직 파병 취소 발표 뿐입니다.
노무현과 정부에서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랍니다.